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학용 의원은 지난 1일 가뭄 피해 현장인 경기 안성 마둔저수지를 방문해 피해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올해 들어 전국에 내린 강수량은 162㎜로 평년 대비 54.2%에 불과하다. 특히 경기와 충남 지역을 중심으로 극심한 가뭄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농업용수는 물론 생활용수 공급까지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가뭄 피해가 심각하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취임 후 첫 민생 행보로 농촌의 가뭄 현장을 찾아 농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전국의 가뭄 상황을 살펴본다.


|경기·강원권
마둔·금광저수지 저수율 8%
태백 갓 심은 배추 말라죽어


현재 경기지역의 모내기 실적은 96.5%로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지만 안성 마둔저수지와 금광저수지의 저수율은 각각 8% 수준으로 거의 바닥을 드러내 벼의 뿌리내림과 생육을 위한 6월말까지의 본답초기 급수도 어려운 실정이다. 화성 덕우저수지의 저수율도 18%로 현재 상태로는 안성과 화성지역에 영농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경기도내 농업용 저수지 112개소의 총저수량은 총 1억7064만톤이지만 현재 저수량은 6067만3000톤에 불과하다. 지난해보다 54% 줄었다.

여기에 극심한 가뭄으로 생활용수를 운반 급수로 받는 곳은 광주시 3개 마을(주민 270명), 안성시 5개 마을(주민 384명), 가평군 6개 마을(주민 288명) 등 모두 3개 시군 14개 마을(주민 940여명)에 이른다.

이처럼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면서 도는 181억원의 가뭄 피해예방 특별대책 비용을 긴급 편성했으며,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31일 도내 31개 시군 단체장과 긴급 가뭄대책 회의를 가졌다. 이날 채인석 화성시장은 “서남부권의 물 부족이 심각한 상태라며 대형관정 개발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화옹호의 담수 활용방안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고, 원경희 여주시장은 “소형관정 급수지역의 지하수 부족 문제를 남한강 물을 취수하여 공급하겠다”는 해결책을 제시 했다.

강원도에선 고랭지 배추 재배단지인 태백의 배추밭 920㏊가 가뭄을 이기지 못하고 갓 심은 배추가 말라죽기 시작하자 긴급 대책으로 농업용수 지원을 시작했다. 200톤급 물탱크 25개를 곳곳에 설치해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또 강릉시에 식수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평년의 절반 수준인 46%까지 떨어져 처음으로 수돗물 제한급수에 들어갔다.

강원도는 수개월째 계속되는 가뭄으로 인한 영농기 농작물 피해 방지를 위해 시군에 가뭄대책비 20억 원을 예비비에서 긴급 지원한다고 1일 밝혔다.


|충청권
산간지 천수답 모내기 차질
파종 못해 밭작물 피해 확산


6월 1일 현재 충북의 모내기는 96% 완료됐다. 그러나 산간지역 천수답을 중심으로 모내기를 하지 못한 곳도 상당하다. 75ha 가량이 물이 부족해 모내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청주시 문의면 마동2구 한 주민은 “예전에는 산 밑 논에 자연적으로 물이 나서 모를 심곤 했는데 올해는 물이 아예 안나 일곱 마지기 모를 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마을에서 두 세 농가가 모를 못 심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예비비 10억원을 긴급 투입했다. 11개 시군에서도 가뭄대책비 10억원을 투입해 상황타개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논 보다는 밭작물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아직까지 파종조차 못한 면적이 27ha에 달하고 있다. 정상적 생육이 안 되거나 시들음 피해를 입은 곳이 29ha에 달하고 있다. 수확이 본격화되고 있는 마늘의 경우는 정상수확이 어려워 보인다.

충남지역은 서북부지역을 중심으로 가뭄이 심각하다. 충남 서북부지역의 농업·공업·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보령댐 저수율은 6월 1일 기준으로 9.9%까지 낮아졌다. 때문에 가뭄단계가 ‘경계’에서 ‘심각단계’로 조정됐다.

