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연구원 세미나 농민 의견 반영, 지역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 재설계 목소리

농업과 생태환경을 접목해 공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충남도가 ‘농업생태환경프로그램’ 시범사업을 진행중인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년부터 ‘농업농촌환경보전프로그램’을 시행할 방침이어서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 사업이 성공하려면 유럽연합(EU)의 사례와 충남의 현장경험을 충분히 검토, 우리 실정에 맞게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특히 이 사업을 포함한 향후 농정 전환은 그동안처럼 중앙정부의 일률적인 지침이나 규제보다 지방자치단체와 현장농민의 자율적 참여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은 환경시책 이행 농가에 녹색직불금 추가 지급 주목
가족농 중심 지속가능성 중시…경영주 78.4%가 60세 미만


6일 충남연구원 주최로 열린 ‘농업 ·농촌과 환경의 접목: 농업생태환경프로그램 도입’ 세미나에서는 충남의 시범사업 경험에 대한 검증을 통해 이 사업을 전국적인 사업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관률 충남연구원 농업농촌연구부장은 주제발표에서 지난해부터 충남도가 보령 장현마을과 청양 화암마을에서 추진 중인 시범사업이 농촌마을 공동체 회복, 환경친화적 농업 활성화, 농촌경관 개선 등의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박사는 향후 이 사업이 전면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사전 교육을 통해 농민의 의견을 반영함으로써 지역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농가당 사업규모는 300만원 정도로 설정하고, 단가는 현재보다 하향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많은 사업을 평면적으로 나열하기 보다는 기초 2년, 전환 3년, 심화 등으로 구분해 지속 추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에 앞서 오현석 지역아카데미 대표는 ‘직불금 중심 농정의 성공요인과 전제조건’ 주제발표에서 “유럽은 2014년부터 대부분 직불에 이전보다 단순화된 상호준수 의무를 이행토록 하고, 환경시책을 이행하는 농가에게는 녹색지불금을 추가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EU 공동농업정책을 주도하는 프랑스의 경우 가격지지는 줄었지만, 농업노동에 대한 보상과 가족농을 중심으로 하는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직불 정책으로 농업경영주 가운데 60세 미만층이 전체의 78.4%에 달할 만큼 중간층이 두텁다고 소개했다.

김태연 단국대 교수는 ‘유럽 농촌환경관리정책의 형성과정과 영향’ 주제발표에서 “유럽이 농촌환경보존을 위해 농업환경정책을 도입하는 가운데 영국의 경우 농업환경을 농촌이라는 포괄적 개념 하에서 다루는 ‘농촌관리정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도 포괄적인 농촌정책 도입, 저투입 농업 확산과 함께 환경·경관·역사·문화 등 다기능농업을 시행하는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를 담당할 농촌환경관리자 육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는 직불금이 농업을 실천하거나 하려는 농민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현장 의견도 나왔다.

정민철 젊은협업농장 대표는 “농민 계층은 규모, 작목, 연령, 농지원부, 경영체 등록상 모두 다른데 일률적인 지원은 자칫 지속가능한 방향이 아니라 고령농 위주의 현상 유지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농민 개념이 애매한 상황에서 직불금 개혁은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도록 복지 등 각종 보완대책이 종합적인 프로세스로 준비돼야 하고, 이를 지역에서 관리할 주체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농식품부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기준 논란
“양분수지, 공익성 중심 농정 패러다임에 적합 의문”


▲농식품부 양분수지 기준 논란=세미나 이후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년부터 5개소에 도입하려는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의 기준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토론자로 나온 정경석 농림축산식품부 친환경농업과장은 “내년부터 농업환경개선이 필요한 과잉양분 지역 60~100개 가운데서 5개 지구를 선정, 5개년 계획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1년차인 내년에는 지구당 농업환경 진단, 교육 협약을 진행하고, 2년차인 2019년부터는 사업실행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정 과장은 “과잉양분 지역의 양분수지를 국내 평균 수준으로 맞추고, 나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까지 가져갈 계획”이라면서 우선 5개소에서 60가지 프로그램을 갖고 시범사업을 시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옵저버로 참석한 국립농업과학원 홍석영 박사도 “이 사업은 양분수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본다”는 의견을 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3월 제4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계획을 통해 한국형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 모델 5개소를 2020년까지 육성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때 농식품부는 2015~16년 새만금에서 시행된 새만금유역 농업비점관리 거버넌스 구축시범사업을 예로 들었다. 이 사업은 새만금 간척지 유역을 대상으로 적정비료 및 방제시스템을 내용으로 하는 농업 배출저감기술(BMP)을 활용, 질소와 인의 배출을 줄이고, 토양개선, 가축분뇨 자원화, 폐자재 농약병 등 농업활동 부산물 관리, 생태둠벙, 용배수로 등 농업기반시설 공동관리 등을 유도한 사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농식품부가 이 사업의 기준으로 삼는 ‘양분수지’가 과연 기존 투입과 생산 중심 농업에서 생태환경과 공익성을 중심으로 농정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취지에 부합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태연 교수는 “양분수지 과다지역을 지원하면 그동안 과다시비를 해온데 대해 상을 주는 격”이라며 “양분수지는 화학비료와 유기질 비료 구분도 안 되고 농약도 고려되지 않는 만큼, 관행을 인정하는 방식보다는 권고기준을 기본으로 하되, 결과로서 생물다양성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석 대표는 “양분수지는 마이너스 방식, 환경규제적 관점이므로 농업환경프로그램은 기본에 추가로 생태환경 등 공익적 기능을 더하면 혜택을 주는 플러스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관률 박사는 “양분수지라는 것은 기존의 투입재 중심, 생산주의 농정방식”이라고 평가하고 “농업생태, 경관보전, 문화 등 공익적 기능에 대해 추가로 지불하는 인식전환을 내용으로 하는 이 사업에 양분수지가 왜 필요한가”라고 반문했다.

이상길 논설위원·한국농어민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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