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부문 수입 증가…무역적자 64억6400만달러로 늘어
낙농육우협회 “낙농품 관련 재협상 이뤄져야” 목청 높여


미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FTA의 개정 및 수정 가능성을 포함한 협정 운영상황을 검토하기 위한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소집을 요구하고, 한국정부가 이에 응하겠다는 입장를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국내 농축산업계는 ‘한·미FTA 협상이 국내 농축산업에 불리하게 이뤄졌다’며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이 강한 상황에서 한국낙농육우협회가 낙농부문 재협상을 요구하는 논평을 내는 등 공세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어 주목된다. 

한국무역협회의 ‘한·미FTA 5주년 평가와 시사점’이라는 분석자료에 따르면 상품분야 대미 흑자는 늘고, 서비스분야는 적자가 늘었다. 또 투자측면에서는 FTA 발효 5년간 한국 측의 대미 투자가 미국 측의 대한국 투자에 비해 2배를 넘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정부가 그간의 한·미FTA에 대해 ‘상호 호혜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리는 이유다. 

하지만 품목별로 들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수출이 증가한 부문은 승용차 자동차부품 등의 공산품이고 미국에 비해 가뜩이나 규모와 가격경쟁력 등에서 열악한 국내 농업부문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과일류와 축산물 등의 수입이 늘면서 적자폭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상품부문의 경우 한·미FTA 이후 5년간 무역수지 흑자는 총 116억1000만달러 늘어났다. 발효 전 2011년 116억4000만달러이던 것이 지난해 232억5000만달러로 늘어난 것이다. 

반면 농축산부문의 경우 적자가 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한·미FTA 발효 5년, 농축산물 교역 변화와 과제’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발효 전 평년(2007~2011년) 62억9500달러이던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액은 지난해 71억8200만달러로 8억8700만달러 늘었다. 같은 기간 수출도 3억9900달러에서 7억1800달러로 3억1900만달러 늘었지만 수입이 더 많이 늘면서 적자폭은 58억9600만달러에서 64억6400만달러로 커졌다. 

이마저도 FTA 발효 이전 대미 주요 수입품목이었던 사료용 곡물의 수입선이 남미 등지로 옮겨지면서 나타난 착시현상이란 게 농업계의 분석이다. FTA 발효이전에 비해 지난해 대미 곡물류 수입액이 9억달러 정도 감소했는데, 이유가 미국의 작황 부진과 이에 따른 가격 상승 및 국내 사료업계의 경영악화 등으로 인한 남미 등지로의 사료곡물 수입선을 전환한 데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기존의 대 미 수입선이 그대로 유지됐다면 적자폭은 훨씬 더 컸을 것이라는 분석인 셈이다. 

최근 낙농품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한 한국낙농육우협회도 한·미FTA 협상이 잘못 체결됐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낙농육우협회에 따르면 지난 한·미FTA 협상에서 탈지·전지·연유에 대해 저율관세할당(TRQ) 5000톤을 배정하면서 연한 설정도 없이 매년 복리 3%로 증량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하는가 하면, 치즈도 15년 관세철폐와 함께 TRQ 7000톤을 기준으로 매년 복리 3% 증량하기로 했다. 더욱이 농산물세이프가드 적용대상에서 낙농품을 제외하기까지 했다. 이 결과 한·미FTA 발효 전 평년 수입량과 2015년 수입량을 비교하면 분유 1874%·치즈 324%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 

이후 EU·호주·뉴질랜드와의 FTA 발효에 따라 지난해 기준 원유 환산 유제품 수입량은 183만톤으로 FTA 발효 전인 2010년 113만여톤보다 62%나 증가했으며, 이 물량은 국내 총 원유 생산량에 육박하는 것. 그만큼 국내 자급률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한·미FTA 재협상 시 우리 정부가 낙농품에 대한 재협상을 미국측에 강력히 제기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분유 TRQ 복리증량에 대한 연한 설정 △TRQ 관리방식 변경 △농산물세이프가드 적용대상에 낙농품 포함 등을 재협상 의제로 설정해 잘못된 협상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진우·안형준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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