가뭄 심각성으로 시군들은 가뭄비상대책회의를 갖고 농업재해대책상황실 또는 T/F팀을 구성해 운영에 들어갔으나, 가뭄 해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천수만 일대 영농지역과 부사간척지 등은 염해 피해까지 발생, 모내기를 못하거나 심은 모가 고사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이와 관련 성일종 자유한국당(충남 서산·태안) 국회의원은 1일 “저수율이 낮은 경기 남부와 충남 서부지역과 전남해안 등에서 물 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서산A지구의 염분농도가 4480ppm까지 치솟는 등 부사(보령), 태안, 전남 서해안 간척지의 염분농도 상승으로 정상생육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전라권
전북지역은 올 모내기 순조
전남 모 말라죽는 피해 확산


전북도는 경기, 충남, 강원 등지의 심각한 봄 가뭄과 달리 올 봄 모내기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도는 만일의 가뭄 피해에 신속 대처키 위해 미리 가뭄대책상황실을 설치·운영하는 등 선제적 가뭄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도는 5월29일부터 가뭄대책상황실을 운영하며 도내 14개 시군과 농어촌공사에 공문을 보내 가뭄에 적극 대응하고 관계기관과 협조 체계가 원활히 가동될 수 있도록 했다.

도는 앞으로 가뭄 징후가 해소될 때까지 비상근무체제로 전환해 관계기관 합동대책회의실시, 강수·저수상황, 가뭄발생 상황 등의 모니터링, 기존관정·양수장을 이용한 농업용수 공급, 저수지 제한급수, 농경지 퇴수 재활용 공급, 하천유지용수방류 최소화 등을 통해 농업용수를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전북과 달리 전남의 영농현장에서는 중부지역과 마찬가지로 가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올 들어 전남지역에 내린 비는 154㎜로 평년의 36% 수준이다. 해안지역은 이보다 더 적어 신안, 진도 등을 중심으로 갓 심은 모가 말라죽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일 전남도에 따르면 이날까지 모내기를 마친 이앙 논 380㏊에서 물 마름, 시듦, 고사 피해가 발생했다. 집계되지 않은 현장 피해는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도는 지난달 용수개발 사업비 100억원 지원을 건의하고 가뭄대책 사업비 50억원을 긴급 배정했다. 특히 농업용수 공급이 어려운 신안군에 2억 원을, 진도군에 1억원을 추가로 지원해 가뭄극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 봉화군이 가뭄에 대비해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군은 20억원의 긴급 예산을 투입 맞춤형 가뭄대책 및 농업용수 확보에 나서고 있다.

|경상권
경북 저수율 한달새 14.5% ↓
경남은 가뭄대책상황실 운영


경북도에 따르면 도내 저수지 5469곳의 저수율은 지난달 하순 기준 평균 76.6%로 지난 4월 말에 대비 한달만에 14.5%가 내려간 것으로 확인됐다. 도내 주요 댐의 저수율도 지난달 29일 기준 안동댐 44.2%, 임하댐 44.6%, 군위댐 45%, 김천 부항댐 42.5%로 대부분 수위가 크게 내려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경북지역에서는 봄 가뭄과 모내기 등 봄철 영농급수 증가로 도내 저수지 및 댐의 저수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어 장기적인 가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봄 가뭄의 여파로 밭작물의 시듦 현상이 확산되고, 감자와 마늘 등 수확을 앞둔 일부 작물의 경우 잎과 줄기가 말라 수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또 일부 이모작 논의 경우 모내기를 위한 용수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경남도는 저수지 평균 저수율 68.1%로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영농차질 등의 가뭄피해가 미미한 편이지만, 장기간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경남도는 영농기 가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6월 1일부터 ‘농업가뭄대책상황실’을 설치·운영하며 가뭄피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밖에 제주지역에서도 초기가뭄이 시작돼 마른장마로 인해 비가 안 내리는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일부 농작물에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제주도농기원 관계자는 “단호박, 참외, 수박 등 줄기신장, 개화, 착과기에 있는 작물은 아직까지 가뭄으로 인한 직접 피해는 없지만 이 달 중순부터 시작될 장마가 마른장마일 경우 문제가 될 수도 있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뭄 피해 줄이려면 농작물 관리 어떻게
물 부족 논 이앙한계기까지 모내기 늦춰야

