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화암면 백전리 J씨의 배추밭 1만6500여㎡가 폭우로 흙무더기로 변해버렸다. 이곳 배추밭 복구를 위해선 영농비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상변화로 인한 봄 가뭄과 폭우, 폭염 등으로 불규칙한 날씨가 반복되면서 농업인들의 생산성은 현저히 떨어지고, 영농비용은 급격히 상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 대책이 절실하다.

봄 가뭄 이은 폭우, 폭염까지 
생산성 저하·영농비용 상승
농가 울상…"장기대책 시급"


강원도 일부지역 저수지의 저수율이 역대 최저인 25%까지 떨어져 식수마저 제한급수에 들어가는 등 극심한 봄 가뭄이 계속되던 지난 2∼3일 정선군 화암면 일대에 156mm 이상의 비가 내렸으며, 시간 당 30mm 정도의 폭우가 순간적으로 쏟아져 비탈 밭이 유실되면서 어렵게 심어놓은 어린 배추는 대부분 쓸려가 버렸다.

화암면 백전리 J씨 배추밭 1만6528여㎡도 흙무더기로 변해버려 다시 심어야하기 때문에 영농비는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홍천군 내촌면 일대는 3일 순간적으로 20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져 농작물피해는 물론 주민들이 고립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불과 비 피해가 있기 이틀 전까지만 해도 농업인들은 봄 가뭄으로 심어놓은 농작물들이 말라죽을까봐 물을 퍼 날났다.

한 농업인은 “너무나 긴 봄 가뭄에 사력을 다해 물을 나르며 작물을 살렸는데 순간 폭우로 작물을 흙으로 뒤덮어 버리는 하늘이 원망스럽다”며 “최근 3년 동안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어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농업인은 “자연재해도 원망스럽지만 정부의 농산물수급 정책과 일부 매스컴의 농산물가격에 대한 오해는 더 큰 문제다”며 “전체 농산물 중 일부 가격이 급등하는 몇몇 품목만 선별하여 전체 농산물가격이 급등하는 것으로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몇몇 언론들은 가뭄과 폭우의 영향으로 감자 가격이 지난해보다 90% 이상 오르고, 거봉도 55%, 복숭아 36%, 방울토마토 35% 등 대부분 농산물가격이 폭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때쯤이면 거래가 왕성하던 고랭지배추의 밭떼기 거래도 뜸하고 일부 출하되는 무와 배추 등 농산물가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통계는 출하 초기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뿐 전체적이고 장기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 농업인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6일 춘천시농산물도매시장에서 배추 무 토마토 마늘 등 농산물 4만8000원 어치를 구매한 주부 윤모씨는 “가격이 조금 오르긴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5∼10% 정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밭떼기를 중심으로 중간상인들은 통상적으로 가뭄 등 자연재해로 생산량이 줄면 물건 확보를 위해 평년보다 비싼 가격에 물량을 확보하지만 최근에는 수입 등 다양한 수급조절로 가격보장이 어려워 선뜻 물량을 확보하지 않기 때문이다.

농업인들은 “안정적인 농업생산기반을 확보해 농산물수급 조절을 해야 하는데 정부는 기반조성보다는 수입 등 단기적이고 소비자 중심의 수급조절을 하기 때문에 그 피해는 농업인들이 고스란히 떠 안는다”고 설명했다.

또 “가뭄과 홍수가 걱정되지만 그래도 또 밭에 무언가를 심어야하는 것이 농업인의 마음이다”라며 현장농업인들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생산기반 확충과 소비자와 생산자를 함께 고려하는 수급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선·춘천=백종운 기자 baek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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