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16일부터 19일까지 고양시 킨텍스에서 전국지방신문협의회 주최로 열린 ‘2016 대한민국 명품특산물페스티벌’에 참가한 고성군 생명환경쌀가공육성사업단 일꾼들이 미소를 머금고 있다.

‘생명환경농업’으로 우리 농업의 신선한 비전을 제시했던 경남 고성군에서 생명환경쌀 가공 육성을 통해 쌀 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열기 위한 또 하나의 시도가 무르익고 있다. 특히 가공전용 쌀 품종 계약재배와 쫄깃한 쌀국수 생산, 신세대를 겨냥한 쌀파스타 출시가 주목받는다.

김영도 생명환경쌀가공육성사업단장은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던 고성군 생명환경쌀이 가공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있다”면서 “밀가루식품을 대체할 맛있는 우리쌀가공식품을 선보여 ‘구호’가 아니라 ‘실력’으로 쌀 소비를 촉진시키고자 한다”고 피력했다.


#고성군 생명환경쌀, 무엇이 다른가

토착 미생물 이용해 흙 살려
왕우렁이 이용해 제초
자연농법 자재 만들어 투여


경남 고성군은 제초제·합성농약·화학비료에 의존하던 관행농업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흙을 비롯한 자연환경을 살려 선순환을 시키는 ‘생명환경농업’을 2008년부터 대대적으로 도입했다.

그 선봉에 섰던 ‘생명환경쌀’은 경남고성세계공룡엑스포 등을 계기로 전국 각지에 더욱 알려져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아 ‘공룡나라 고성군’의 대표 농특산물이 됐고, 한때 46개 단지 611ha까지 재배면적이 확대됐다. 올해 재배면적은 28개 단지 422.7ha에 달한다.

생명환경농법은 토착미생물을 이용해 흙을 살린다. 땅을 깊이 갈고 밑거름과 화학비료를 많이 주던 심경다비(深耕多肥)를 과감히 버리고, 땅을 얕게 갈아 적당 양의 거름을 주는 천경적비(淺耕適肥)를 택했다. 화학비료는 주지 않는다. 이에 벼 뿌리가 튼튼해져 자생력이 강해진다. 각종 병해충과 재해에 대한 저항성도 커지고, 토양 내 영양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미생물 등 토양생태계를 파괴하고 토양 및 하천을 오염시키는 합성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왕우렁이를 이용해 제초를 한다. 종자소독도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냉수온탕침법으로 한다.

또한 빽빽하게 모를 키우는 관행농업의 산파육묘와 달리 포트식 점파육묘로 드물게 모를 키워 모내기를 한다. 3.3㎡당 모 75~80포기를 심어 포기당 8~10개의 본수를 유지하는 관행농업과 달리 45~50포기를 심어 포기당 2~3개의 본수를 유지한다. 모내기 할 때 뿌리 손상이 거의 없어 뿌리가 훨씬 빨리 많이 내리고 깊게 뻗는다. 왕우렁이 투입 시기도 앞당길 수 있게 된다.

모의 줄기수가 늘어나면서 부채꼴 모양으로 성장해 햇빛을 잘 받아들이고, 공기가 잘 통하게 돼 병해충 발생이 적다. 벼 줄기가 튼튼해져 바람에 대한 저항성도 강하다. 그래서 벼가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벼 이삭당 낟알수도 관행농업 100알의 두 배인 200알 정도로 증가한다. 모가 건강하게 자라기에 병해충 및 태풍 등 자연재해에 대한 피해도 적다.

한방영양제, 천혜녹즙, 현미식초, 생선아미노산, 수용성인산칼슘, 수용성칼슘, 유산균, 키토산, 바닷물과 바닷물발효액, 미네랄 등의 자연농업 자재를 농민들이 직접 만들어 투입한다. 이러한 생명환경농업 영양자재는 사람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다고 한다. 고성군농업기술센터 생명환경농업연구소가 체계적인 기술교육과 밀착 지원으로 참여 농가를 뒷받침하고 있다.

