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대통령 직속 농어업특별기구’를 설치할 것을 약속한 가운데 농업계에서는 농어민, 소비자 등 주권자 시민이 실질적으로 참여한 형태의 농어업특별기구를 만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농어업특별기구가 농정의 심의나 자문기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정책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다. 또한 농어업특별기구가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개발위원회’ 등 다른 위원회와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심의·자문 중심 형식적 참여 아닌 ‘실질적 참여’ 강조
국가식품정책위 등 다른 위원회와 관계 정립도 필수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농업·환경·먹거리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지속발전 가능한 농업으로 농정의 목표와 방향을 근본부터 바꾸겠다”며 “이를 힘있게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농어업특별기구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농정 패러다임을 바꾸는 주체로서 ‘대통령 직속 농어업특별기구’를 택한 것이다. 

허헌중 (재)지역재단 상임이사는 대통령 직속 농어업특별기구가 농어민, 소비자 등 주권자 시민의 ‘참여’를 보장·촉진하는 민관협치기구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서의 참여는 ‘형식적 참여’가 아닌 ‘실질적 참여’다. 허 이사는 “기존의 심의·자문에 한정적인 역할을 넘어 의제발굴과 기획제안, 정책방향 및 실천계획 수립, 정책조정 등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위원회로서 농어업특별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특히 농어업특별기구는 농어민, 소비자, 전문가, 정부간 신뢰와 협력 속에서 진정한 협치를 통해 정책을 수립·시행·평가함은 물론, 대통령이 농민·국민과 함께 농정을 직접 살피는 컨트롤타워의 기능도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농어업특별기구의 역할로 허 이사는 ‘현행 농어업·농어촌·식품산업기본법을 농어업·농어촌·식품기본법으로 개정하고, 농어업·농어촌·식품기본법에 따른 중장기 계획 수립’, ‘농어민·농어업·농어촌, 먹거리, 교육·의료·복지·환경 등 각 부처의 관련 정책의 조정’, ‘국가의 주요 정책이 농어민·농어업·농어촌, 먹거리, 교육·의료·복지·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심의·평가’, ‘농정 주체 역량 강화사업 등 집행기능’ 등을 제시했다.

허헌중 상임이사는 농업계가 지혜를 모아줄 것도 독려했다. 관련예산 20억원이 삭감되면서 자칫 농어업특별기구의 탄생시기가 뒤로 늦춰질 수도 있다는 일말의 우려에서다. 그는 “성평등위원회의 예를 봤듯, 당초 성평등위원회는 국무총리실 산하로 예상됐는데, 인권단체들의 의지로 ‘대통령 직속’이 됐다”며 “농업계도 대통령 직속으로 농어업특별기구가 정착되려면, 농업계의 의지도 분명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무총리 산하의 농어업인삶의질위원회를 비롯해 ‘푸드플랜’과 맞물려 언급되고 있는 ‘(가칭)국가식품정책위원회’나 ‘(가칭)국가먹거리위원회’ 등 여타 ‘위원회’와의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각종 위원회간 역할이 중복될 경우 대통령 직속 농어업특별기구의 운영 추진 동력이 분산돼 기구의 힘이 약화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

김홍상 연구위원은 “농어업특별기구는 자문기구를 넘어서서 의결기구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고, 대통령의 관심과 함께 기구의 수장이 갖는 정치적 무게감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가 노무현 정부 때는 ‘국정과제위원회’ 12개 중 하나로써 부총리급 기구로 활동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 자문기구로 격하된 바 있다. 그만큼 농특위의 보폭도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오현석 지역아카데미 대표도 “농업계에서 농업의 소외감이 깊어지다 보니 농식품부만의 힘으로 안되고 힘센 곳이 농정을 맡아서 농업계의 소원을 풀어달라는 생각에서 기구가 구상 되는 것 같다”며 “농촌정책이나 식품정책의 영역이 한 부처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농어업특별기구를 범부처기구로 만들고, 장관들이 번갈아가면서 기구의 장을 맡는 방법도 있다”면서 김 연구위원과 비슷한 의견을 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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