▲ 이학렬 전 고성군수가 최근 발행한 저서 '대한민국의 5차 산업혁명'을 들고서 생명환경농업의 가치와 비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생명환경농업이야말로 도시·농촌 상생은 물론, 4차 산업혁명의 그림자인 일자리 문제와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입니다. 생명환경농업을 중심으로 생명산업(Life Technology ; LT)을 차세대 주력 산업으로 성장시키는 ‘대한민국의 5차 산업혁명’을 제안합니다.”

이학렬(65) 전 고성군수는 최근 발행한 저서 ‘대한민국의 5차 산업혁명’을 권하며 이와 같이 피력했다. ‘공룡군수’에서 ‘생명환경농업 전도사’로 변모한 그를 만나 우리 농업에 요구되는 변화의 방향과 생명산업 중심의 5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생명환경농업은 우리농업의 혁명

▲‘공룡군수’에서 ‘생명환경농업 전도사’로 나서게 된 계기는?
-군수 재직 시절 2006년 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공룡나라’라는 고성군의 새 브랜드를 얻었다. 공룡 발자국 화석은 남해안 여러 지역에 산재해 있지만, 발 빠르고 알찬 엑스포를 계기로 고성군의 브랜드로 선점했다. 그 과정에서 ‘공룡군수’라는 별명도 얻게 됐다.

2007년 고성군 조선산업특구 지정도 이끌어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게 됐고, 42년 동안 줄곧 내리막길을 탔던 인구감소 문제도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그러한 성과를 체감하지 못한 채 소외감을 느끼는 주민들도 적지 않음을 알게 됐다. 특히 FTA 확대에 따른 수입농산물 범람과 가격폭락 등으로 가뜩이나 힘겨워하던 농민들이 아쉬움과 농정에 대한 갈증을 토로해 깊은 고심을 하게 됐다.

공룡엑스포로 인지도가 높아진 ‘공룡나라’ 브랜드를 달고서 도시 소비자들과 활발히 소통하며 자신 있게 다가갈 수 있는 농특산물을 육성하면 좋겠다는 고민을 했다.

그러나 농약과 화학비료에 의존해온 기존의 관행농업으로는 소비자들의 사랑과 신뢰를 지속적으로 담보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고비용에 판로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존 친환경농업의 한계도 극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뿐만 아니라, 환경도 살려내야겠다는 의지도 컸다.

이에 합성농약, 제초제, 화학비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땅의 생명력과 환경을 살리는 ‘생명환경농업’을 시도하겠다고 선포했다. 충북 괴산군의 자연농업학교에 입학해 농민들과 함께 5박 6일간 교육을 받으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고, 그 내용과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정할 수 있었다.

생명환경농업 육성 조례를 제정하고, 생명환경농업연구소를 만들어 생명환경농업을 대대적으로 도입하고 지원했다. 곧 ‘생명환경쌀’은 고성군의 대표 농특산물이 됐다. 한때 46개 단지 611ha까지 확대됐던 생명환경쌀재배단지는 올해도 28개 단지 422.7ha에 달한다. 최근엔 가공전용품종의 생명환경쌀 계약재배 및 쌀국수·쌀파스타 등의 가공사업까지 활기를 띠고 있다. 

이를 통해 생명환경농업이야말로 우리농업의 혁명이며 대한민국의 희망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고성군의 새로운 시도가 전국으로 확산돼 생명산업 중심의 5차 산업혁명에 물꼬를 텄으면 하는 열망을 담아 군수 퇴임 후 저서 ‘대한민국 5차 산업혁명’을 집필하게 됐다.

집에서 고성 당항포 바다를 바라보며 책 내용을 다듬어 개정판을 준비하는 한편, 생명환경농업 확산을 위한 전국조직 결성도 구상하고 있다. 당항포는 이순신 장군과 조선수군이 절망적 시련을 탓하지 않고 치밀하게 전투를 준비해 당항포대첩을 거뒀던 승리의 바다다. 이 시대 우리농업의 ‘고성발 당항포대첩’을 꿈꾸며 ‘생명환경농업 전도사’의 길을 꿋꿋이 걷고자 한다.
 

군수시절 직접 콤바인을 몰고 생명환경쌀 수확을 하고 있는 이학렬 전 고성군수

국민 다함께 행복한 대한민국 실현

▲대한민국의 5차 산업혁명을 주창하는 이유는?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을 통한 ‘기계혁명’이었다. 2차 산업혁명은 전기의 힘을 통한 ‘대량생산’의 시작이었다.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를 통한 생산, 유통, 소비 시스템의 ‘자동화’였다.

