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곡에 막힌 자금회전 기대…원곡 담보 인정 비율 입장차
"대북 지원·사료용 전환 등 적극적 시장 격리 방안 꼭 필요"
우리밀 신곡 수매가 7월 하순에 접어들면서 마무리되고 있다. 하지만 소진되지 못한 구곡 재고가 창고에 고스란히 쌓여 있는 상황에서 신곡 수매를 둘러싼 우려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수매 자금 및 구곡 재고 처리 문제 등을 놓고 정부와 관련 업계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우리밀 관련 업계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달 하순에 들어서며 우리밀 신곡 수매 작업이 갈무리되는 모습이다. 주산지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이번 신곡 수매 일정은 구곡 재고 처리에 어려움을 겪으며 예년에 비해 적게는 1주에서 많게는 2주 이상 전반적으로 지연돼 6월 하순에 이르러서야 수매가 시작됐다.
신곡 생산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3만톤 정도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생산 물량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소진되지 못한 구곡 재고 물량(1만2000톤)이 상당해 신곡 물량 자체가 우리밀 산업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업계에선 수매 자금 지원과 보관 여력 확보 등 단기 대책과 더불어 중장기적으로 구곡 재고 물량의 시장 격리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본보 7월 7일 10면 참조
이런 가운데 관련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농식품부와 업계 관계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관련 업계와 몇 차례 회의를 가지며 현장의 어려움과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며 대책을 모색해 왔지만, 뾰족한 방안을 도출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현재 우리밀 관련 대책은 관계 기관 등과 세부 내용을 최종적으로 조율하는 단계에 있으며, 조만간 공식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17일 “수매 자금 문제와 재고 문제 등을 모두 포함한 관련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세부 내용을 관계 기관 등과 조율 중에 있으며, 조만간 관련 대책이 공식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매 자금 지원 방안의 경우 정부가 원곡(구곡)을 담보로 우리밀 가공업체에 자금을 지원해 주는 곡물 담보 대출이 유력한 상황이다. 구곡에 자금이 묶여 자금 회전이 막혀 생산 농가에게 수매 자금을 줄 수 없는 업계의 요구를 정부가 적극 반영한 조치다. 하지만 원곡 담보를 인정하는 비율을 둘러싸고 정부와 업계의 입장이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구곡 재고 처리 문제가 어떤 방향에서 이뤄질 지가 업계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전부터 “구곡 재고 1만톤 물량에 대해 비축용 수매, 사료용 전환, 주정 원료의 고정적인 소비, 대북 지원, 폐기 등 시장에서 격리하는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민간에서 요구하는 수준처럼 적극적인 격리 대책이 나올 지는 불투명하다.
천익출 우리밀농협 조합장은 “수매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당장 급한 불이긴 하지만, 가장 주된 문제는 격리 방안이다. 그래야 가을 시점에 생산 농가들이 파종을 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출 수 있다”며 “재고 처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생산 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격리 방안이나 우리밀 제품의 홍보를 통해 구곡 재고를 소진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 기자명 고성진 기자
- 승인 2017.07.18 13:12
- 신문 2930호(2017.07.21) 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