과다한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으로 자취를 감추었던 긴꼬리투구새우, 풍년새우, 물방개, 거미, 땅강아지, 메뚜기 등이 몇 년 전부터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생태계 복원 효과를 전했다.


#생명환경쌀가공육성사업단은

생명환경쌀 부가가치 제고
2013년 향토산업육성사업 선정
공동브랜드 ‘공룡별미’ 개발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고성군 생명환경쌀은 신뢰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쌀 수입 증가, 재고미 과다, 1인당 쌀 소비량 감소 등으로 국내 쌀값이 하락하고 쌀산업이 위축되면서 생명환경쌀도 생산량은 증가했지만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등 고심이 깊어졌다.

이에 고성군은 선도적인 생산자단체 및 관련 업체와 함께 생명환경쌀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실질적인 쌀 소비 촉진 방안을 마련하고자 생명환경쌀가공육성사업단을 발족했다. 생명환경쌀가공육성사업은 2013년 ‘향토산업육성사업’으로 선정됐고, 2014년부터 본격화됐다.

사업단에는 새고성농협, 거류영농조합법인, (주)창조, 신화당제과, 하이양조장, 대성떡집 등 6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생명환경쌀가공식품 공동브랜드 ‘공룡별미’ 개발 △거류영농조합법인 쌀면생산가공시설 완공 △쌀면 생산 적합 쌀품종 ‘새고아미’를 활용한 즉석 쌀국수와 ‘새미면’을 활용한 쌀파스타·현미파스타 연구개발 △공룡별미 즉석 쌀국수 멸치맛, 쌀파스타, 현미파스타 신제품 출시 △새고성농협 쌀종합가공센터 완공(발아현미 떡국떡, 즉석 떡국떡) 등의 성과를 거뒀다.


#쌀국수·쌀파스타가 차별화 간판

‘새고아미’ 계약재배, 쌀국수로
식감 쫄깃쫄깃·식이섬유 풍부
쌀파스타 학교급식 등 추진


일반 생명환경쌀 가공을 주도하는 새고성농협과 가공전용 쌀 품종 계약재배 및 가공을 책임진 거류영농조합법인이 생명환경쌀가공육성사업단의 양대 축이다. 특히 거류영농조합법인이 발 빠르게 출시한 쌀국수와 쌀파스타는 고성군 생명환경쌀가공식품 차별화의 간판으로 부상했다.

거류영농조합법인은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남부작물부 논이용작물과에서 쌀면 생산 적합 기능성 쌀품종으로 육성한 ‘새고아미’를 계약재배를 통해 수매해 쌀국수로 가공한다. 공공비축미 가격으로 수매를 하는데, 올해 계약재배 면적은 12농가 35ha에 달한다. 

‘새고아미’는 국내 유일 쌀국수용 품종이었던 ‘고아미’가 도열병에 약하고 쉽게 쓰러지는 단점을 노출하자 내병성과 재배 안정성을 개선해 새롭게 육성한 쌀국수 전용 벼 품종이다. 아밀로스 함량이 27.7%로 고아미 26.7%보다 높아 쌀국수 제조특성뿐만 아니라, 요리 후 인장력과 색도 등 품질 면에서 매우 우수하다.

거류영농조합법인의 ‘공룡별미 쌀국수’는 ‘새고아미’를 70% 이상 사용해 면을 만들기 때문에 식감이 매우 쫄깃쫄깃하고, 식이섬유가 풍부하며, 소화가 잘 된다.

또한 거류영농조합법인은 농진청과 공동연구를 통해 쌀 파스타에 적합한 ‘새미면’ 품종을 시범재배하고, 쌀파스타와 현미파스타 두 가지로 가공해 시제품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향후 학교급식 납품, 쌀파스타 전문 프렌차이즈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쌀국수와 쌀파스타는 밀가루식품에 비해 식감과 맛이 뒤지지 않을뿐더러, 깔끔하게 포장돼 선물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이에 온·오프라인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구매가 잇따르고 있다.

