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에선 최초로 호라산 밀의 한 종류인 ‘카무트’ 재배에 성공한 이행빈 씨가 올해 첫 수확작업을 하고 있다.

전남 목포 이행빈 씨 2년 여 준비 끝 올해 첫 수확
파종부터 수확까지 기계화 작업, 생산비 절감 톡톡


쌀값은 계속 떨어지고 1인당 쌀 소비량도 30년 만에 절반이나 줄었다. 밥만 먹던 시대가 지났음을 느낀 농민들도 새로운 소득작목을 찾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이런 변화 속에 ‘카무트’라는 신소득작물 재배에 도전해 지역농업인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한 선구자가 있어 화제다.

전남에선 최초로 호라산 밀의 한 종류인 ‘카무트’ 재배에 성공한 이행빈(58)씨가 그 주인공이다. 목포 율도에서 지난 2년간의 실증시험재배를 거쳐 올해 첫 수확에 성공한 이 씨는 2만4000㎡에서 8.5톤의 카무트를 수확해 8000만 원 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한국에선 아직 공식적인 시험재배 성적이 발표되지 않은 미지의 농작물이지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선 슈퍼곡물로 떠오른 지 오래다. 안전한 식품, 높은 영양 성분, 그리고 귀한 품종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비타민E, 루테인, 아연, 망간을 비롯해 강력한 항산화제 셀레늄이 달걀보다 2.5배나 들어 있는 완벽한 곡물이지만 생산량이 세계 밀 평균 생산량에 절반도 안 될 정도로 귀한 식품이기도 하다.

“초기비용과 많은 수고가 따랐지만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카무트를 국내에서 재배해 소비자들이 영양소 높은 곡물로 더 맛있고 건강한 밥을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큰 뜻을 품고 카무트 재배에 뛰어 들었지만 종자를 구하는 시작 단계부터 순탄치 않았다. 국내에서 카무트 종자를 찾기 위해 팔방으로 뛰었으나 종자 수입업체에선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제시했고, 이마저도 물량이 부족했다.

고민 끝에 이 씨는 목포 농협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 직거래로 미국, 독일 등에서 1kg당 1만7500원에 종자를 구입했다. 종자수입 기준에 따라 소량씩 7개월 간 어렵게 종자를 모았다. 그 과정에서 카무트 재배기술 정보를 얻기 위해 지역의 여섯 농가와 포스코영농지원센터를 견학했다. 다소 생소하고 위험성이 높은 작물이다 보니 함께 견학을 다녀온 농가들은 선뜻 카무트 재배에 뛰어들지 못했다.

하지만 지역 최초로 흑미를 재배해 한가마니 80만원을 받고 판매한 적도 있을 만큼 도전을 즐기는 이 씨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특히 이 씨는 견학장에서 본 종자의 원산지가 우리나라의 사계절과 비슷한 날씨를 가진 미국 몬타나주라는 것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 발아시험과 화분 시험재배 등 2년간의 준비 끝에 이 씨는 작년 11월 3일 첫 파종에 성공했다. 처음엔 수입종자라 발아가 잘 될지 걱정도 있었으나 기우였다. 올해 최악의 가뭄에도 잘 견뎠다. 6월 하순부터 시작한 수확도 성공적이었다. 수확한 카무트는 전량 농협을 통해 수매가 이뤄졌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상황이라 판로 걱정도 없다. “가뭄으로 시들어가는 보리 옆에 꼿꼿이 서있는 카무트를 보고 난 후부터 재배면적을 늘리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목포 농협 박정수 조합장은 이 씨를 도와 지역에서 카무트 재배 확대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카무트는 키가 2m가까이 되기 때문에 도복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 씨는 수도작 재배 30년 경력으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카무트의 도복피해를 예방하고 있다. 밀식재배를 피하고 비료량 조절과 병해충방제, 적기수확에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병해충은 파종 전 5회 가량의 로타리 작업을 통해 잡초를 완전히 없앤 후 유기질비료를 사용하니 피해가 전혀 발생하기 않았다. 그는 카무트가 노동력 절감 측면에서도 수도작에 비해 10배 이상 뛰어나고 말한다. 기존에 사용하던 수도작 콘바인과 트렉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파종부터 수확까지 모두 기계화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산비 절감에도 효과적이다.

이 씨는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의 영양성분을 보유한 카무트는 앞으로 가장 유망한 작목 중 하나가 될 것 입니다”라고 카무트의 밝은 미래를 전망했다. 이어 “올해는 재배면적을 1만㎡ 가량 늘리고 재배를 원하는 농가에 종자를 보급해 카무트 재배를 확대해 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고 포부도 밝혔다.

특히 이 씨는 올해부터 파종시기를 보름정도 앞당길 계획이다. 1차 파종은 10월 20일경, 2차는 10월 말로 준비 중이다. 이는 올해 비가 없고 태풍이 늦어 도복 피해가 없었지만 앞으로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수확을 끝내 도복의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이 씨는 “카무트 재배 시 가장 중요한 3가지가 있다”며 “타 작물보다 배수가 잘돼야 하고 밀식재배는 지양해야 하며, 화학비료 사용을 줄여 도복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카무트를 재배하려는 농업인들에게 당부도 아끼지 않았다.

목포=최상기 기자 chois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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