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으로 농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농업용 저수지를 관리하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가 가뭄이 예측된 상황에서도 골프장에 물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나 농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가뭄 지속된 작년부터 물 공급…안성 일부 저수지 '바닥'
안성시·가톨릭농민회 비난 논평 "농민 우롱 처사 분노" 


안성시농민회와 가톨릭농민회 안성시협의회는 지난 9일 ‘한국농어촌공사는 골프장공사인가?’라는 논평을 내고 골프장에 물을 팔아먹은 한국농어촌공사를 비난했다.

이들은 논평을 통해 “안성지역 대형 저수지 17개소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가 가뭄이 지속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골프장에 물을 계속 공급했다”며 “특히 가뭄이 예상됐던 올해 4월 저수율이 65%였던 고삼저수지에 1100톤, 장계저수지에 6000톤의 물을 판매한 것은 기가 막힌 일”이라고 질타했다.

고삼·장계저수지는 올초 평년 저수율의 50~60%에 불과해 ‘경계단계’로 분류, 한국농어촌공사와 안성시의 집중관리 대상이었지만 골프장에 물을 공급하고 있었던 것이다.

9일 기준으로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안성 17개 저수지의 저수율은 12.4%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금광저수지는 총 유효저수량 1204만7000㎥(톤) 가운데 현재 저수량은 26만5000㎥(톤)로 저수율은 2.2%, 마둔저수지 저수율은 1.5%에 불과해 바닥까지 마른 상태이다.

골프장에 물을 공급해 준 고삼저수지는 유효저수량 1521만7,000㎥(톤) 가운데 현재 저수량은 197만8200㎥(톤)으로 저수율이 13%로 바닥을 드러냈으며, 장계저수의 저수율도 27.4%로 심각한 실정이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지난해 고삼저수지 물 8877톤을 골프장에 판매해 얻은 수입은 71만4670원, 장계저수지는 4만5998톤의 물을 판매해 370만3270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농민회는 “한국농어촌공사경기도본부가 2009년 ‘농업용수를 골프장 등에 공급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지침을 내렸지만 그동안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은 본연의 업무를 잊고 주권자인 농민을 우롱한 처사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국농어촌공사는 농민에게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곳이 아니라 골프장에 물을 우선 공급하기 위해 존재하는 골프장공사”라고 비난했다.

이어 “지속된 가뭄으로 논뿐 아니라 밭작물도 타들어가고 있는 현실에 정부와 안성시, 한국농어촌공사는 손만 빨고 있었던 것인가”라며 항구적인 가뭄 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저수지 물 농업용수 공급 △평택호-저수지 수로 조속 연결 △관정개발 및 인근 하천 펌핑시설 마련 △급수차 지속 운영 △한국농어촌공사 저수지 관리업무 지자체 이관 등을 요구했다. 

한편, 이와 대조적으로 가평군의 한 골프장은 자체 저수지 물을 농업용수로 공급해 농민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고 있다. 가평 베네스트 골프장(상면 상동리)은 지난 6일부터 잔디관리를 위해 보유한 저수지 물 약 2만톤 중 1만톤 이상을 가뭄으로 고통 받는 농민들에게 공급했다.

골프장은 이번 가뭄에 따라 저수량이 3만5000톤에서 2만톤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농민을 위해 저수지 대부분 물을 방류했다. 이에 농민들은 “비가 내리지 않아 골프장도 잔디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선뜻 물을 공급해줘 고마웠다”며 골프장을 찾아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안성·가평=이장희 기자 leej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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