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철 건국대학교 식품유통공학과 교수

 

말 이용의 기원은 대략 기원전 4500년으로 추정된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군사용이나 농사, 수송 등을 위해 말을 이용해왔다. 과거 한 국가의 말 보유두수는 그 나라의 군사력을 대변했다. 하지만, 1차 산업혁명 이후 많은 국가에서 말은 군용(軍用)이나 역용(役用) 보다는 주로 경마용과 승마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2015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말 사육호수는 1289호, 사육두수는 1만6859두로 집계됐다.

막강한 국력을 과시했던 과거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는 기마민족으로서의 자부심과 말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일제 식민지하에서 일본은 우리나라 군사력을 약화시킬 목적으로 국내 말 사육두수를 의도적으로 줄였다. 이결과, 해방 후 우리나라 말 산업은 대단히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와 함께 비로소 말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반면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승마에 대한 관심이 지속됐고, 말 관련 산업의 규모 또한 지대하다. '올림픽의 꽃'으로 마라톤과 함께 마장마술이 꼽히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농어촌의 경제 활성화와 국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 하고자 말산업육성법이 제정, 시행되었다. 이에 따라, 말산업의 영역은 경마에서 승마뿐만 아니라, 말을 이용한 관광 및 재활치료 등 부가가치 창출 산업으로 확장됐고, 개방농업 시대를 맞이한 농어촌에 새로운 소득 창출 기회가 됐다.

말산업분야 외연확대 한계

그러나 대부분의 승용마가 퇴역 경주마나 조랑말로 이뤄져 있고, 아직까지 관광용이나 관상용, 재활치료용 등 말수요가 적어서 말산업의 외연확대에 한계가 있다. 말산업이 단일 축종산업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수요기반과 이의 확대가 이뤄져야 하고, 동시에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급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소나 돼지와 같은 전통육류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많은 국가에서 말을 식용으로 이용한다. 우리나라는 말을 소와 함께 각각 군용과 역용으로써, 국방과 농경의 중요 자원으로 여겼다. 근래 들어서야 제주도 지역을 중심으로 말고기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말산업의 범위는 경마, 승마 등 생축 상태에서의 활용 뿐 아니라, 식용소비, 향장 등의 이용도 포함한다. 장흥, 청송, 영천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말고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말산업의 외연확대와 새로운 수요 창출 차원에서 말고기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판촉의 필요성을 느끼고, 농협을 통해 말고기 시장 형성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면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말의 용도를 레저와 스포츠에서 식용 축산물로 넓히는 것은 동물 또는 말 애호가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말고기가 육류 소비자와 축산농가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고기 시장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최근 재발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뿐 아니라, 구제역(FMD), 광우병(BSE) 등의 가축질병 여파로 안전한 식육 자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웰빙 식품과 기능성 식육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축질병에서 자유롭고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며 저지방·고단백인 말고기는 새로운 식육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는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육류 선택권을 제공하고, 말 사육농가 및 연관 산업에는 소득 증대와 사업 확대 기회가 될 수 있다. 

말식품사업 육성으로 극복

말고기를 포함한 말 식품산업은 말의 식육 및 부산물을 이용한 식품의 생산, 가공, 제조, 조리, 포장, 보관, 수송, 판매하는 산업을 말한다. 이러한 산업의 성장은 식품산업을 육성하는 정부의 정책에 부응하면서, 말 사육두수를 증대시킬 수 있다. 호주 등 다른 국가에서도 새로운 육류 수요 창출을 위해 말고기, 토끼고기, 캥거루고기, 타조고기, 에뮤고기, 악어고기 등 에그조틱 미트(exotic meat)의 시장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말고기는 주로 경마에 참여하지 못하는 제주 잡종마를 도축한 것이며, 일부는 용도를 마친 경주마와 승용마이다. 최근 국내 말고기 시장에 대한 연구결과, 말고기에 대한 소비자 태도가 썩 비호의적이 아닌 것으로 나타나, 말고기가 육류의 틈새시장으로서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와 같이, 말고기에 대한 소비자의 태도가 중립적일 경우, 말고기 시장 확보를 위해서는 육류의 틈새시장을 겨냥한 마케팅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가 나서 거부감 없애야

또한 말고기에 대한 지식수준의 크기가 소비자 태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말고기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를 형성하기 위해 말고기의 가치와 유용성을 제대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 말고기와 같은 에그조틱 미트는 일반인들이 하나의 신제품으로 간주할 수 있으므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즉 시장형성 초기에 혁신수용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할 필요가 있다. 혁신수용자들의 말고기 섭취와 구전(口傳) 활동은 일반인들이 말고기에 대한 저항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말고기 소비에 대한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말고기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하려면, 우리 사회에서 말고기 먹는 것이 자연스런 음식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이는 개별 말고기 생산자나 판매자들의 노력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말산업육성법 제정과 함께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그동안 말고기에 대한 정부 정책이 구체화되지 않아서 국가차원의 소비확대 노력이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말식품산업 육성 차원에서 정부 중심의 말고기 인지도 제고 및 소비촉진 활동, 전문음식점 확대 및 유통채널 구축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행동이 이루어 질 때, 말고기에 대해 호의적으로 인식하고, 말고기를 쉽게 구입하여 섭취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말고기가 우리나라 음식문화의 일부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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