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천 상지대학교 교수

지금 우리의 친환경농업은 국제적인 유기농 3.0 운동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문명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들은 기회이면서 동시에 위협요인이다. 그 동안 우리의 친환경농업은 정부주도로 양적성장을 하다가 최근 10년간 침체기에 있었다. 다행히 작년부터 회복세의 조짐을 보이고 있고, 지난 대선에서 여당의 농업공약 중에는 ‘친환경농업 6차산업화’가 있어서 작으나마 기대감을 갖고 있다.

친환경농업 생산기반 확충돼야

최근 며칠 간 독일과 이탈리아의 성공한 유기농 6차산업 현장견학을 다녀왔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유기농업 원칙에 따라 생산하고 품질에 대한 ‘신뢰’ 유지의 바탕위에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순환’과 ‘협동’이 생산과 가공, 유통, 소비, 관광 서비스에 이르는 6차산업의 전반에 원칙으로 자리하고 있다. 정부지원 없이도 협동조합 또는 농가컨소시엄 주도로 기업과 경쟁하며 성장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한 지역의 경우, 수많은 협동조합과 파트너십 조직이 6차산업화를 주도한다. 나아가 슬로푸드운동, 슬로시티운동, 농산촌생태관광과의 연계 속에서 발전하고 있다. 유기농축산물을 재료로 해서 치즈, 와인, 맥주, 식초, 햄 등 전통식품의 가치를 보전하고, 여유와 기다림의 철학에 바탕을 두고 세계적인 명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와 관광객을 농장으로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다. 독일은 경축순환농업을 기반으로 유기농축산물을 생산해 가공과 체험, 소비 등 6차산업화를 하고 있다. 이런 바탕위에 전통과 환경중시 문화, 아름다운 경관, 장인 기술이 이를 뒷받침한다.
유럽의 유기농업은 우리처럼 경쟁력이니 시장이니 하는 신자유주의적 가치가 아니다.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 즉 자연·생태·생명·농업·인간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존’의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생물다양성 보전 등 환경이슈를 가족 건강이나 식품 안전성 보다 더 중시함으로써 국민공감대를 형성한다.

6차산업화란 무엇인가? 이는 농촌에 존재하는 모든 유무형의 자원을 바탕으로 농업(1차 산업)과 식품, 특산품 제조가공(2차 산업) 및 유통 판매, 문화, 체험, 관광, 서비스(3차 산업)등을 연계함으로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다.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농산물의 부가가치 제고, 지역공동체 회복과 생산적 복지를 추구한다. 농업인이 주도하고 지역자원을 활용해 2차, 3차와의 연계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해 그 성과를 다시 농업과 농촌에 환원하는 기능을 한다.

6차산업화는 전후방연쇄효과와 유사한 개념이다. 연쇄효과란 어떤 한 산업의 생산 활동이 타 산업의 설립 또는 그 생산 활동의 확장을 가져오게 하는 경제적인 파급효과를 말한다. 후방산업으로 유기농자재, 기초기술 지원, 경영지원 등이다. 전방산업으로는 가공, 유통, 외식, 생태체험관광, 바이오 에너지 활용 등이다. 즉, 친환경농업의 발전이 농자재 부문과 가공 및 유통산업의 발전을 유기적으로 활성화 시키는 경우가 그 예이다. 6차산업화는 이러한 전후방연관효과가 크게 나타날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지역단위로 6차산업화 조직화

이에 친환경농업 6차산업화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정책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첫째, 친환경농업 생산기반이 더 확충돼야 한다. 특히 유기농업이 중요하다. 그래야 국내산 가공원료를 적정가에 적정량 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가공원료의 8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둘째, 가공기술의 농가이전이 필요하다. 2017년 5월 기준, 한국의 유기가공업체 수는 891개다. 한국의 농림식품기술수준은 세계 최고 기술보유국인 미국의 78.4%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농가에 기술이전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지역단위로 6차산업화의 조직화가 필요하다. 개별 농가단위보다는 마을공동체, 품목별 작목반, 생산자단체, 협동조직체 등을 단위로 하는 것이 규모의 경제성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본다. 넷째, 소비자 단체와의 협력과 생협의 육성이 필요하다. 친환경농산물 및 유기가공식품의 유통의 중심 역할을 하는 조직이 생협이다. 2016년 기준 회원조합 수 185개, 조합원 수 118만4030명, 연간 총매출액 1조2억원으로 1999년 생협법 제정 이래 빠른 성장을 했지만, 최근 몇 년간 쇠퇴하고 있다. 다섯째, 유기농축산식품을 각급 학교 등 공공급식과의 연계도 필요하며, 여섯째는 3차 산업인 농산촌어메니티 생태관광과의 연계가 중요하다. 2010년부터 친환경 농가 등을 대상으로 ‘스타팜(star farm)’을 지정했는데, 현재 472곳이 있다. 일곱째, 농가형 농식품 가공이나 농촌관광 창업 시 인허가 배려, 세제혜택이 필요하다. 

요컨대, 친환경농업 6차산업화를 위해서는 0차 산업(친환경 농자재, 농가경영)부터 육성해야 한다. 친환경 농자재가 1차 농축산물의 가치를 결정하고, 그것이 2차 그대로 가공품의 가치로 이어지며, 그 가치대로 소비되며 국내외 관광객이 찾아온다. 1차 산업 기반 없이 2차 산업과 3차 산업으로 비약할 수는 없다. 서로 유기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지속가능하다. 따라서 경종과 축산의 순환농업에 기반해 유기퇴비와 유기사료 및 조사료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물론 우리나라는 목초지 조성이 안 돼 있고 쌀이 주요작물이라는 점이 유럽과 다르다. 

국산 원재료로 가공식품산업 육성

현재의 쌀 과잉 농지에 유기축산용 사료작물 또는 녹비작물을 순환제 방식으로 재배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국내산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원재료로 하는 가공식품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과 EU와 이미 유기농식품 동등성협약을 체결하여 유기농식품이 수입되고 있다. 지금 EU는 유기농식품을 한국 등에 수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야 한다. 친환경농업 6차산업화를 종합 지원하기 위한 종합지원센터를 광역지역단위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초지가 없어서 유기축산이 부족하고, 유기사료와 유기퇴비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EU와 미국의 유기농식품과 경쟁을 하려면 한국형 순환농업모델과 협동시스템의 정립이 시급하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