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채소 수급안정을 위한 미니전망 발표회’엔 준비한 250석의 좌석이 꽉 들어차는 등 제주 지역 채소 농업인들의 큰 관심 속에 진행됐다.

올겨울 출하될 월동무의 재배 면적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가격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내년산 마늘과 양파의 재배 면적 및 생산량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18일 파종 및 정식을 앞둔 농민들에게 이런 동향을 알리고 해당 산업의 발전 방향을 도모하기 위해 월동채소 주산지 제주에서 ‘월동채소 수급안정을 위한 미니전망 발표회’를 개최했다. 농경연과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이 제주농어업인회관에서 함께 주최한 이 자리에선 채소류의 수급 전망과 더불어 주요 품목 생산자 대표들이 종합토론에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월동무 가격하락 우려…파종 전 재배면적 조사
마늘값 낮아 양파 등으로 작목 전환 재배 감소
양파 재배의향면적 증가…최대 6%까지 늘 수도


▲2017년 월동채소 전망=‘엽근채소 수급 동향과 전망’을 발표한 노호영 농경연 농업관측본부 엽근채소팀장에 따르면 2017년 월동무 재배 면적은 전년 대비 작게는 6%에서 넓게는 10%까지 증가한 4299~4448ha가 전망된다. 평년보다는 비슷하거나 최대 3%까지 늘어나는 전망치다. 지난 가을 제주 지역을 강타한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작년 출하기 가격 강세가 이어진 것이 농가들의 재배 의향을 늘려놓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대해 노호영 팀장은 “2017년 월동무의 재배 면적이 작년 및 평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가격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며 “파종 전 재배 면적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겨울당근도 지난해 대비 2% 증가한 1400ha내외의 재배 의향이 조사됐다. 지난해 가격 강세로 콩이나 감자에서 전환하는 농가가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평년보다는 5%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겨울양배추도 지난해보다 최소 4%, 최대 7% 증가한 3093~3188ha의 재배 의향을 나타냈다. 평년보다는 13% 감소한 전망치다.

무 기능성·상품화 연구를
양배추 재해보험 현실화
기후변화 대응 품종 개발


▲2018년 마늘·양파 전망=송성환 농업관측본부 양념채소팀장이 발표한 ‘마늘·양파 수급 동향과 전망’을 보면 마늘과 양파의 내년 전망치는 올해 수급 상황에 따라 서로 엇갈렸다.

2018년 국내산 마늘의 재배 의향 면적은 2017년과 비교해 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기·강원이 9.2%, 제주가 5.7% 감소할 것으로 조사되는 등 이들 지역의 감소 폭이 컸다. 여기에 농경연의 재배 면적 반응함수를 분석한 결과 최대 5%까지도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마늘 재배 면적이 감소하는 주된 이유는 전년 대비 낮은 가격으로 인해 양파 등의 작목으로 전환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반면 2018년산 양파 재배 의향은 2017년 대비 최소2%, 최대 6% 증가가 예고됐다. 2017년산 조생종의 포전 거래 가격 상승과 수확기 도매가격 상승이 주된 이유로 파악됐다.

▲생산 현장의 목소리=이번 발표회에선 주요 채소 품목의 생산자들이 참석,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월동무의 경우 좀 더 다양한 상품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강동만 월동무생산자협의회장은 “무 소비를 늘리기 위해선 무의 기능성과 상품화 연구가 필요한데 부족한 게 현실이다. 여기에 품종도 일부 품종에만 집중돼 상품의 다양성을 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무 소비가 침체돼 우리가 스스로 무 재배 면적을 줄이면서 이에 대응하는 후대응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이제는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양배추 농가들은 재해보험의 현실화 등을 주장했다. 김학종 양배추생산자협의회장은 “지난해 큰 태풍이 왔는데 재해보험 보상금이 너무 작아 별 도움을 받지 못했다. 농가 자부담을 늘려서라도 원금을 보전해주는 쪽으로 지원금을 늘려야 한다”며 “자조금도 현재 산지유통인과의 거래가 주인 양배추 유통 특성상 계통 출하 비중이 적을 수밖에 없어 자조금 조성을 위한 계통 출하 비중을 완화시켜 줄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마늘과 양파의 경우 TRQ(저율관세할당)물량이 이슈가 됐다. 이대성 제주마늘연구회장은 “수급조절매뉴얼을 보면 마늘의 심각 단계 기준 금액이 낮게 책정돼 TRQ가 들어오는 기준도 낮게 돼 있다. 이 심각 단계 금액을 높여야 한다”며 “인력 부분도 대부분 외국 노동자들을 활용하고 있는데 출입국 관리 문제 등을 농식품부가 법무부 등과 협의해 개선해나갔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이외에도 기후 문제와 대체 작물, 기계화 등 여러 현안이 집중 제기됐다. 정선태 제주농업인단체협의회장은 “기온이 상승하고 태풍 강도도 세지고 있다. 집중호우 역시 빈번해지고 있다”며 “이에 대응한 품종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주요 채소류 이외 콜라비나 방울양배추 등 틈새 품목으로 새로운 시장을 노려야 한다”며 “정책과 관련해선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제주지역 대선 공약이었던 해상 물류비 지원을 속히 시행돼야 하고, 부족한 인력난과 계속되는 가격 침체 속에서 밭작물 농기계 개발, 밭작물 최저가 보장제 같은 정책 사업도 필히 시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농경연은 주요 채소류의 파종 및 정식기를 앞둔 주산지에서 해당 품목의 미니 전망대회를 이어갈 방침이다. 260여명의 농업인 및 관계자들이 참석했던 이번 제주 대회에 이어 오는 27일 해남군농업기술센터에서 겨울배추와 마늘, 양파에 대한 미니 전망대회를 개최할 계획이고, 다음 달에도 중순경 건고추, 마늘, 양파와 관련해 경남·북 등에서 관련 전망대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김경욱·강재남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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