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효중 강원대학교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

 

언제부터인가 ‘먹고 살기 힘들다’라는 아우성이 일상화된 것 같다. 올해 1월 도시·국가 비교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의 자료를 분석한 허핑턴포스트(The Huffington Post)에 따르면 한국의 과일·쌀 등 식료품 12개 항목의 가격은 세계 119개국 가운데 상위 10%에 속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바나나 세계3위, 사과·오렌지·토마토 세계4위, 쌀·감자 세계5위, 양파·우유·치즈·쇠고기 세계6위, 흰빵·양배추 세계 11위로 나타났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비싼 식품을 생산하는 농업인들은 당연히 부자가 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수치이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좀처럼 나질 않는다. 양파 파동, 배추 파동, 감자 파동과 같은 무슨 무슨 파동 이야기를 거치면서 급기야는 무슨 무슨 농사 포기 같은 우울한 이야기들만이 머릿속에 아물거린다. 최근에는 우리의 주식인 쌀농사 포기라는 얘기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생산자인 농업인에게는 참으로 황당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올해 3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세계생활비(Worldwisw Cost of Living)’ 보고서에 의하면, 전년도 기준으로 서울 물가가 세계에서 6번째로 비싼 도시로 꼽혔고, 식료품 물가와 옷 물가는 세계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국내 식료품 물가 세계 최고수준

인간의 기본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의식주 세 분야 중 의(옷)과 식(식료품) 두 분야에서 서울이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이다. 1999년 세계 50위에서 2016년 세계 6위로 매년 2.6계단씩 급격하게 뛰어오른 것이다. 이러니 도시 소비자들은 못살겠다고 아우성을 치는 것이다. 돈을 아무리 벌어봤자, 삶의 기본적 요소인 의식주의 물가가 오른다면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한 효과는 빛을 보지 못할 것이다. 더욱이 기본 물가상승률이 소득상승률보다 높다면, 실질적인 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결과로 나타나 건전하고 건강한 노동에 대한 의욕 저하 내지는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하게 된다.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어 암울한 상태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농업과 농민, 그리고 농촌의 희생으로 인하여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값진 경제성장을 이룩하였다. 도시노동자를 공급하였고 도시노동자에게 저렴한 먹거리를 공급함으로써 낮은 임금일지라도 배고픔만은 벗어나게 할 수 있게 하여 경제성장의 과실을 우리나라 전 국민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수 없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의식주 물가가 모두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도시노동자의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지표상으로는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 보다 같거나 약간 높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반대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주택가격과 전월세 가격의 급상승, 이로 인한 다른 물가의 상승 등 의식주 관련 기본 정책의 실패로 나타나는 우리나라 경제의 악순환은 해결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고 깊은 어두운 터널로 빠져 들어가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모두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의 길로 들어설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 농업분야부터 실마리를 풀어보자.

저소득 농업인 상대적 박탈감

모든 권력의 원천은 명령과 통제이다. 그러기에 권력이 중앙에 집중된 정부는 명령과 통제를 토대로 하여 모든 정책을 수립한다. 그러나 명령과 통제에 기반 한 정책 운영은 그 결과에 대한 책임 또한 수반되어져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농업과 농업인에 대한 명령과 통제의 결과는 상대적 박탈감과 상대적 빈곤감을 넘어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과 분노로 표출되고 있다. 식료품가격이 높은 수준인 만큼 농업인들의 소득도 높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주식인 쌀의 경우, 생산자 측면에서는 안정적인 쌀 소득 보장, 소비자측면에서는 안정적 공급과 가격 안정이 주요 관심사일 것이다. 그러나 쌀 생산 농가들은 정부의 양곡 정책을 비판하며 생산비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소득은 판매수입에서 생산유통 비용을 뺀 것을 의미하는 것이니, 매년 판매수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매가를 현실에 맞게 인상해야 한다고 농민단체에서는 주장하고 있다. 지극히 당연하고 합리적이며 옳은 주장이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마치 농민들이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억지주장을 부리는 사람들로 매도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이는 명령과 통제의 결과에 책임지지 않고 있는 정부에 문제가 있음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이제는 정부가 그동안 명령과 통제를 기반으로 한 정책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명령과 통제를 힘으로 하는 권력의 향수에서 벗어나야 할 때이다.

농업·식품가격 정책 재검토를

잘사는 나라에 가보면, 주식과 기본 먹거리는 물론이거니와 전반적인 식료품 가격이 우리나라보다 싸고 안정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소비자인 국민들이 편안하고 여유가 있다. 우리나라보다 저렴한 식품을 생산하고 있는 농업인들도 우리보다 잘 살고 여유가 있다. 특히 오래전부터 농업회의소를 통해서 생산자가 힘을 갖게 하고 정부권력을 최소화한 독일의 경우가 그렇다. 요란스럽지는 않지만 진정한 강국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우리 정부도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행복할 수 있도록 경제정책의 기본인 농업정책과 식품가격정책을 원점에서 검토하는 자세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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