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농어업 공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청년농민직불제’ 도입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미래농업인력 육성을 위한 핵심공약으로 제시된 청년농민직불제의 대상이나 금액, 운영방식 등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년농민직불제의 도입 가능성과 실효성 있는 운영방안을 짚어봤다.


|청년농민직불제 세 가지 방안

●40세 미만 전체 지원
-40세 미만 농가경영주 1만1000명
-많은 청년농업인 혜택 가능
-1300억원 이상 재원 확보 숙제

●귀농청년 선발 지원
-귀농 후 창업 5년 이내 청년농민
-매달 100만원씩, 실현가능성 높아
-영농정착 실효성은 의문

●신규 후계농업인 지원
-신규 지정 후 5년차 종료까지
-1인당 매년 1500만원 급여형태로
-귀농청년들과 형평성 문제 우려


#청년농민직불제 도입 가능성은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농어업·농어촌 7대 정책’ 공약에서 미래농업인력 육성을 위해 ‘청년농민직불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실시한 ‘청년농산업창업지원사업’을 ‘청년농민직불제’로 전면 개편해 40세 미만 청년들의 농업정착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심각한 후계인력난을 겪고 있는 농어촌의 현실을 감안할 때 ‘청년농민직불제’ 도입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유력 대선후보들이 모두 청년농민직불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국회 동의절차도 비교적 순조로울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청년농민직불제의 구체적인 운영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까지 거론되는 방식은 크게 3가지. 40세 미만 전체 농가를 지원하는 방안과 귀농청년 일부를 선발해 지원하는 방안, 신규 후계농업인을 지원하는 방안 등이다.

▲40세 미만 전체 지원=2016년 기준 40세 미만 농가경영주는 1만1000여명이다. 전체 농가 중 1.1%에 불과한데, 이처럼 심각한 후계인력난을 고려할 때 직불제 지원의 당위성은 충분해 보인다. 가장 많은 청년농업인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재원 마련이 문제다. 40세 미만 농가경영주 1만1000여명에게 매달 100만원씩 직불금을 지원한다고 가정할 경우 1300억원 이상의 재원이 요구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정섭 박사는 “40세 미만 청년농가가 전체 농가의 1.1% 수준에 불과한데, 아직도 농촌사회 고령화에 대한 심각성을 잘 못 느끼는 것 같다. 유럽연합의 경우 40세 미만 청년농가가 우리보다 약 10배 높은 14% 수준인데, 직불제와 함께 강력한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며 “정치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에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1000억원 이상의 재원확보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귀농청년 선발 지원=귀농 후 창업한지 5년 이내의 40세 미만 청년농민 일부를 선발해 매달 100만원씩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지난해 농식품부가 실시한 ‘청년농산업창업지원사업’과 유사한 형태로,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미래농업인력 육성이란 직불제의 원래 취지를 고려할 때,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농지 확보 등 진입장벽이 높은 상황에서 귀농청년들에게 직불금을 지원하다고 해서 영농정착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실 관계자는 “청년농민직불제는 귀농을 한다고 돈을 막 주는 게 아니라 교육을 받는 전제로, 앞으로 농업분야의 창업이나 취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귀농을 장려하는 지원을 포괄해야 한다”며 “현재 젊은이들이 시골에서 땅을 구하고 농사를 짓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중간단계에서 교육을 할 수 있는 중간지원조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규 후계농업경영인 지원=매년 1800명 가량 선발되는 후계농업경영인의 영농정착을 돕기 위해 직불금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사)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신규후계농업경영인 지정 후 5년차 종료 시점까지 1인당 매년 1500만원을 매월 급여 형태의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미래농업인력 육성 측면에서 가장 실효성 있는 방안인데다, 기존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승계농 위주인 후계농업인을 중심으로 지원할 경우 귀농청년들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민수 정책실장은 “현재 농업분야의 창업비용이 터무니없이 높은 상황에서 일부 축산이나 시설기반 승계농을 제외하고 대다수 신규 후계농업인들이 영농정착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후계농으로 선정되면 약 2% 금리의 정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데, 이 자금을 상환하려면 10년 동안 매년 3000만원 이상을 갚아야 한다. 청년농민직불제는 단순히 일자리 차원에서 접근할 게 아니라 농업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사회 생태계를 만드는 것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입장=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청년농민직불제가 일반 직불제와는 다른 성격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시사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새정부의 공약이 이행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지만, 현재 ‘40세 미만 청년농민들에게 직불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 말고는 사실상 백지상태”라며 “직불제는 기본개념이 준수사항을 지키면 직불금을 다 지급해야 하는데, 예산이 수반되는 문제고 국회동의 절차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좀 어렵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진사례

