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쑥갓 등 교배 확산 가능 향후 추가 피해 우려도
파종지역 폐기작업 불구 유해성 논란에 주민 불안

▲ 충남 내포신도시 일대에서도 LMO 유채 종자의 파종 사실이 확인되면서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6월 1일 내포신도시의 파종지 중 1곳에서 트랙터를 이용해 폐기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종자용으로 국내 수입이 승인되지 않은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유채 종자가 강원 태백에 이어 다른 곳에서도 발견돼 LMO 작물이 이미 전국적으로 폭넓게 확산돼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충남친환경농업인연합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홍성 내포신도시 일대의 필지 5곳에서 LMO 유채 종자가 파종된 사실이 확인됐다. 국립종자원 충남지원이 LMO 식물로 의심해 시료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이다. 5월 중순 LMO 유채 종자로 처음 확인된 태백에 이어 두 번째 지역이라는 점에서 확산 가능성이 의심된다.

내포의 경우 태백과 달리 일부가 꽃이 만개하고 씨가 여물어 바람이나 곤충 등에 의해 다른 곳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을 낳고 있다. 이럴 경우 십자화과인 유채가 배추, 쑥갓, 갓, 무 등과 교배, 확산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 피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참고로 LMO는 생식이나 번식이 가능하고 GMO는 식품 등의 가공원료로 사용하는데, 번식 능력은 없다.

태백과 내포 모두 한 수입 업체가 들여온 같은 종자를 파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제의 수입 업체가 2016년 8월 중국으로부터 LMO 유채 종자 4톤을 들여왔는데, 현재 발견된 물량은 일부에 불과해 행방을 추적해야 할 물량이 상당하다. 검역 당국에 따르면 수입 업체는 해당 종자를 국내 19개소에 판매했으며, 이중 2개소로부터 공급 받은 곳이 각각 태백과 내포(충남)다. 공급 물량은 태백 50kg, 내포 400kg 정도다.

지난 1일 찾은 내포신도시 일대에선 LMO 유채꽃밭을 갈아엎는 폐기 작업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려되는 대목은 LMO 유채꽃의 파종 장소가 지역 주민들의 접근이 쉬운 생활권역 내에 있다는 점이다. 아파트 단지 앞 부지, 대로변 인근 공원 부지, 초등학교 앞 부지 등이었으며, 심지어 이곳에선 4월 ‘내포유채꽃축제’가 성황리에 열려 많은 이들이 다녀가기도 했다. 태백의 경우엔 해당 행사가 취소됐다. 내포 지역 주민들이 LMO 작물을 인지 못했을 가능성이 큰 데다 인체 유해성 여부 등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만큼 불안감을 떨쳐내긴 쉽지 않다.

전국 최초로 유기농업특구에 지정된 ‘친환경농업의 메카’로 꼽히는 홍성 지역에서 LMO 작물이 발견됐다는 점도 안타까운 부분이다. 지역 농업인들이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날 동행한 김영기 충남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국장은 “홍성 지역이 유기농업특구이기 때문에 철저한 사후관리 대책이 이뤄지지 않으면 친환경농업 분야의 피해가 처참할 것”이라며 “정부가 정보 공개를 꺼리고 있는데, 신속한 정보 공개를 통해 민간과 함께 대응 방안을 만들어가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 검역 당국은 LMO 유채 종자의 식물 검역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더불어 전국에 유통·재배된 유채 종자의 행방에 대해 일제 조사를 펼치고 있으며, 조만간 관련 상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친환경농업인연합회는 5월 31일 성명서를 통해 충남 내포신도시 일대의 LMO 유채 종자의 파종 사실에 대해 확산 우려를 나타내며 △미승인 된 채 전국각지에 유통, 재배된 유채 작물의 실태와 처리과정을 즉각 공개하고, 가축전염병 격리·폐기 조치에 준하는 긴급 비상조치를 취할 것 △최근 5년간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유채꽃 축제 등에 사용된 종자에 대해 추적하고, 해당 필지 주변의 유채를 전수 검사할 것 △GM(유전자변형) 벼 실험재배 중단 및 GM작물개발사업단 해체 등을 강력 촉구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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