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의 창간 37주년을 기념해 ‘새정부 농정에 바란다’를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는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지속 가능한 농업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농정 방향(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경제적인 논리를 바탕으로 농업·농촌을 바라본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중앙정부 주도의 농정이 아닌 시·군 단위가 주도하는 농정 체계를 구현해야 한다는 주문과 함께 직불제 개편, 푸드스탬프 도입 등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제발표/새정부 농정공약 실천방향
“농민이 농정 이끄는 주체돼야”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 약속 지킬 것
국가 먹거리 종합계획 수립·후계농 육성

 

▲이재수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정책센터 소장=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7월 15일 새 정부의 농정공약 실천 방향에 대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관련 내용을 밝히기 어려운 관계로 대선 농정공약이 어떤 취지에서 만들어졌는지 위주로 발표를 하려고 한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농어민위원회가 처음 만들어지고 나서 문재인 정부의 농정공약 수립에 참여할 수 있는 우연한 기회를 갖게 돼 지난해 총선 공약에서부터 참여하게 됐다. 정해진 답을 공약화하는 것이 아니라 농민과 국민들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공약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농정공약을 만들었다. 농정공약을 만들기 전에 농업의 다양성이 많다는 측면을 깊이 있게 다뤄보자는 논의가 출발선이었다. 이런 차원에서 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부분을 넣자는 것도 초창기 논의됐던 내용이지만 끝까지 지속되지는 못했다.

한농연과 농민 단체들의 요구는 대통령이 농업을 직접 챙겨야 한다는 것이었고, 대통령도 매번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같은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올해 한농연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에 참석해 첫 번째 공약으로 ‘대통령이 직접 농업을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쌀 문제는 지금까지 최악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대통령께서 쌀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던 계기가 백남기 농민이 사망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병상과 현장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한국 농업의 현실이나 문제점 등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 농업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많았고, 결국 농정 공약에 들어가게 됐다.

환경 문제와 먹거리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논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부분은 이른바 푸드플랜, 국가 먹거리 종합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부분이다. 후계농업인을 육성하는 부분도 중요한 부분이다. 육성 방안에 대한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끝으로 농민들이 이제는 전면에 서서 농정을 이끄는 주체가 돼야 하고, 이런 형태가 농업회의소나 협치 개념으로 나타날 수 있다. 농정공약은 여러분들의 참여로 완성될 것이다. 1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발표 내용을 보고 모자란 부분이 있으면 의견을 제시해주셨으면 한다.
 

▲ 한국농어민신문 창간 37주년 기념행사에 앞서 ‘새정부 농정에 바란다’는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기존 농정 체계와 패러다임의 변화를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한편 직불제 개편, 중앙 정부가 아닌 시·군 중심의 농정, 푸드스탬프 도입 등을 새정부에 요구했다.
참/석/자
이정환 GS&J인스티튜트 이사장(좌장)
양승룡 고려대 교수
김태연 단국대 교수
정승헌 건국대 교수
문병완 농협 전국RPC운영협의회장
탁명구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 사무총장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


#종합토론

종합토론에선 농정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는 인식이 공통적이었다. 변화하는 농업 환경에 맞는 농정 방향과 개념, 농정 체계의 혁신 기조 속에서 직불제 개편, 환경 및 식생활·지속가능한 농업을 생각하는 푸드플랜 수립, 푸드스탬프 도입 등이 언급됐다.

▲이정환=1 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달러를 바라보고 있지만 GDP 대비 농업 비중은 1%대로 떨어지고 있고 미국·중국·EU 등 농업 선진국들과 잇따라 FTA를 체결해 국내 시장은 개방된 상태다. 이처럼 농업 환경이 변화됐기 때문에 1990년대 만들어진 농업 정책의 개념을 지금 시대에 적용할 수 없다. 그래서 농정 방향이나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농정의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 가야 한다. 토론자들께서 분야별로 새 정부의 농정 방향 등에 대해 말해 달라.

국민 설득할 공익적 가치 연구를
▲양승룡=문 재인 정부는 농정 방향의 첫 번째로 지속 가능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농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농민들의 소득이 보장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 직불제도를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청년직불제와 공익형직불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농업의 공익적 가치·기능 등에 대해 연구를 하고, 충분한 설명과 설득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정책 및 R&D 등에서 예산을 투자하면서 농업 기반은 잘 갖춰가고 있지만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농업 분야에 투입한 예산 등이 시장에서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 및 정책이 시장에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중간 연결고리를 점검해야 한다. 쌀과 관련 신임 장관께서 생산조정제와 함께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목표가격 인상을 추진한다고 언급했다. 두 가지 정책을 별개로 진행하기보다는 생산조절형 직불제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간이 주도하는 지방농정 구축
▲김태연=그 동안 새 정부가 출범하거나 신임 장관이 취임하면 새로운 정책을 발표해왔지만 항상 한 가지가 빠졌다. 그동안 진행했던 농업 정책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잘못한 부분이 무엇인지 언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정책을 발표한다면 과연 새 정책이 맞는지 공감하기 어렵다.

