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물량·발동시점 중요한 데도 부처간 협의 통해 이뤄져 늑장
시행여부 등 최종 확정 때 ‘격리효과 반감’…쌀값 안정 역부족

7월 단경기를 맞은 산지쌀값이 또 다시 소폭 하락한 가운데 소비량 대비 초과 생산량에 대한 시장격리조치가 자동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시장격리조치는 ‘어느 정도 물량을 격리할 것이냐?’와 ‘발동되는 시점’이 중요한데, 현재는 부처 협의를 통해 시장격리 여부와 물량, 시점을 결정하다보니 실시여부도 확정적이지 못한데다 격리가 결정되더라도 시점이 늦어지면서 효과가 반감된다는 것이다.

2016년산 쌀 단경기가 시작된 지난 7월 5일 기준 통계청 산지쌀값 조사치는 80kg 기준 12만6732원으로 전순인 지난달 25일 조사치보다 88원 하락하면서 지난해 수확기 평균 12만9807원보다 2.36% 하락했다. 지난해 동기 14만2900원보다는 11.3%(1만6168원) 떨어진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 초 ‘올해 단경기 쌀 가격이 13만5000원선에서 형성될 것’이라던 전망을 지난 6월 쌀 관측에서 바꿨는데, ‘단경기 쌀값 13만1300원 내외가 될 것’이라는 우울한 ‘6월 전망’이 맞아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방식의 수급조절로는 쌀값을 안정화시키는 데 역부족이라는 지적과 함께 양곡관리법 개정을 통해 소비량 대비 초과생산량을 시장에서 자동으로 격리시키는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이는 최근 김영록 신임 농식품부장관이 취임식에서 내놓은 쌀 대책에서 한발 더 나가는 것이다. 김영록 장관은 지난 취임식에서 시장격리와 관련, “올해 신곡 수요를 초과하는 수준 이상의 물량을 시장에서 조기에 격리하고, 이에 대한 정부 내 의사결정과 발표 시기도 앞당겨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7년산 쌀의 수요초과 물량의 시장 격리를 약속하는 한편, 부처 내 의사결정도 빨리 하겠다는 것으로 기존의 시장격리조치를 바라보는 현장 정서를 일부 받아들인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의 대책으로는 20년 전 가격으로 떨어진 산지쌀값을 회복시키기 어렵다는 것.

이에 대해 사실상의 쌀 수급조절역할을 맡고 있는 농협전국RPC운영협의회는 최근 정치권에 대해 올 수확기 대책으로 과잉생산물량의 ‘자동격리제’ 도입을 요구했다. 과잉생산물량의 자동시장격리를 요구하고 있는 농협전국RPC운영협의회의 문병완 회장은 그 이유로 “쌀의 수급조절은 정부가 해야 하는 것이고, 정부 중에서도 전문기관은 농식품부”라면서 “그런데 현 시스템 상으로는 농식품부가 시장격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더라도 자금을 쥐고 있는 기재부가 협조하지 않으면 시장격리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 회장은 “언제, 어느 정도의 물량을 시장에서 격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시점, 그리고 이를 통해 시장에 신호를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수확이 다 끝난 11월 중순에서야 물량을 결정하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쌀값을 정상화 시킬 수 없다”면서 초과물량의 자동시장격리 조치의 도입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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