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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29일 첫 발을 내민 대중국 삼계탕 수출이 1년을 맞았다. 4개국에 집중된 삼계탕 수출의 다변화와 수출물량 확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작됐지만 AI와 사드 등의 여파로 현재 중국 수출길이 사실상 막혔다. 육계업계 내에서 삼계탕 수출 검역·위생조건이 완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이유다. 중국 수출시장에 대한 긍정신호도 있다. 삼계탕을 레스토랑 등에서 요리 재료로 활용할 경우 중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은 물론 수출 증대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육계업체들이 삼계탕 수출재개를 바라는 이유 중 하나다.

대중국 삼계탕 수출 1년, AI·사드 여파로 사실상 수출 중단
육계업계 검역·위생조건 완화 요구…정부 "수출 재개 노력"


▲대중국 수출 개시, 새로운 시장 개척에 일조=삼계탕 수출은 그동안 일본·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삼계탕 수출액은 1128만7494달러다. 이중 일본과 미국으로 수출된 금액은 각각 380만555달러, 284만9354달러. 일본(33.7%)과 미국(25.2%)과 함께 또 다른 주요 수출국, 대만(16.2%)과 홍콩(10.0%)까지 합한다면 4개국의 수출비중은 약 85%에 달한다.

대중국 수출은 4개국으로 편중된 삼계탕 수출의 시장 다변화와 수출 확대 등에서 긍정적인 측면으로 작용했다. 실제 수출이 시작된 지난해 6월 29일 이후 하반기 수출실적은 73만4876달러로 2015년 하반기(7189달러) 대비 100배 이상 증가했다. 2015년 0.12%에 그쳤던 대중국 수출비중은 지난해 7.51%까지 상승했다.

육계업계는 수출 확대 가능성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하나의 요리를 여러 명이 즐기는 중국 식문화에 맞게 삼계탕을 주재료로 활용한 요리를 선보인다면 수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에 진출한 외식업체인 와라와라는 칼국수와 삼계탕이 조화를 이룬 닭한마리칼국수, 삼계탕의 닭을 요리 재료로 사용한 닭가슴살또띠아샐러드, 닭고기 스파게티 등의 요리를 선보이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중국 현지를 방문한 육계업계 관계자는 “1인당 하나씩 먹는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요리 개념으로 삼계탕을 접근하고 있다”며 “중국 바이어들이 삼계탕에 배추와 면을 넣으면 2~3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도 줄어들어 삼계탕 소비 및 수출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어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식재료로 삼계탕을 공급할 경우 포장 및 디자인 등에서 비용절감도 할 수 있어 수출업체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사실상 중단된 삼계탕 수출=이 같은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현재 삼계탕 수출은 사실상 중단됐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 여파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한국에서 AI와 뉴캐슬병이 발병할 경우 수입을 중단하는 내용의 ‘대한민국 농림축산식품부 및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중화인민공화국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 간 한국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삼계탕의 수의 위생 및 검역·검사조건에 관한 약정’(이하 삼계탕 중국 수출 검역·위생조건)을 체결했다.

즉, AI(또는 뉴캐슬병) 발생농장 반경 10㎞ 이내에 위치한 곳에서는 삼계탕을 수출할 수 없다고 합의한 것이다. 열처리된 레토르트 삼계탕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국내 수출 작업장(11개소)들이 AI 발병지역의 반경 10㎞ 내에 모두 포함되면서 현재 삼계탕 수출은 중단됐다. 사드 여파로 중국 현지에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마케팅 및 프로모션도 진행하기 어렵다. 삼계탕 수출과 마케팅이 모두 중단되면서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산 삼계탕을 접할 기회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 지난해 5월 삼계탕의 본격적인 대중국 수출을 앞두고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8000여명의 중국인관광객을 대상으로 열렸던 삼계탕 만찬파티.

▲삼계탕 수출 활성화를 위한 과제=수출업체들은 현재 수출 중단된 삼계탕의 수출재개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꼽는다. 중국 시장 진입 초기인 만큼 백화점·대형마트 등에서 다양한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바탕으로 수출을 진행해야 하지만 현재 사드와 AI로 제약을 받으면서 수출업체들이 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 A업체 관계자는 “중국 바이어들은 삼계탕을 갖고 오면 알아서 처리해준다고 하지만 AI로 수출을 할 수가 없으니 답답하다”며 “지금까지는 그동안 수출됐던 삼계탕으로 처리했지만 머지않아 중국 내 재고가 소진된다면 바이어들의 요구를 어떻게 해결해줘야 할지 고민스럽다”며 수출 재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육계업계에서는 또 정부가 AI 발생과 관계없이 삼계탕이 수출될 수 있도록 수출 검역·위생조건을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통상 열처리된 레토르트 삼계탕은 질병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수출된다. 실제 일본과 미국은 올해 5월까지 각각 139만 달러, 127만 달러 상당의 한국산 삼계탕을 수입했다. 한국이 일본·미국과 체결한 삼계탕 수출 검역·위생조건에는 한국에서 AI가 발생해도 수출을 중단한다는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B업체 관계자는 “AI 때문에 수출이 들쑥날쑥하게 진행된다면 중국 바이어들이 우리 삼계탕을 취급하겠냐”며 “레토르트 삼계탕은 멸균제품인 만큼 AI 발생여부와 관계없이 수출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직접 나서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AI로 수출길이 막히면 다시 열릴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어렵게 수출이 재개돼도 또다시 AI가 발병하면 다시 막히는 과정이 되풀이 될 수 있는 만큼 다른 수출국처럼 검역조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일부 시장에서는 중국 내에서 생산된 저가의 삼계탕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수출업체들의 위협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다. 수출 삼계탕은 약 60~70위안(800g)으로 책정되지만 저가 삼계탕은 40위안 수준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업체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 만들어지는 소위 짝퉁 삼계탕들이 우리 제품의 수출 중단 시점에 유통되고 있다”며 “우리 수출길이 막혀 있어 대응하기도 어렵고 답답한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 박제민 농식품부 검역정책과 주무관은 “현재 삼계탕 수출 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제하며 “일본의 경우 열처리됐다는 증명만 되면 삼계탕 수출이 가능하고 미국도 AI 발생에 따른 수출 제약은 없다”며 “수출업체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내부 검토과정도 진행하겠다”고 답변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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