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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적합업종, 법제화로 강제성 가져야"
   

▲11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선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등이 논의됐다.

자율합의·권고사항에 그쳐 최대 6년 '한시적 보호'
올해 두부·순대·떡 등 49개 품목 대거 해제 위기
성과 내기 전 만기도래…되레 경쟁력 악화 우려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적합업종제도)가 도입 취지를 적극 살리기 위해선 행정적 제도 수준을 넘어 완전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자율합의와 권고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실효성 확보가 어려워 법적 강제성 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11일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에선 더불어민주당 이학영·이훈 의원과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 서울시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적합업종 품목의 사례 발표에 이어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등이 논의됐다.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는=중소기업이 사업하기에 적합한 업종을 지정해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제한하기 위해 동반성장위원회에서 2011년부터 도입해 시행 중인 제도다. 중소기업협동조합·사단법인 등 업종 품목을 대표하는 중소기업자단체가 동반성장위원회에 지정을 신청하면 대·중소기업 간 민간 합의를 거쳐 지정 여부가 결정되고, 지정된 업종에 대해서는 동반성장위원회가 대기업 진입 제한 등을 권고하게 된다. 지정 기한은 3년이며 재합의를 통해 3년 더 연장할 수 있다.

올해는 제도 시행된 지 7년차를 맞는다. 연초 74개 품목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었으나, 이중 49개 품목이 올해 기간 만료로 중소기업적합업종에서 해제될 예정이다. 두부, 순대, 간장, 떡, 고추장 등 소상공인의 주요 사업영역 품목들이 대거 해제될 처지에 놓였다.

이번 토론회에서 두 번째 사례 발표를 한 조상현 한국쌀가공식품협회 부장은 2014년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떡국떡과 떡볶이떡이 올해 기간 만료가 되기 때문에 재지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부장은 “떡국떡과 떡볶이떡 시장은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3년 동안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실태조사 결과 적합업종 지정으로 매출액 증가, 심리적 안정감 등 사업경영에 도움이 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적합업종 재지정은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반드시 재지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합의 연장이 불가할 경우 대기업의 자본력과 자체 유통망을 무기로 중소기업 사업영역까지 공격적으로 진출해 중소기업들의 경영 위축과 도산이 크게 우려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문제점과 한계는=6년이라는 한시적인 보호만 가능한 제도의 특성상 기간 만료 이후의 대책이 없으며, 특히 민간 합의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지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적합업종 재지정기간 만료(6년) 이후 대안이 없고, 적합업종 지정 내용과 범위 등 세부기준도 없다”며 “또 자율 합의와 권고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실효성을 확보해 내기가 어렵다. 사후관리로서 이행 점검 및 위반여부 관리가 불명확한 것도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홍정호 중소기업중앙회 부장은 “자발적 합의의 특성상 상대가 협상에 응해야만 진행이 가능한 부분도 있다”면서 “대기업이 협상 테이블에 응해주지 않거나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등 합의 진행에 불성실하게 대응해 적합업종 지정을 지연시키거나 무산시키는 문제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홍 부장은 또 “적합업종 제도는 1회에 한해 권고기간 연장이 가능해 최대 6년간 지속할 수 있는 일몰제”라면서 “업종별, 산업별 특성에 따라 투자 성과가 경쟁력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직 성과가 나오지 않거나, 이제 막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개선 방안은=전문가들과 관련 단체 관계자들은 그동안 나타난 적합업종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내용을 담은 법제화가 이제는 전면적으로 이뤄져야 할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정인대 서울시 소상공인명예시장은 “적합업종 제도는 그동안 나름의 성과가 있었지만 아직도 개선이 많이 필요하다. 사실상 개선이란 법제화이며, 이는 시급한 내용”이라면서 “적합업종을 지정하는 이행조치는 권고사항일 뿐 법적 강제사항이 아니다.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법제화를 주장하는 이유다”라고 제도의 법제화를 촉구했다.

손금주 국민의당(전남 나주시화순군) 의원은 “적합업종을 법제화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라며 “한편으로는 이를 법제화할 경우 업종 규제가 대기업으로 한정돼 있어 외국계 기업과의 역차별이 있을 수 있고, 업종 전문화된 중견기업의 부진을 불러올 수 있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만큼 더 나은 방향으로 법제화 노력을 계속해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안’이 발의(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상황이다. 이 특별법 제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서, 중소기업청장이 적합업종을 지정·고시하게 하고, 대기업은 생계형 적합업종의 사업을 인수·개시 또는 확장할 수 없도록 했으며 위반 시 중기청장이 이행강제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홍정호 부장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적합업종 제도가 금년 중 법제화가 되더라도 실제 법적 효력이 발생하기까지 통상 6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 결과적으로 전체 72개 적합업종 지정 품목 가운데 올해로 기간 만료가 되는 47개 품목은 법의 사각지대로 인해 적합업종에서 해제, 검토대상에서 제외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적합업종 권고기간 만료 품목에 대한 일괄적인 유예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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