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박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봉성면 소재의 한 사과밭(위쪽)과 우박 피해 이후 새로 심은 재산면 소재의 수박밭(아래쪽). 사과 수확은 불가능하고, 수박도 출하기가 늦어지면서 판매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박 모종 대신 씨 뿌려 재파종했지만 작기 늦어 걱정
사과에 상처…나무까지 다쳐 내년 꽃눈 받기도 어려워
“우박 내리던 지역 아니고 보험료 비싸” 재해보험 없어


#1년 농사 망치고 내년까지 걱정
“6월 1일에 우박이 내렸고, 곧바로 육묘업체에다 모종 주문을 해서 6월 25일경부터 정식을 했지. 수확이 9월 중하순이 돼야 이뤄질 텐데, 그때 수박 먹을 사람이 있을까 그게 걱정이지.” 봉화군 재산면 소재 재산초등학교에서 만난 이 모씨(68)의 말이다.

지난달 초 탁구공만한 우박이 일순 내리면서 농작물에 큰 피해를 입은 봉화군 일원을 피해 지난 10일 다시 찾았다. 노지수박 주산지인 재산면 일원은 우박 맞은 수박이 이미 걷어내져 있었고, 새로 공수해온 모종이 심겨져 있었다.

겉으로는 우박피해가 해결된 듯 보였다. 하지만 노지수박 농가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자신도 ‘새로 수박을 심어야 했었다’는 이 씨는 재산초등학교 건너편 산비탈을 가리키며 “저쪽 일원에는 일부 직파를 한 곳도 있다”면서 “자신도 일부에는 직파를 했다”고 말했다.

‘직파가 뭐냐?’고 묻자 ‘모종이 아닌 수박씨를 그냥 심었다’는 것. ‘통상 수박은 모종으로 키운 상태에서 정식을 하는 것 아니냐’고 다시 묻자 이 씨는 “급한 마음에 모종이 언제 올지도 모르고, 또 작기란 것이 있는데 너무 늦으면 수확을 못할 수도 있다는 마음에 씨를 그대로 심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산면 인근에서 만난 또 다른 수박농가 김 모씨(61). 지난달 29일에야 모종이 조달되면서 새로 심었다는 그는 재파종도 재파종이지만 팔 일이 걱정이다. 김 씨는 “우박이 내리고 난 다음에 남은 것이 하나도 없어서 다 걷어내고, 다시 밭을 갈아서 모종을 심었다”면서 “9월 말쯤이나 돼서야 출하가 될 것 같은데, 그때는 다른 과일도 다 나오는 시기고 여름도 한풀 꺾이는 상황이어서 ‘누가 먹어줄지’가 걱정”이라고 했다.

새로 모종을 심는데 돈이 얼마정도 드는지를 묻자 그는 “수박정식에 사용되는 비닐 한 두루마리 길이가 500m정도 되는데 370~380평 정도에 사용할 수 있는 길이”라면서 “도지로 땅을 빌려 이정도 하려면 400만원정도의 밑천이 드는데, 보통 10 두루마리 정도 하면 4000만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농촌에서 어떤 작물을 해가지고 1년에 4000만원 순이익을 올리겠냐”면서 “특히 이 지역에서는 노지수박의 경우 심기 전이나 수확 후에 다른 작물을 재배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 우박으로 1년 농가 공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재산면에 이어 사과 피해가 많았던 봉성면으로 자리를 옮겼다. 장마로 인해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외삼리 인근에서 만난 정 모씨는 우박 피해 이후 내버려 뒀던 사과밭에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베고 있었다. 

정 씨가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면적은 6000평정도. 하지만 급작스럽게 내린 우박으로 올해 수확은 요원한 상태다. 정 씨는 “우박으로 인해 대부분의 사과가 다 떨어진 상황이고, 그나마 달려 있는 것도 상처가 커서 상품성이 없다”면서 “또 나무까지 다치면서 회복되는 과정에서 순이 웃자라고 있어 내년에 꽃눈을 받기도 어려워진 지경”이라고 피해 상황을 말했다.

실제 정 씨의 사과밭은 굳이 밭 안으로 들어가서 확인하지 않더라도 듬성듬성 매달려 있는 사과의 상처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워낙 이번에 내린 우박이 크기도 컸고, 순식간에 쏟아 부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가뜩이나 피해가 심각해 올해 수확이 어려울 것 같다는 정씨는 농작물재해보험도 들지 않았다. 이유를 물었다. “비싸기도 하고, 또 이 지역은 봉화 관내에서도 우박이 내리지 않은 곳이라 ‘별 일 있겠나’ 싶었다”고 정 씨는 말했다.

정 씨는 “일단 사과농사에서는 소득을 기대하기 어려워서 남의 논을 빌려 수박을 심어놨는데, 이것도 수확이 제대로 될지 모르겠다”면서 “내년에도 사과 수확이 재대로 될 것 같지 않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내년에는 사과에 대해 재해보험을 들겠냐’는 질문에 그는 “수확이 제대로 될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들겠냐?”면서 “보험료도 비싸다”고 했다.

농식품부가 지난 6일 내놓은 우박피해 농가 대상 재배복구비 규모는 124억400만원. 전체 피해농가는 9540농가에 9033ha에서 우박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ha당 137만원·농가당 130만원이다. 의도하지 않은 자연재해로 한 해 농사를 망친 농가의 손실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농작물재해보험 어떻게 운영되나

NH손해보험, 36개 품목 판매
보험료 농가당 평균 190만원
사과·배 두 품목만 가입률 70%


이상기후로 인해 해가 갈수록 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농작물재해보험이 마련돼 운영되고 있지만 보험료가 높고, 또 일부 품목은 가입을 하려고 해도 보험상품이 없어 가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농작물재해보험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을까?

농식품부의 ‘2016년 농작물재해보험 가입현황’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보장보험과 농업시설, 시설작물 등을 포함해 총 36개 품목에서 농작물재배보험 상품이 판매됐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농가들이 낸 순보험료는 총 3500억원가량으로 가입면적과 가입농가수는 각각 29만7494ha·18만899농가이다. 농가당 평균 190만원·ha당 117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중 농가 부담은 지자체 지원비율에 따라 달라지지만 통상 20% 정도를 낸다.

하지만 가입률이 70%가 넘는 품목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36개 품목 중 가입율이 70%를 넘기는 품목은 사과와 배 단 두 품목. 종합보험을 포함한 사과는 총 1만8859농가·1만6290ha에서 가입해 순보험료가 1195억4400만원이었고, 배는 각각 9468ha·9194농가·순보험료 519억6700만원이다. 사과와 배의 ha 평균 순보험료는 각각 733만원·548만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가입률이 제일 높기도 하지만 반대로 가입부담도 크다는 뜻.

NH손해보험에 따르면 지난해 총 재해보험상품 판매로 벌어들인 3500억원 가량 중 380억원은 재해보험상품을 판매한 조합에 수수료로 내줬고, 1114억원 가량은 재해에 따른 보험금으로 지급했다. 나머지는 어디 갔을까?

NH손해보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리도 재보험사에 다시 보험을 든다”면서 “지난해의 경우 전체 들어오는 보험료의 90%를 재보험에 들었고, NH손보에서는 10%만 보유했다”고 말했다. 재해보험을 통해 총 들어온 보험료의 90%를 매월말 재보험사에 납입을 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보험금으로 지급할 금액을 받아낸다는 것. 만약 보험금 지출의 이유가 발생하지 않으면 소멸되게 된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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