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품종으로 소비·시세 두 토끼 잡기 본격화
당도는 조금 낮지만 껍질 이 사이에 남지 않아
날씬하고 길쭉한 형태 눈길, 저장성 좋아 호평
10년 만에 국산 품종 점유율이 17%에서 85%까지 올라서며 소비와 시세 모두를 잡은 딸기처럼 토마토도 국산 품종 점유율을 높여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행보가 시작되고 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지난달 30일 서울 가락시장 중앙청과 회의실에서 열렸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과 충청남도 농업기술원이 주관하고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가 후원한 ‘국내육성 신품종 방울토마토 에티켓 시장평가회’에선 국내 품종 ‘에티켓’의 시장 진출 가능성이 타진됐다. 이와 함께 국내 토마토 시장의 동향도 발표됐다.
▲생산량은 늘고 소비는 감소하는 토마토 산업=이재희 중앙청과 경매부장이 발표한 ‘토마토 산지·소비지 동향’에 따르면 국내 토마토 재배 면적은 2007년 이후 감소하다 2013년 지자체의 시설 지원 사업 등으로 다시 면적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 여파로 침체된 화훼 등의 작목에서 토마토로 작목을 전환하려는 의향도 늘고 있고 단수도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토마토 재배 면적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소비는 감소해 2007년 1인당 12kg이었던 토마토 연간 소비량은 지난해 8.2kg까지 줄어들었다. 최근 대선 이후 타 농산물처럼 토마토 소비와 시세가 상승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토마토 생산량은 증가하는 반면 소비는 감소하는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 품종 로열티는 지불하지 않고 소비력은 늘릴 수 있는 국산 품종이 토마토 산업에 필요하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재희 부장은 “딸기 설향 품종이 자리 잡으면서 딸기 면적이 증가함에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고 이후 개발된 죽향도 소비자 선호가 늘어나고 있다”며 “토마토 역시 딸기의 설향, 죽향과 같은 국산 품종이 정착돼 늘어나는 생산량과 줄어드는 소비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품종 토마토 에티켓에 대한 반응은=이번 시장평가회에서 선보인 국산 토마토 신품종 에티켓은 고추 모양의 방울토마토로 충남농업기술원(개발자 이희경)이 개발해 지난해 품종 등록까지 마치고 현재 선도 농가에 보급돼 있는 상황이다. 과중은 15~17g으로 열과에 강하고 개화성숙이 빠른 조생종으로 과색은 선명한 적색이다. 당도는 타 토마토보다 조금 낮지만 당산비는 높고 식감이 우수한 특징을 지닌다. 날씬하고 길쭉한 형태로 조금씩 잘라 먹을 수 있고, 이 사이에도 껍질이 남아있지 않아 ‘에티켓’이라는 품종명을 붙였다.
에티켓을 시식한 후 가진 에티켓에 대한 반응은 다양했다.
경도훈 서울청과 경매차장은 “식감은 부드럽고 좋은데 산도가 높아 중장년층 위주로 소비층을 잡아야 할 것 같다”며 “부드러우면서도 산도가 있으니 특수 토마토 형태로 접근하면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재희 부장은 “낯설다는 것을 제외하면 외관상 보기 좋게 느꼈다”며 “당도를 조금 올리고 숙기를 당기면 시장에서 국산 품종의 토마토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소비 행태에 맞는 포장 구성 △소비자층에 맞는 브랜드 구축 △충분한 홍보를 갖춘 후 시장 진출 등의 주문이 나왔다.
충남 부여에서 실제 에티켓을 재배하고 있는 최종길 배불뚝이농원 대표는 “에티켓을 재배해 출하해보니 20일 정도 놔둬도 원형 그대로를 유지하는 등 저장성이 좋았고, 수확량도 타 방울토마토보다 양호했다. 5년째 재배 중인데 지난해부터 일률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단계까지도 왔다”며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에겐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이명숙 원예원 기술지원과장은 “시장에서 신품종이 조기에 정착해 국산 품종의 소비가 늘어나고 결국엔 농가 소득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장평가회를 열었다”며 “도매시장 관계자분들이 지금까지 농가에 많은 도움을 줬듯 앞으로도 신품종 보급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