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창군 진부면 김일동 씨가 폭우로 유실된 배추밭에서 다시 모종을 심고 있다.

강원 평장 진부면 일대
생산비 증가에 ‘발동동’


200mm가 넘는 폭우가 이틀 사이에 퍼 붙고 지나간 후, 섭씨 32도를 웃도는 폭염이 시작된 15일 평창군 진부면 김일동 씨는 1만4000㎡ 배추밭에 모종을 옮겨 심고 있었다. 경사진 밭이 폭우에 유실되며 이미 심었던 모종이 대부분 뽑혀 나갔기 때문에 다시 심는 것이다.

김씨는 “기후변화로 날씨가 극과 극으로 요동치면서 농업생산이 너무 어렵고 생산비도 크게 증가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김씨는 이날도 배추밭의 작업을 지시하고 900미터 정도 떨어진 다른 배추밭에 바이러스 살충을 위한 약제작업을 했다.

26만5000㎡ 농경지에서 감자 4만8000㎡를 비롯해 배추, 무, 양파, 대파, 당귀 등을 생산하는 김씨는 생산비가 5년 전보다 20% 이상 증가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가뭄에 따른 물주기와 바이러스 방제를 위해 약값, 인력부족으로 상승한 인건비 등이 농업경영비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평균기온 상승과 이상기후가 빈번해지면서 외래 병해충과 생리장애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농업기술원의 연도별 병해충 의뢰현황에 따르면 2014년 48건이던 것이 2015년 85건, 2016년에는 103건으로 증가했으며, 생리장해 의뢰현황도 2014년 15건이던 것이 2015년에는 17건, 2016년에는 20건으로 증가했다.

현장 농업인들은 농업관련 기관들이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농업기술원의 경우 최근 몇 년간 반복적으로 고랭지배추 생산지역의 바이러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조사만 한다며 적극적인 대응책을 요구했다. 농업인들은 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정부의 농산물가격 정책에도 불만을 토로했다.

한 농업인은 "다양한 자연재해로 생산비는 증가하고 생산량은 조금 부족하여, 증가된 생산비에 맞게 가격이 조금 오르려하면 비축물량 방출과 수입 등으로 가격을 하락시켜 버린다"며 "더 큰 문제는 물량이 충분해 가격이 하락할 때는 물가당국이 전혀 대책을 안 세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가 앞으로 30∼50년은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 이에 따른 대책이 절실하다고 농업인들은 주장했다.

봄 가뭄에 대비한 농업용수 확보와 소비자와 생산자를 동시에 보호 할 수 있는 물가안정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일동 씨는 “시장개방과 기후변화로 생산과 판매에서 동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농업을 발전시키고 농업인들의 삶을 보호해주기 위한 대책이 절실한 시기다”며 “중앙정부는 농업의 1차적인 기능과 공익적인 기능의 중요성과 그 성과를 인식하고 농업관련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도록 지원과 독려를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고 주문했다.

평창=백종운 기자 baek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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