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사법 개정 이후 의약품용 인삼 생산을 중단하는 등 생산 농가들의 여건이 더욱 힘들어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8일 만난 이송화 농협 인삼검사소 소장은 이 같은 생산 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농협 인삼검사소가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015년 개정 약사법, 여러 유통경로 확보 기대 못미쳐    
검사 2회 부담에 도매업자 거래선 못구해 재고만 쌓여
이송화 농협 인삼검사소장 "검사 급감…판로 확대할 것"


2015년 10월 개정된 약사법 시행에 따라 의약품용 인삼의 경우 다양한 유통 경로를 통한 판매가 가능해져 농가 소득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사 횟수가 기존 1회에서 2회로 늘어난 데다 유통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의약품 도매업자와의 거래선을 확보하지 못해 재고가 쌓여 의약품용 인삼의 생산 자체를 중단하는 사례가 나타나는 등 농가의 여건이 예전보다 훨씬 힘들어졌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농협 인삼검사소(소장 이송화)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진행한 인삼 검사 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 정도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 금산에 위치한 농협 인삼검사소는 식품용과 의약품용 인삼 모두를 대상으로 검사 업무를 하고 있다. 소비 패턴의 변화 등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의약품용 인삼 물량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송화 소장은 “감소 물량의 대부분이 의약품용 인삼인 곡삼·절편 등을 포함한 백삼 물량이다. 시중 유통을 위해선 검사업체를 거친 뒤 의약품 도매업자와 거래해야 하는데, 농가들이 새로운 거래선인 도매업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그러다 보니 2016년 농가들이 가지고 있는 의약품용 인삼 재고가 계속 쌓였고, 2017년 들어 생산 자체를 하지 않는 농가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약품용 인삼은 2015년 10월 1일부터 약사법 적용을 받고 있다. 기존에는 식품용 인삼과 의약품용 인삼 모두가 인삼산업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었지만, 의약품용 인삼이 약사법 영향 아래 들어갔다. 이에 따라 의약품제조업 허가를 받은 GMP 인증업체 또는 농협 인삼검사소에서 검사받은 인삼의 경우에만 의약품으로 유통할 수 있다. 의약품용으로 시중에 유통하기 위해선 의약품 도매업자를 거쳐야 하는데, 이 진입 장벽이 높아 거래가 가능한 도매업자를 구하지 못해 생산 자체를 중단하는 농가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인삼 업계의 한 관계자는 “농가들이 제조한 의약품용 인삼을 팔 곳이 없으니 원료 생산으로 다시 돌아서고 있다. 완제품 생산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것”이라며 “일부 약품도매업자와 거래하고 있는 농가의 경우에도 농가들이 민간업체의 납품업자로 전락해 버린 상황이다. 약사법 개정에 반대해 온 업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의약품 인삼의 유통 분야에 대한 내용을 담은 약사법 개정안은 의약품 업계와 인삼 업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등 법 개정 과정에서 양측 간 갈등이 컸다.  

당초 약사법 개정에 따라 다양한 유통경로 판매가 가능해져 농가 소득 제고에 도움이 되고, 의약품용 인삼의 안전성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약사법 개정 찬성 쪽에선 내건 기대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의약품용의 안전성 분석은 종전 인삼산업법의 경우 입·출고 시 1회만 이뤄졌으나 약사법 시행에 따라 2회로 늘어난 것도 농가 입장에선 부담이다.

생산 분야에서 나타난 이런 현상의 여파로 인해 농협 인삼검사소의 검사 물량도 크게 줄어 관련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소장은 “농협 인삼검사소가 농가의 애로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약사법 개정으로 민간 GMP업체들이 주요 판로 등을 선점하기 전에 판로 부분을 확보해 생산 농가들이 농협 인삼검사소를 많이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며 “이 부분을 농가와 민간 업체 모두에 알릴 수 있도록 홍보와 마케팅 분야를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통기반을 닦을 수 있도록 올해 안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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