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뭄이 지속되고 있지만 농산물 출하량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 사진은 8일 가락시장에 들어오고 있는 채소 물량.

최근 지속되고 있는 가뭄으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높다는 식의 잘못된 정보가 나돌고 있다. 또한 현재 가격대가 낮은 품목도 앞으로는 가뭄과 우박 등 이상 날씨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뛸 것이란 불확실한 전망도 퍼지고 있다. 이런 그릇된 동향들이 농산물 소비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부 언론 왜곡보도…소비심리 회복에 악재 우려
청과물·과일류 표준지수 평년 수준의 시세 유지
사과 등 우박피해 농산물도 우려할 수준은 아냐


▲가뭄으로 농산물값 높다는 잘못된 동향=최근 가뭄에 대한 이슈를 띄우려는 듯 앞 다퉈 농산물 가격이 높다는 식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계란 가격 상승과 함께 ‘가뭄에 식탁물가 껑충’, ‘계속되는 무더위에 농산물 가격 폭등’ 등의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것. 이는 현재 농업계를 넘어 나라 전체의 화두인 가뭄과 AI(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는 소재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시세만이 부각되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의 가격대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현재 가격대가 낮은 채소류와 관련해선 ‘가뭄에 채소가격 상승 우려’식의, 우박 피해를 받은 사과의 경우엔 ‘우박 피해로 가을 수확기 사과값 오를 수도’식의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편향된 농산물 가격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이어지면서 그나마 대선과 새 정부 출범 이후 살아나고 있는 소비 심리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실제 현실과는 맞지 않아=그렇다면 가뭄에 농산물 가격은 정말 급등했을까. 일단 농산물 유통 전문가들은 가뭄이어도 출하량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품목이 많다고 밝히고 있다. 가뭄으로 출하량이 급감해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가락시장의 나승호 한국청과 경매과장은 “가뭄으로 일부 상품에 하자가 있을 수는 있어도 물량은 많이 나오는 작물이 더 많다”며 “실제 현재 가뭄에도 시장에 출하되는 물량은 부족하지 않고, 늘어난 품목도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는 최근의 가격대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5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전월 대비 6.8p 상승한 것은 물론 3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대선과 새 정부 출범 이후 소비 심리가 살아나면서 농산물 시세도 비교적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농산물 값은 비싸지 않다. 실제 8일 현재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의 청과물 표준지수는 98.54를 기록하고 있다. 평년보다는 못한 시세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가격이 높다고 알려진 과일류도 겨우 102.06을 나타내며 평년과 비슷한 시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가격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더 높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가 최근 밝힌 우박으로 인한 사과 생산량 추정치 결과 우박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의 당초 예상량 58만2000톤보다 우박 피해로 1만2000톤이 감소한 57만톤의 사과과 올해 생산될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이 57만톤의 생산량은 2000년 이후 세 번째로 많은 생산량에 해당한다. 우박으로 인해 생산량이 감소했다손 치더라도 시세가 급등할 만큼의 우려는 아니라는 것. 오히려 평년보다 생산량이 여전히 많아 평년 대비 시세가 낮을 수도 있을 것으로 시장에선 전망하고 있다.

도매시장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가격대가 조금씩 오르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절대 평년과 비교해서 높은 수준이 아니다. 특히 올해의 평년 시세엔 세월호 사고와 메르스 사태에 따른 낮은 시세까지 반영돼 있다”며 “잘못 알려지는 농산물 가격 정보가 조금씩이나마 살아나고 있는 소비 심리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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