물대기 불가능한 밭, 산야초·비닐 덮어 수분증발 차단
과수원 7~15일간 30mm 비오지 않으면 물주기 시작을


모내기를 앞둔 농가들이 가뭄으로 애를 태우는 가운데 염분 농도가 높은 간척지와 자연강우에 의존하는 천수답 등에서는 이앙한계까지 최대한 늦모내기를 하라는 주문이다.

지속되는 가뭄으로 모내기와 작물생육에 어려움이 예상되자 농촌진흥청(청장 정황근)이 5월 31일 가뭄피해 최소화를 위한 농작물관리요령 및 영농실천사항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물이 부족한 논에서는 이앙한계기까지 최대한 모내기를 늦출 것을 당부했다.

이앙한계기는 적기이앙에 비해 수확량이 10%가량 감소하는 이앙시기로 중부지역의 경우 평야지 6월 18일, 중북부평야지 6월 1일, 중산간지 6월 6일이다. 또 남부지역은 평야지 6월 22일, 중산간지 13일이다. 또한 물이 확보돼 모내기를 할 때는 불시출수가 되기 쉬운 품종, 늦심기에 약한 품종, 모를 기른 일수가 긴 순으로 모내기를 한다.

아울러 늦모내기를 할 때는 질소질 비료를 20~30% 적게 주고, 웃자란 모는 잎의 끝을 잘라내고 밀식재배를 하는데, 포기당 6~7본으로 많이 잡아 심는다. 건답직파로 절수재배를 할 경우에는 씨 뿌리는 양을 10a당 10㎏ 정도 늘린다. 절수재배는 모를 심은 뒤 뿌리가 내리면 이삭 패기 30일 전부터 가끔 물을 대주고, 꽃이 핀 뒤에 때때로 물을 주는 방식이다. 적기에 모내기를 한 곳에서도 물을 가장 필요로 하는 활착기, 분얼기(이앙뒤 14일경)에는 논물이 마르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밭작물의 경우 이미 파종에 들어간 작물은 스프링클러 등을 이용해 일정 간격으로 물을 줘야 하는데, 물대기가 불가능한 밭은 산야초나 비닐을 덮어 수분증발을 막아야 한다. 또한 마늘이나 양파 재배지 중에서 물대기가 어려운 곳은 이랑에 자른 볏짚과 퇴비, 왕겨 등 유기물을 덮어준다. 과채류 재배지 중 가뭄으로 작물의 자람이 좋지 않은 곳은 요소액 0.2%를 잎에 주고, 석회결핍증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곳은 염화칼슘 0.3%를 잎에 준다. 또한 밭작물을 늦게 파종을 할 때는 평소보다 20~30% 정도 종자량을 늘린다.

과수원의 경우 7~15일간 30㎜가량의 비가 오지 않을 경우 물주기를 시작하고, 물주기를 시작한 후에는 일정간격으로 물을 대줘야 한다. 또한 가뭄이 지속될 경우 진딧물, 응애, 잎말이나방 등 해충발생이 많아지기 때문에 중점적인 예방활동이 필요하다. 새로 심은 묘목이나 어린 과일나무의 경우 뿌리가 있는 땅 위에 비닐을 깔고 그 위에 두껍게 흙으로 덮어줘야 한다.

정준용 농촌진흥청 재해대응과장은 “가뭄극복을 위한 작물별 중점실천사항이 확산될 수 있도록 기술지도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농식품부, 기상청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영농철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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