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민 산재보험, 100원 택시 도입 등으로 농어민 복지를 확대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내놓은 정책공약집 내용이다. 하지만 농어촌 복지 관련 정책은 이미 부처별, 지자체별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 많다. 이에 지자체 사업이 활성화 되도록 중앙정부 지원을 더욱 확대하고, 관련 사업들을 통합·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농어촌 복지 공약을 점검했다.


#교통 사각지대 해소, ‘100원 택시’

중앙정부가 지자체 보전
예산 부담 크지 않을 듯
이용횟수 확대 요구 높아

최근 농어촌 복지정책에 때 아닌 ‘원조’ 논란이 불거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농정공약으로 내 건 ‘100원 택시’를 두고서다. 농산어촌 교통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100원 택시’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남도지사 시절 도입해 도내 시·군에서 확산돼 왔는데, ‘마중택시’라는 이름으로 2012년 제일 처음 도입한 아산시가 ‘원조’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이다. 복지 정책을 두고 이 같은 얘기까지 나오는 것은 ‘100원 택시’가 그만큼 주목 받는 정책이란 뜻이다. 예산 부담이 크지 않은데다 정책 만족도가 높기 때문.

이낙연 국무총리도 후보자 시절 청문회에서 “제도를 시행해 보니 오지마을에 버스를 집어넣고 보조금을 주는 것 보다 예산이 훨씬 덜 든다”며 “100원 택시로 목욕도 하고, 손주 얼굴도 보고 오지 마을의 생활이 달라져 지금 전남도 전체에 확산돼 있다”고 말했다.

전남도의 경우 올해 교통 오지마을이 없는 목포시를 제외한 21개 시·군 전체에서 ‘100원 택시’를 운영하며, 이용대상은 741개 마을, 2만1600여명이다. 운영비용은 43억600만원으로 이중 도비가 10억5000만원, 시·군비가 32억5600만원을 차지하고 있다. 당초 전남도는 도비와 시·군비를 50대 50 매칭 펀드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각 지자체별로 교통여건과 재정여건이 달라 21개 시·군에 5000만원 씩 일률적으로 예산을 배정하고 나머지는 지자체 여건에 따라 시·군비를 반영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남도 예산을 고려할 때 새 정부가 전국적으로 마을택시 지원사업을 추진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 총 9개 도, 약 400억원 내외의 사업비가 있어야 전국 농어촌의 교통취약 지역을 해소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사업비용을 일부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제도가 설계되면 중앙정부 예산 부담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하지만 서비스 수준에 따라서 예산 규모가 정해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 교통 서비스를 제공할지가 관건이다.

전남도의 경우 대부분 쿠폰제로 운영이 되는데 월 4회로 이용이 제한돼 있다. 오지마을에서 시내로 나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택시를 1번 이용할 때 2장의 쿠폰이 필요하다. 따라서 농산어촌 오지마을 주민들이 지자체 지원을 받아 시내로 나갈 수 있는 횟수는 사실상 월 2회 정도로 한정된다.

실제 한 지자체가 마을택시 도입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한 결과 ‘마을택시 이용 불편사항’으로 응답자의 71.4%가 ‘택시의 이용횟수 제한’을 꼽았다. 여기에 10명 중 9명 이상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면소재지 및 읍내를 방문한다고 응답해 현재 운영되는 서비스 수준으로는 농산어촌의 교통 불편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전남도청 도로교통과 조문형 주무관은 ‘100원 택시’ 운영과 관련 “전남 지역이 오지가 많다보니 도민들의 호응이 좋은 사업으로 지금까지는 별다른 문제 없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며 “다만 이용실태를 분석해 보니 주로 병원에 다니는 어르신들이 많은 것으로 파악되는데 주민들 입장에선 1주일에 1번 정도 시내에 다녀올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이 사업과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어촌 지역 교통 불편해소를 위해 ‘농촌형 교통모델 발굴’이라는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며 “100원 택시의 경우 외부 반응이 좋은 만큼 관련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사업을 추진해 나가며 제도를 보완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농어민 산업재해보험 도입

농작업 안전사고 매년 증가
농업만 산재인정 안돼
공단 만들어 국가가 운영을

문재인 대통령의 또 다른 주요 공약 중 하나는 민간보험인 ‘농어업인 안전보험’을 공적 사회보험인 ‘농어민 산업재해보험’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대선 공약 요구사항에 사회보험 방식의 가칭 ‘농업노동재해보상보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이는 농업이 기계화됨에 따라 농작업 도중 일어나는 각종 안전사고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기 때문. 현재 농협에서 ‘농업인안전보험’을 판매 중이나 산재보험과 같은 공적 보험이 아니라 농업인 안전사고에 대한 보장이 보험 가입자 일부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농어업인을 대상으로 한 산업재해보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농촌경제연구원에서 이 문제를 다뤄 온 정명채 전 농경연 부원장은 “직업 중에 농업만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국민 중 농민들만 차별하는 것”이라며 “지금 농협에서 운영 중인 농작물 재해보험이나 농어업인 안전보험과 같은 것도 당초에는 국가가 운영하는 산업재해보험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도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농작물 보험도 농민 입장에서는 실업 보험이나 마찬가지로, 농작물 재해보험과 농업인 안전보험은 공단을 만들어 국가가 운영하는 형태로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농업인에 대한 산재보험 도입도 예산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당초 농업 분야 사고도 산재에 포함시켜야 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농작업 사고 발생률이 다른 산업분야 보다 더 높아 실현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정명채 전 농경연 부원장은 “예산보다 중요한 것이 어찌됐든 농민을 국민으로 생각해야 된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기본 바탕 위에 현재 농협에서 운영 중인 보험을 사회보험으로 전환했을 때 어느 정도의 예산이 드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처음 농업인에 대한 보험을 설계할 때 3년 동안 사고발생이 없으면 보험료도 깎아주고, 낸 돈의 일부도 환원해 주도록 했었는데 지금의 보험이 그렇게 운영되고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지금 정부가 농업인 보험에 지원하는 예산이 농민들을 위한 순보험료로 얼마나 쓰이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어촌 복지 통합적 관리 필요