또 현 농업문제는 중앙정부 주도로 농정이 시행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정이 가야할 방향과 목표만 제시하고 실제 사업을 발굴해 수행하는 것은 시·군에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시·군에서 주도적으로 농정을 이끌어가야 한다. 시·군에서는 민간 주도의 지방농정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와 함께 농업 정책은 환경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정부가 환경보존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를 따르는 농민들에게 추가 보상하도록 농정을 끌고 가야 한다. 그리고 직불제 명칭도 공익형 직불제가 아닌 환경보존형 농업직불제로 바꿔야 한다.

쌀 자동으로 격리되도록 법제화
▲문병완=FTA 로 수혜 받는 기업의 이익 일부를 환수해 농어업 등 피해산업을 지원하는 제도인 무역이득공유제를 시행하는 대신 ‘농어촌 상생협력·지원 사업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지만 지난 3개월 동안 모인 기금은 1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과연 국가가 농업·농촌에 어떤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쌀과 관련해 농식품부 장관이 쌀을 시장에서 격리하고 싶어도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다면 진행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쌀이 자동으로 시장에서 격리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또 생산조정제를 도입해 쌀을 재배하는 농가가 타 작물로 전환했을 때 해당 작물에 미치는 영향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본은 사료용 벼를 재배해도 직불금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도 이 같은 부분이 적용될 수 있도록 직불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성과적 측면서 농업 접근은 안돼
▲정승헌=농업에 많은 예산을 쏟아부 어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고 얘기한다면 국민에게 농업·농촌은 세금만 축내고 국가에 해악을 끼치는 산업으로만 인식될 수 있다. 과거 정부들은 농업을 존중하지 않았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갖고 있는 농업에 대한 인식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농업을 성과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농업은 한반도에서 지속돼야 할 산업이기 때문에 경제적 논리가 아닌 어떤 농촌을 만들고 어떤 농민들을 육성할지 방향부터 정해야 한다.

축산업의 경우 AI, 구제역 등 질병이 발생하고 있다. 전염병이 발생하면 반경 내 포함된 가축들을 살처분하는 정책들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개별 농가들이 방역을 해결하되 정부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가축분뇨도 악취 등으로 인해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부의 고민이 필요하다.

푸드 스탬프 도입, 예산 확대 모색
▲탁명구=문재인 정부의 농정이 성공하려면 농업계가 요구한 사안들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 인물들을 요소요소에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공약을 이행하고 협의할 수 있는 틀도 만들어야 한다.

식품 분야에 대해 말한다면 미국은 식품 바우처 제도를 통해 최하위 계층에게 식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농정예산의 상당 부분을 푸드스탬프 등으로 집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제도는 최하위 계층을 돕는 것도 있지만 농산물 소비촉진에도 효과적이다. 우리나라도 푸드스탬프를 도입한다면 농정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제도를 시행한다면 상대적으로 예산이 줄어드는 분야도 있기 때문에 전체 농업 예산에서 이 예산을 어떻게 늘려나갈지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

농민은 물론 국민 요구 담아내야
▲한민수=한 농연은 새 정부에 핵심 농정과제 9가지를 요구했다. 쌀 생산조정제 도입 및 우선지급금 문제 해결, 물 부족 심화에 대비한 농어촌 내 수자원 확보 대책 마련, ‘김영란법’(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에서 국산 농축수산물 및 이를 원료로 한 농식품 예외 인정,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 및 청년농업인 직접지불제 도입, 농업재해대책 전면 개선, 농업노동재해보상보험 도입, 대통령 직속 농어촌특별기구 조기 설치 및 운영, 식품안전·방역·검사검역 강화를 위한 농식품부 조직 개편,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을 통한 민관 협치 농정체제 구축 등이다.

새 정부가 이 같은 농민들의 요구는 물론 국민들의 요구까지 잘 조화해서 농정에 담아내야 한다. 또 정부의 예산 집행도 냉정하게 따져봐서 농업·농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쓰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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