40세 미만 청년 농업인, 최대 5년 지급
▲유럽연합의 청년농업인 직불금=40세 미만으로 농업을 새로 시작하거나 시작한 지 5년 이하인 농업인을 대상으로 최대 5년간 청년농업인 직불금을 지급하도록 회원국의 의무(강제)조항으로 시행 중이다. 프랑스의 경우 ‘청년영농정착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40세 미만인 청년농업인이 전업형태로 평야지대에 영농정착하는 경우 평균 2000만원 정도를 일시불로 지급한다. 이외에도 저리 융자혜택을 주고 각종 세제혜택을 부여한다. 단, 지원대상자로 선정되는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

45세 이하 청년취농자 7년 동안 급여
▲일본의 청년취농자금 지원금 제도=45세 이하 청년 취농자에게 준비기간 2년과 독립기간 5년 등 총 7년 동안 급여 형태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보조금은 연간 150만엔, 우리나라 돈으로 약 1600만원 수준이다.


#전문가 진단/오현석 지역아카데미 대표
“농촌지역 확실한 고용정책은 영농정착”

농업활동 기반 사는 사람 많도록
부모 직업 승계사례 증가 주목을

 

농촌에 기반이 없는 청년들이 영농정착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농지 문제도 있고, 무엇보다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농업법인에 고용되는 방법도 있는데, 이 일자리는 너무 열악하고 부실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청년농민직불제는 영농기반이 있는 승계농이 좀 더 활발하게 농업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우선적으로 돕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된다. 문재인 정부가 도입하려는 ‘청년농민직불제’의 핵심은 농촌지역에서 농업활동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게끔 유지하게 하는 것이 돼야 한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오래 전부터 공동농업정책을 통해 ‘청년영농정착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최근에는 이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청년농업인 직불금’을 도입했다. 농촌의 공동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농과 청년들의 고용 유지를 고려한 직불제를 새롭게 도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40세 미만 청년농업인들은 평균 2000만원 정도의 영농정착지원금과 저리융자, 각종 세제혜택 외에도 추가적으로 70유로 정도의 직불금을 지원 받는다. 부족한 농지문제는 농지은행이 강력한 선매권을 통해 해결한다. 다시 말해 유럽의 청년농업인 직불금은 별도로 청년농업인을 선발해 월급개념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정착하고 있는 청년농업인들에게 가산해 직불금을 추가 지원하는 것이다.

특히 유럽의 농업구조를 보면 35~55세 사이가 두텁게 형성돼 있는데, 가족농 중심의 다각화(다기능)농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의 농가 중 20% 정도가 교육과 체험, 관광 등 가족농을 중심으로 한 다각화(다기능)농업의 길을 걷고 있다. 심지어 유럽에서 가장 전문화돼 있다는 네덜란드에서 조차 규모화보다는 다각화농업으로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각화농업의 장점은 자녀들은 물론 며느리와 사위 등이 함께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승계구도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청년실업률이 높아지면서 부모의 직업인 농업을 승계하거나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례가 급속히 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를 고려한 지원정책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결국 농촌지역의 가장 확실한 고용정책은 영농정착일 수밖에 없다. 후계농업인들이 더 잘 정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청년농업인 직불제를 운영해야 한다.


#고령농가 실태

1년 사이 60세 이상 경영주 2.2% 증가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농림어업조사’ 결과, 농어촌의 고령화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가 경영주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70세 이상 42만1000가구(39.4%), 60대 33만9000가구(31.7%), 50대 22만9000가구(21.4%) 순으로 조사됐다. 불과 1년 만에 60세 이상 경영주는 2.2% 늘었고, 경영주 평균연령은 66.3세로 0.7세 증가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고령화 추세가 앞으로 계속될 것이며 마땅한 승계인력도 없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6년이면 농가인구가 199만명으로 줄어들고, 이중 65세 고령인구가 49.3%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2015년을 기준으로 ‘영농 승계자가 있다’는 농가는 9.8%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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