마을단위 복지 부처별 추진
일부 사업 유사·중복 논란도
열악한 지자체 재정 지원을

이 밖에도 공공급식시설 및 공공보건의료시설 확충, 마을기업 등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통한 사회서비스 확충 등이 이번 대선 과정에서 공약으로 내세워 졌다. 이와 관련 지난 2월 나온 농촌경제연구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농촌지역 마을단위의 복지사업은 각 부처별로 추진되고 있으나 사업 내용이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이를 통합·지원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박대식 농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이미 농촌 복지 제도는 각 지자체 별로 많이 시행되고 있다”며 “각 지역 특성에 맞게 추진 중인 지자체의 복지사업을 중앙정부 정책과 잘 연계시켜 발전 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새정부 농촌 복지 공약과 관련 박대식 선임연구위원은 “농정 공약 사항인 ‘100원 택시’나 ‘공동 급식시설 확대’, ‘보건 서비스 확대’ 등은 ‘작은 복지 시리즈’로 많은 예산이 들어가지는 않는 사업들”이라며 “하지만 재정 상황이 열악한 지자체로서는 작은 사업이라도 추진하기 쉽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한 중앙정부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농촌 지역에서도 공공복지가 더 필요한 곳은 오지마을이 많은 곳인데 이런 곳의 지자체는 재정자립도가 더 낮다”며 “이들 지자체의 재정 여건이 대도시 근교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예산 지원 시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가장 중요한 것은 예산 부처를 설득하는 일일 것이다. 지금까지 농업·농촌과 관련한 복지 제도 개선방안을 아무리 제안해도 최종 예산 부처에서 커트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예산 부처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농특위가 부활해야 농어촌 복지 관련 사항들이 힘을 받아 추진될 것이고, 예산 부처 공무원들에게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라고 조언했다.
 

▲ 나주 다시면의 황정순(85)씨가 택시기사 이계담(70)씨의 도움을 받아 100원 택시에 탑승하고 있다.

#‘100원 택시’ 직접 타보니
5일장 찾고 병원 나들이 수월…이용 주민들 “만족”

이용권 1장으로 4명까지 이용…주민 교류 활발
이용객 늘어 지역 택시 기사들도 “사정 좋아져”

지난 1일 ‘100원 택시’를 운행 중인 이계담(70) 씨의 택시를 타고 나주시 다시면에 사는 황정순 씨를 만났다. 황정순(85) 할머니는 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매주 동네 할머니들과 함께 시장에 출석도장을 찍는다. 3년 전만 해도 한 달에 한번 갈까 말까 한 시장이었지만 100원 택시가 생긴 뒤로 교통비 부담이 ‘확’ 낮아졌기 때문이다.

“100원 택시 때문에 우리 손주 용돈이 줄었어.” 황 씨는 줄어든 교통비보다 장을 보며 쓰는 돈이 더 많다며 웃었다.

이처럼 ‘100원 택시’ 사업은 지역 주민들에게 대체로 만족감을 주고 있었다. 특히 ‘100원 택시’가 운행되면서 병원을 찾는 주민들이 대폭 늘어, 지역주민들의 건강지킴이 역할까지 수행한다는 것이 지역 여론이다. 여기에 1장의 이용권으로 4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보니 가까운 이웃끼리 함께 이동하며 주민 간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친밀감도 높아졌다. 시장과 주변 식당에서도 환영하는 분위기.

현재 나주시의 경우 주거지가 버스 승강장으로부터 500m이상 떨어진 곳만 100원 택시 사업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데, 해당 가구는 매월 4장의 이용권이 지급된다. 지역마다 명칭과 운영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단돈 100원으로 마을 주민들이 자가용 한 대 씩을 장만한 셈이다.

이용객이 증가한 지역의 택시기사들도 100원 택시 사업에 매우 만족스러운 반응이다.

다시면에서 100원 택시를 운행 중인 이계담 씨는 “사업시행 이후 이용객이 30% 이상 증가해 100원 택시 승객만으로 월 8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얻고 있다”며 “차량정비비, 주유비 등을 제외하면 실제 이익은 더 낮지만 이전보다 사정이 훨씬 나아졌다”고 만족해했다.

택시기사의 경우 탑승자의 사인과 시간, 인원 등을 적은 일지를 100원택시 이용권과 함께 면사무소로 제출한다.

제출된 자료는 면에서 취합 후 나주시로 전달, 확인절차가 끝나면 시가 택시회사로 비용을 보조해주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이 씨는 사업 시행초기 보다 더욱 강화된 100원 택시 운영일지 작성법을 간소화 할 필요가 있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손님이 내리면 잊지 않도록 곧바로 작성해야하니 운행이 지연되고, 일지 작성법이 복잡해 제대로 적지 못하는 기사들도 있습니다.”

이용조사는 철저히 하면서 일지작성은 간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씨의 주장이다.

이어서 이 씨는 “지역 노인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예전보다 많이 늘었다. 하지만 노인을 위한 정책만 늘면 도시는 늙어갈 수밖에 없다”며 “청년을 위한 정책도 더욱 많이 개발해 젊은 농촌, 활기찬 농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주=김종은 기자 kimje@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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