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한·미 FTA 재협상을 기정사실화한 발언이 시발점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구체적 합의가 없었다고 했지만 미국이 한·미 FTA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혀 재협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은 재협상에서 자동차와 철강 등 누적 적자가 크다고 여기는 분야의 재조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협상이 시작되면 미국산 농축산물의 수입개방 확대도 요구할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연령제한 해제를 비롯해 가금류의 ‘지역화’ 및 잔류농약 한도 관련 검역위생(SPS) 등 다양하다. 미국산 쇠고기 연령은 현지 광우병 발생 등에 따라 30개월로 제한됐다. 일본과 대만이 20개월로 제한한 것과 비교된다. 특히 쌀 관세화 협상과 맞물려 민감한 쟁점이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제출한 513% 쌀 관세를 허용하는 대신 일정 물량의 미국산 쌀 수입쿼터를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한·미 FTA발효 5년의 평가를 보면 국내 농업피해가 심각하다. 5년 동안 농축산물 무역수지는 64억6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관세율 인하로 쇠고기와 신선과일 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발효 5년차 미국산 축산물 수입은 54만6000톤으로 이행 전 평년 대비 18.5% 늘었다. 오렌지와 체리 등의 신선과일도 21만8786톤이 수입돼 4년차 대비 21.6% 급증했다. 무관세인 포도와 체리는 국내 과일 시장을 주도할 만큼 위협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FTA 재협상은 농업분야의 추가 피해가 불가피한 만큼 차제에 자동차와 철강 등의 일정 양보를 쌀 관세화 관철과 맞물리는 전략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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