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랭지 감자 생산량 급감…평년비 12.5% 감소 전망
배추·무·당근 등 엽근채소류 재배면적은 증가 불구
생육 여건 좋지 않아 정식 못하거나 마름현상 발생 


고랭지 배추와 무, 감자 등 현재 파종 및 정식에 들어갔거나 들어가고 있는 고랭지 작물의 생육 초기 산지 상황이 어둡게 전개되고 있다. 일부 품목은 재배 면적 및 단수 감소로 생산량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재배 면적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품목도 가뭄으로 인해 작황이 좋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파종이 마무리된 고랭지 감자의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6일 나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의 감자 관측에 따르면 고랭지 감자는 전년 대비 14.1%, 평년 대비 12.5%나 생산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가격이 좋지 못했고 가뭄 등으로 인해 단수 역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농업관측본부 관계자는 “2016년 출하기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증대된 엽근채류로의 작목전환에 보급종 종자의 흑색심부병 발생 등으로 올해 고랭지 감자 재배 면적이 줄어들었고, 단수 역시 저품질 종자, 가뭄 지속 등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지난해 비교적 높은 가격대로 인해 재배 면적이 증가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배추와 무 등의 고랭지 작물 역시 산지에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파종에 들어간 물량은 많지만 제대로 건질 물량이 얼마나 될지 우려스럽다는 것.

일단 배추와 무, 당근 등 엽근채소류의 경우 재배 면적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감자와 인삼 등의 식량·특용작목에서 이들 품목으로 작목을 전환한 곳이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농경연 6월 조사에서 고랭지 무는 지난해 대비 8%, 평년대비 13%, 고랭지 당근은 지난해 대비 7%, 평년 대비 26% 증가할 것으로 파악됐다. 고랭지 배추도 평년보다는 10% 감소하지만 지난해보다는 6%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들 품목도 생육 여건이 좋지 못해 이미 파종 및 정식을 한 곳에선 마름 현상이 발생하는 등 작물이 자라지 못하고 있고, 정식을 못한 곳에선 계속해서 정식이 미뤄지고 있다고 현지에선 전하고 있다.

김성규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강원연합회장은 “배추와 무의 경우 많이 심기는 했는데 심은 것들이 가뭄으로 다 말라비틀어지고 타들어가고 있다. 재배한 물량의 60~70% 가량이 피해를 크게 입고 있는 등 고랭지 작목의 생육 초기 상황이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재배 면적은 늘었어도 생산량은 상당히 유동적일 것 같다”고 전했다.

여름철 주요 채소류인 고랭지 품목들의 생육 초기 상황이 좋지 못하면서 여름철 채소류 수급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특히 현재 지속되고 있는 가뭄이 본격적인 생육기를 맞을 7월에도 계속될 경우 재배 면적이 급감한 감자 등의 품목은 수급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시세도 상당히 좋지 못한 배추와 무의 경우 재배 면적 증가로 물량은 늘어나는 반면 작황 악화로 상품성이 떨어질 경우 고랭지 시세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칫 봄철에 이어 여름철까지 계속해서 낮은 시세가 이어져 농가와 산지유통인들의 피해가 가중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산지유통인 관계자는 “현재 배추 가격이 상당히 안 좋은데 여름철까지 약세가 이어질 경우 자본력이 급격히 떨어져 김장 시즌을 비롯해 가을철과 겨울 배추 재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고랭지 작목에 대해 생육초기인 지금부터 철저한 수급 관리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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