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전국에 비를 내리고 있다. 호우경보까지 발령됐지만 그간 극심한 가뭄을 겪었던 농업현장에서는 전반적으로 단비일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극심한 저수율 감소에 따라 장마철이면 수해방지에 역점을 두던 관계기관이 저수지 물 모으기에 나서는 등 벌써 내년도 봄 가뭄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장마기에 접어들 경우 그간 저수지 등에 대한 수해방지대책을 추진해 왔던 한국농어촌공사가 올해는 저수지 물가두기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저수율이 워낙 바닥을 보이고 있는데다 봄 가뭄이 매년 상시화 되면서 올 장마기에 물을 가두지 못하면 내년도 봄에 또 다시 영농철 가뭄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농어촌공사가 지난 3일을 기준으로 집계한 전국 저수율 현황은 평균 37.1% 평년대비 59.7%로 나타났다.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집중호우를 동반한 장맛비가 내렸지만 저수지를 채우기는 역부족. 20%대의 저수율을 나타내던 충남은 여전히 25.1%, 경기도 28.9%를 기록 중이다.

특히 봄 가뭄이 극심한 지역으로 분류되는 경기 안성·화성, 충남 서산·홍성·예산과 전남 진도의 경우 저수율이 각각 11.9%·20.5%·9.1%·1.3%·9.1%·21.6%를 기록하고 있다. 안성의 금광·마둔저수지는 저수율이 각각 2%·1.8%, 서산 산수저수지·홍성 가곡저수지·예산수철저수지도 각각 0.2%·1.9%·8.9%이며, 진도 둔전저수지는 저수율 0을 기록 중이다.

이에 따라 모내기가 거의 마무리 되면서 통상 장마와 태풍에 대비해 저수지의 물을 비워야 하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물가두기가 농어촌공사의 주요 업무가 됐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장마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진도나 서산 등 극심한 봄 가뭄을 겪고 있는 지역에서는 비가 적게 내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특히 올 장마기에는 수해방지에 역점을 두기 보다는 저수지 물가두기에 역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통상 10년 빈도 가뭄에 대비해 설계된 현 저수지의 특성 상 기후변화로 인해 일상화·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재의 가뭄현상에 대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10년 빈도의 가뭄에 대비해 저수지를 설계하기로 결정한 것이 지난 1982년의 일이라는 점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변화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기준 개정도 필요하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상시적인 용수확보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저수지 용량 확대를 위한 저수지 준설과 인근 소하천과 저수지를 연계한 양수시설 설치, 그리고 물이 많은 지역에서 물이 모자라는 지역으로 관로 등을 통한 물의 이동과 같은 항구적 가뭄대책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어촌공사는 경기지역 용담·금광·마둔 등 6개 지구, 충남 산수·신송 등 2개 지구, 전북 구림, 전남 현경·남양·둔전 등 6개 지구에 대한 준설작업을 완료하는 한편, 2차로 경기 16개 지구·강원 1개 지구·충북 5개 지구·충남 7개 지구·전남 15개 지구·경남 3개 지구 등 총 47개 지구에 대한 추가 준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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