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얼마 전 검찰로부터 통지서 하나를 받았다.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사건과 관련해 ‘혐의 없음’ 통보를 받은 것이다. 면죄부가 발부된 순간이었다. 아이쿱생협은 작년 11월 기자와 본보 발행인을 상대로 고소를 했다. ‘불정농협-아이쿱 갈등, 농민에 불똥(11월8일자)’이란 제목의 기사가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검찰에 고소를 한 것이다.

충북 괴산군 불정농협은 2014년 도정공장을 완공했다. 아이쿱과 공동 운영을 목적으로 했다. 총 사업비 23억원이 들었고 보조금만 8억원이 지원됐다. 시시비비를 떠나 양측 간 갈등으로 도정공장은 작년에 가동을 멈췄다. 애먼 농민들은 쌀을 판매하지 못해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이게 기사내용의 핵심이었다.

보도 이후 아이쿱은 수차례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허위보도에 사과하라’는 공문도 보내왔다. 기자와 본보는 거부했고 아아쿱은 결국 소송으로 대응했다. 

기자에게 이 소송 건은 종결됐다. 그러나 여전히 사건은 진행형이다. 불정농협 도정공장은 현재까지도 정상운영이 안 되고 있다. 이 농협의 전현직 조합장은 곤란에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체면은 구겨졌고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 

한 농민은 기사 댓글에서 “아이쿱이 전량 수매라니요? 친환경농가들 찾아다니며 가격 후려치고, 출자 강요하기로 악명 높은데”라고 쓰기도 했다. 그런데도 아이쿱은 책임 통감보다 명예를 앞세웠다. 사태해결은 뒷전이었다. 농민들에게 사과도 없었다. 언론에 부정적으로 거론된 불편함만을 중시했다. 

1997년 생협연대로 출발한 아이쿱은 올해로 20주년을 맞는다고 한다. 처음 6개였던 생협은 현재 90개가 넘는다. 조합원이 25만명이고 직원이 4000명이다. 매장은 전국적으로 190개가 넘고 한 해 매출이 5500억원에 달한다. 20년 새 거대 기업이 됐고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협동조합이 됐다. 그러나 결과만큼이나 성장의 과정도 공정했는지 살펴야 한다. 괴산에서만 음료공장을 지으며 32억원을 보조받았고 작년에는 아이쿱 청과가 39억원을 지원받았다. 어떤 이는 아이쿱을 ‘보조금 먹는 하마’라 칭하기도 한다. 이제 아이쿱은 몸집을 내세우기보다 주변의 평판을 더 중히 여겨야 한다. 평판이 얼굴이고 명예다.

이평진 기자 충북취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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