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2018년부터 ‘쌀 생산조정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지난 11일, 국회에서는 ‘쌀 생산조정제 성공을 위한 조건’이란 제목의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국회의원연구모임 ‘농업과 행복한 미래’와 농어업정책포럼이 주최하고, 농어업정책포럼 내 식량자급분과·공공급식분과와 (사)자치와 협동이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생산조정제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갖고, 생산조정제 시행에 따른 콩, 유채 등 대체작물의 수급안정 방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했다.

논에 대체작물 재배할 수 있도록 작부체계 설계 모색
국산콩 증가 대비 TRQ 줄이고 소규모 가공시설 지원
사료용 벼 재배확대·유채 생산자협동조합 구성 등 제안


(사)자치와 협동의 최재관 대표는 △정부가 추정하는 2017년 10월 수확기 쌀 재고량이 150만톤 내외로 적정 재고량의 2배에 달한다는 점 △6월 15일자(통계청) 전국 평균 산지 쌀값이 80㎏당 12만6440원으로 22년전 쌀값으로 후퇴했다는 점 △전국적으로 쌀 직불금을 받지 못하는 농가들이 많아 쌀 직불금이 소득보전의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점 등을 쌀 생산조정제가 필요한 이유로 제시하면서, “생산조정제를 5만ha·1500억원의 식량자급 시범사업으로 전환하자”고 주장했다. 단순히 쌀을 처리하기 위한 생산조정제가 아니라 ‘5만ha 규모에 1500억원을 투입해 식량자급을 높이는 시작으로 삼자’라는 게 최 대표의 얘기다.

그래서 쌀을 NON-GMO 식량작물로 대체하고, 이 대체작물의 판로를 공공급식으로 꿰하며, 지역 농어업회의소를 중심으로 지역농민이 함께 계획생산에 참여토록 하자는 구상을 내놓은 것이다.

최재관 대표에 따르면 공공급식 이용자수는 총 1716만9000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한 공공급식에 NON-GMO 식량작물을 제공한다고 가정할 때, 유채는 8만ha, 콩은 5만ha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NON-GMO 식량작물의 판로는 공공급식이 해결할 수 있다는 것.

최재관 대표는 쌀 생산조정제의 성공조건으로 “생산조정제가 끝나더라도 쌀 생산에 복귀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조완형 한실림연합 전무이사가 ‘작부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유와 같다. 조 이사는 “논에 밥쌀용 벼를 대신해 대체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지역의 자연풍토와 농업자원, 기술역량 등에 맞는 작부체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특정작물에 집중되지 않도록 예를 들어 이모작이 가능한 중남부 지역의 경우에는 전작으로 조사료용 벼, 사료곡물용 벼, 가공원료용 콩 등과 후작으로 가공원료용 밀, 사료곡물용 밀, 채종유용 유채 등을 결합한 다양한 작부 체계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쌀 생산조정제를 통한 쌀의 대체작물로 ‘콩’이 자주 언급되는데, ‘2011년 논소득기반다양화사업’의 결과 2011년에 콩 재배면적이 증가하면서 2012년에 곧바로 콩 가격이 하락, 논소득기반다양화사업이 실패했다는 비판 때문이다. 남무현 전 불정농협 조합장은 “당시 콩 재배면적이 늘어 가격이 하락한 것이 아니라 콩 저율관세할당량(TRQ)을 늘린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남 조합장은 “콩을 대체작물로 심는다면, 국내산 콩에 대비해 TRQ 물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국내산과 수입산의 가격을 조정할 수는 있지만, 1030원 가량의 값싼 TRQ 물량으로 가공하는 데 업체들이 길들여져 있어 TRQ 물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안된다”며 “1차년도에는 생산비를 지원하고, 2차년도에는 소규모 유통가공시설을 지원하는 등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하철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연구관은 “쌀 생산조정제의 핵심방향인 ‘국내 생산이 부족한 조사료 중심’을 완수할 수 있는 최적의 작물이 사료용 벼”라며 ‘사료용 벼’에 초점을 맞췄다. 홍 연구관은 한우 거세우에 사료용 벼와 배합사료를 혼합해 급여한 결과 볏짚과 배합사료 혼합보다 비육에 더 유리했다거나 젖소에 사료용 벼 TMR 급여 시 호밀 TMR보다 산유량이 많아 사료용 벼 TMR이 호밀 TMR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는 등의 연구결과를 함께 내놓으면서 “2018년 쌀 생산조정제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한 사료용 벼 종자확보방안을 마련하는 등 기술적인 준비는 돼 있다”고 피력했다.

손웅모 푸른평화생협 본부장은 ‘유채’에 주목, “유채를 통해 농업이 이제 단순히 좋은 먹거리에서 에너지를 넘어 지역자본주의의 미래의 삶을 바꿔나가야 하는 큰 과제를 쌀 생산조정제의 일환으로 추진할 때가 됐다”며 “유채유는 콜레스테롤이 적은 건강에 좋은 식용유로 유채는 식용유만이 아니라 양봉을 포함한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사료나 비료 등으로 사용되며, 일본의 미나토협동조합은 바디샴푸 등 다양한 상품개발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본부장은 ‘협동조합 시스템’도 강조했다. 쌀 생산조정제를 통한 유채사업화를 선진화하기 위한 조건인데, 손 본부장은 “먼저 재배자들이 생산자협동조합을 만들어 계약재배를 하고, 지역별 협동조합끼리 연합해서 식용유 착유를 해 판매를 하며, 각 식용유 판매 협동조합이 생산자협동조합이 되고, 전국단위 연합회를 만들어 수급조절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쌀 생산조정제 성공을 위한 조건’ 긴급토론회 다음날인 12일,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와 함께 개최한 정책토론회 ‘신정부 쌀 농업대책과 과제’에서도 쌀 생산조정제를 둘러싼 비슷한 의견이 나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김종진 곡물관측실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초과공급량 29만톤에 해당하는 약 6만여ha을 감축해야 한다”면서 “다만, 일본의 생산조정제 사례에서 보듯, 생산조정제로 쌀값이 상승하면 쌀 면적이 다시 증가해 생산조정 면적이 점차 늘어나는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전환되는 타작물의 수익성 및 판로 등을 개선하는 종합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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