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복을 한 달가량 앞둔 상황에서 AI가 재발해 국내 소비자들의 가금 산물 수요가 줄고 있다.

AI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재발하며 가금 유통 시장은 또다시 술렁이고 있다. 가금육의 경우 초복을 한 달가량 앞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불안심리가 퍼지며 소비 위축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계란의 경우 수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격까지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진퇴양난에 빠졌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가 국내 계란 가격 안정화를 위해 농가에서 계란 수매 후 농협 하나로마트를 통해 시중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지만, 지역에서 계란 부족 현상으로 인해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각 계종별로 유통 상황을 점검해 봤다.


출하시기 몰려 공급물량 증가
육계 산지 가격 kg당 1800원
토종닭 고시보다 낮게도 팔려  


▲가금육 시세 내리막=육계 가격의 고공행진이 막을 내리고 약세로 돌아섰다. 9일 기준 산지 육계 가격은 kg당 1700원으로 조사됐다. 육계 가격은 지난달 31일까지 kg당 2500원을 유지하다 6월 1일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육계 가격 하락원인으로 지난겨울 AI 발생 이후 비슷한 시기에 입식됐던 육계의 출하가 몰린 것과 AI 재발로 인한 소비 저하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5월에 이동제한이 순차적으로 해제되며 육계 사육 농가들이 병아리를 입식했는데 출하시기가 비슷하게 몰려 공급 물량이 증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AI가 재발하며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서 육계 수요가 줄었고 이에 따라 육계 가격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호석 하림 상무는 “도축 수수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10%가량 부족한 상황이지만, 출하 시기가 겹치다보니 최근 공급물량이 집중되고 있다”면서 “여기에 AI로 인한 소비저하까지 겹쳐 육계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토종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재 토종닭 산지 가격은 kg당 2800원이다. 현재의 가격은 한 달 전 가격인 kg당 3900원에 비해 1100원 하락했다. 특히 유통 현장에서는 고시 가격보다 400원 하락한 2400원에도 판매가 이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토종닭 업계에서는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소비 저하를 꼽았다. 이번 AI가 소규모 오골계와 토종닭 사육 농가에서 발생하며 전통시장 생닭 판매 중단 등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또 AI가 재발함에 따라 소비자들이 가든형 식당뿐만 아니라 토종닭 도계육 유통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한국토종닭협회 관계자는 “기존에는 AI가 발생하더라도 소비자들이 가든형 식당이나 도계육 유통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이번에 일부 토종닭과 오골계를 사육하는 소규모 농장에서 AI 발생을 은폐하자 소비자들이 토종닭 산업 전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소비가 저하하고 있다”라고 걱정했다.  


계란생산기반 30% 이상 소실
마트 가격 30개 1만원 육박
정부 개입으로 시장만 혼란 


▲계란가격 강세는 지속=국내 계란 가격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겨울 AI 발생 이후 계란 생산기반 30% 이상이 소실돼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8일 기준 계란 소매가격(특란/30개)은 7967원으로 조사됐다. 현재의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 5216원보다 2600원가량 높고, 평년 가격인 5547원보다도 2400원가량 증가한 상황이다.

실제 유통 현장에서는 계란 가격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지역의 한 계란유통상인에 따르면 일반 마트에서 판매하는 계란 가격(특란/30개)은 9500~9700원선이다. 가격이 1만원에 가까운 상황에서도 납품 물량을 맞추기 힘들다는 것이 계란유통상인의 설명이다.

계란유통상인은 현재 계란 가격이 강세를 띠고 있는 이유로 정부의 시장개입을 꼽았다. 정부는 국내 계란가격 안정화를 위해 6월1일부터 10일간 산란계 농가들에게 고시가격보다 알당 30원 높게 수매해 농협 하나로마트를 통해 계란 400~500만개를 시중가격 대비 30% 이상 저렴한 가격(6720원)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문제는 국내 계란 수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한 수매를 진행하다 보니 지역에서는 계란유통상인들이 물량 확보를 위해 농가에 웃돈을 주며 계란을 수매해 전체적인 계란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당초 계획했던 400~500만개 물량을 채우지 못하고 186만개에 머물고 있다.

이와 관련 안영기 계란자조금관리위원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계란 가격 안정화는 오히려 시장 질서만 혼란케 하는 잘못된 방법”이라며 “일부 생산자는 가격을 높게 받아 좋을 순 있지만 유통가격이 상승하고, 소비자들도 계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강해지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에 정부가 시장에 함부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국내 계란 가격이 연일 고공행진을 하자 태국산 계란이 수입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계란 가격이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면서 몇몇 계란유통업체들이 태국산 계란 수입을 위해 현지 업체와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계란유통업체 관계자는 “태국산 계란의 경우 유통 루트만 확보되면 선박 운송으로 7~10일이면 국내로 들여올 수 있다”면서 “계란 색도 국내에서 판매하는 계란과 비슷하고, 가격도 소비자에게 6500원대에 판매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어 국내 계란 가격의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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