4차 산업혁명은 소프트파워를 통한 공장과 제품의 ‘지능화’다. 지능을 갖게 된 현실세계의 아날로그형 사물들이 가상세계와 연결돼 생산과 서비스의 완전자동화가 가능해지는 산업사회다.

4차 산업혁명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주고, 각종 비용을 절감시켜주고, 우리 생
활을 아주 편리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의 그림자로 더 큰 사회적 불평등 조성,
빈부격차 심화, 특히 노동시장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IT에 지나치게 매료돼 있다. IT가 우리의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처럼 생각하고 있지만, IT산업은 우리에게 일자리를 빼앗아 기계에 넘겨주었다. 심지어 우리에게 인간성마저 앗아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이러한 현상을 한층 더 가속화시킬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뛰어넘는 또 다른 산업혁명을 동시에 일으켜 그러한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IT시대를 넘어, 생명환경농업과 함께 LT산업(생명산업) 시대로 과감하게 진입해서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의 LT산업 강국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을 ‘대한민국의 5차 산업혁명’이라 일컫고 싶다.

5차 산업혁명은 동물, 식물, 곤충, 미생물, 종자, 유전자, 기능성식품, 물, 환경 등 생명관련 LT산업을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성장시킨다. ‘국민이 다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해 일자리를 만들고, 사람이 있어야할 자리를 되찾고, 사라져가는 인간성을 회복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생명산업이 성장하면 사회적 재화를 골고루 나눠 가질 수 있고, 식량·에너지·환경·의약품 분야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생명산업부를 신설해 여러 부처에 분산된 생명산업 분야를 통합 관리하면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고정관념 탈피, 매력 있는 농업으로

▲농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나?
-힌두교가 보편화된 인도에서 성스러운 소를 죽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는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야 한다. 비판과 의심이 허용되지 않는 관습이나 제도나 관행을 과감하게 던져버리라는 말이다.

우리농업에서 농약에 대한 맹신은 ‘성스러운 소’로 군림한다. 악취를 유발하고, 구제역·AI 같은 가축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밀폐형 축사도 마찬가지다. 농업은 경쟁력이 없다는 인식도 고정관념이다. 농민은 물론, 농업연구기관 전문가조차 ‘선입견의 사일로’가 견고하다.

타성과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한다. 오디세이의 ‘트로이 목마’는 고정관념의 과감한 탈피가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상징이 됐다. 생명환경농업은 우리 농업에 ‘트로이 목마’가 되어 쓰러져가는 농업을 구하고, 농촌에 다시 활기를 주고, 농민들에게 ‘행복’을 선사할 수 있다.

고성에서 성공을 거둔 생명환경농업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체계화·조직화·규모화하면 양질의 일자리 100만개를 무난히 창출할 수 있다. 실업자 숫자가 100만명에 육박하는 오늘의 현실을 생각하면 참으로 흥분되고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다.

생명환경농업은 농민들이 천연농약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또한 제초제 대신 오리나 우렁이로 제초를 한다. 기존 친환경농업의 문제점인 ‘고비용 저수확’ 구조를 ‘저비용 다수확’으로 바꿀 수 있다. 농업 경쟁력을 높이고, 환경을 살리고, 국민건강을 지키는 우리농업의 혁명이다.

생명환경농업은 농업을 가장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산업으로, 매력 있는 직장으로 바꿀 수 있는 ‘요술 방망’이라고 자신한다.

환경문제에서 중요한 농업을 쏙 빠뜨려버린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은 ‘앙꼬 없는 찐빵’이었다. 생명환경농업을 바라보지 못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일자리대박을 놓쳐버렸다.

일자리를 최우선적 국정과제로 두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달랐으면 한다. 기존 농민들은 물론, 은퇴 후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도시 서민들에게까지 생명환경농업이야말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줄 대한민국의 ‘트로이목마’가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고성=구자룡 기자 kucr@agrinet.co.kr
 

#이학렬 전 고성군수는
1952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났다. 고성종합고등학교와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소위 시절 서울대 금속공학과에 진학해 학사·석사 학위를 받았고, 텍사스주립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우리 해군사관학교와 미국 해군사관학교에서 교수를 지냈다. 중령으로 예편한 후 2002년부터 2014년까지 3선의 고성군수를 지냈다. 2006년, 2009년, 2012년 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2008년을 생명환경농업 육성의 해로 선포한 후 합성농약, 제초제,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생명환경농업’을 대대적으로 도입했다. 그 성과를 토대로 집필한 저서 '대한민국의 5차 산업혁명'(대양미디어)을 지난 3월에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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