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채밀기간 짧아져…밀원수종 다양화·신품종 개발 급선무

 

국내 기후 변화로 아까시나무 개화시기가 짧아지면서 벌꿀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이에 국내 양봉업계에서는 다양한 밀원수종 및 아까시나무 신품종 개발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강원 영월에서 ‘강원허니원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하는 정해석 대표는 올해 아까시나무 벌꿀 수매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양봉농가에게 수매한 아까시나무 벌꿀의 양은 총 250드럼(1드럼당 300kg). 지난해 300드럼을 수매했던 것에 비해 17%가량 아까시나무 벌꿀 수매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정해석 대표는 아까시나무 벌꿀 수매량이 줄어든 이유로 아까시나무 개화기간 단축으로 인한 짧아진 채밀기간을 꼽았다. 기존에는 양봉농가들이 5월 상순부터 하순까지 25일가량 채밀을 한 반면, 올해에는 아까시나무 개화기간이 짧아지며 채밀기간도 15일가량으로 단축됐다는 것이다.

실제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최근 10년간 국내 남부와 북부 지역의 아까시나무 개화기간을 조사한 결과 기후 온난화의 영향으로 2007년에는 30일, 2014년 20일에서 올해에는 16일로 줄어들었다. 남부와 북부지역의 개화기간 차이가 짧아짐에 따라 전국을 돌며 채밀을 하는 양봉농가들의 채밀기간도 짧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임혜민 국립산림과학원 임목육종과 박사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아까시나무 개화특성이 변하면서 전국적으로 아까시나무 꽃의 개화일이 예년보다 이틀이상 빨라졌다”면서 “중북부 지역의 개화시기는 5월 상순~중순경까지로 앞당겨져 지역별 개화시기 차이가 줄어들면서 이동양봉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벌꿀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아까시나무 벌꿀의 생산량이 줄어듦에 따라 올해 국내 벌꿀 총 생산량도 예년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양봉협회는 올해 국내 벌꿀 총생산량이 1만1000톤가량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벌꿀 생산량은 2013년 2만4000톤, 2014년 2만4000톤, 2015년 2만3000톤, 2016년 1만4000톤 등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양봉업계에서는 개화시기가 정해져 고정양봉을 할 수 있는 아까시나무 신품종 개발과 다양한 밀원수림 조성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정해석 대표는 “양봉농가들의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서는 이동식 양봉이 아닌 조기 혹은 만기개화 등의 시기가 정해진 아까시나무 신품종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또 지금까지 아까시나무 벌꿀에 생산 및 소비가 집중됐지만 이제는 밤꿀이나 잡화꿀 등의 생산량을 증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밀원수림 조성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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