이 법인은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융복합산업 사업자 인증과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적용업소 인증을 받았고, 2016년 한국식품연구원 식품기술대상 수상의 쾌거도 거뒀다. 국내는 물론, 중국과 일본 등 해외 식품박람회에서도 호평을 받아 수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문의 055-673-5340

고성=구자룡 기자 kucr@agrinet.co.kr


#김영도 생명환경쌀가공육성사업단장
“생명환경농업 신바람, 가공식품으로 계속”

 

“생명환경농업이라는 참신한 변화의 신바람을 다양한 생명환경쌀가공식품 육성으로 계속 이어가야 합니다. 침체된 쌀 산업의 새로운 돌파구를 고성에서 제시하고 있습니다.”

고성군 생명환경쌀가공육성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는 김영도 고성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이와 같이 강조했다.

공직생활 퇴임을 앞둔 김 단장은 “소비자와 농업인이 상생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기약할 수 있는 ‘생명환경농업’에 막바지 혼신의 정성을 쏟았다”면서 “생명환경쌀 재배 동참이 증가했으나 판로 때문에 고민이 컸는데, 가공식품육성이 좋은 해법이 돼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특히 “가공전용 기능성 쌀 품종으로 생산하는 쌀국수와 쌀파스타는 수입밀가루식품에 길들여져 있는 소비자의 입맛을 우리 쌀 가공식품으로 되찾아와 쌀 소비를 자연스레 촉진시킬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에 “미래의 주된 쌀 소비층인 젊은 세대들이 손쉽게 맛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는 한편, 적극적인 마케팅과 학교급식 공급방안 마련 등 다각적인 후속 지원책 모색에 함께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손상재 거류영농조합법인 대표
“쌀 소비, 가공용 쌀 품종 재배와 쌀면이 해법”

 

“국민들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우리 쌀 소비촉진운동만으로는 실질적인 쌀 소비를 끌어올리기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논에 타작물재배를 권장하지만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기에 역시 한계에 직면합니다. 가공전용 쌀 품종 계약재배와 소비자지향 쌀면 생산이 해법입니다.”

우리 쌀면 전도사 역할을 해온 손상재 거류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이와 같이 주장했다. 손 대표는 2008년 이재욱 노키아티엠씨 명예회장과 함께 ‘지장농법’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가공전용 쌀 품종을 알게 됐다. 2012년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남부작물부 명예연구관으로 위촉돼 50ha의 고아미 생산단지를 책임졌고, 이후 새고아미·새미면 재배와 쌀면 생산을 주도했다.

대형유통매장에 ‘쌀자장면’ 매장을 직접 운영해보기도 했고, 공룡엑스포 등 고성군의 각종행사에서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우리 쌀면을 선보였다.

거류영농조합법인의 쌀로 가공된 쌀면은 경남지역 학교급식에도 공급됐다. 그러나 유통업체를 끼고 충남에까지 가서 OEM(주문자위탁생산) 방식으로 생산돼 다소의 아쉬움을 안겨줬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족된 생명환경쌀가공육성사업단은 손 대표와 법인에 힘찬 날개를 달아줬다.

선도농업경영인인 손 대표는 지난해까지 한농연고성군연합회 회장을 지냈고, 현재 한농연경남도연합회 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기도 하다.

손 대표는 “기존 쌀국수 제품들은 쌀 함양이 30~50%로 무늬만 쌀국수를 하고 있을뿐더러, 재고미를 사용해 냄새가 나고 특유의 ‘떡맛’이 느껴져 소비자의 재구매율이 낮았다”면서 “생명환경쌀가공육성사업단의 쌀국수와 쌀파스타는 원료부터 차원이 다른 식품이다”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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