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 농산물유통사업 활성화와 지역 양파생산 농업인들에게 부농의 꿈을 일궈주겠다는 굳은 의지와 각오로 시작했습니다.” 초당농산영농조합법인은 김대진 대표(42)의 각오대로 현재 양파 주산단지 무안에서 우수한 양파, 양배추, 마늘 수매를 통해 농가소득 증진과 지역 상생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제품에 대한 품질경쟁력은 물론 연중 안정적인 공급시스템 구축을 통해 연간 원물 양파 취급물량만 2만5000톤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총 31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이제는 명실상부 초우량 영농조합법인으로 자리매김한 초당농산 김대진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남 무안은 대표 양파 주산지다. 양파 생산 유통에 명품를 하나 더 추가한다면 단연 초당영농조합법인(이하 초당농산)의 ‘한울림’이 바로 대표 명품 브랜드다. 한울림의 명성은 자자하다. 그냥 이뤄진 것이 절대 아니다. 김 대표는 “철저하고 엄격한 품질관리만을 통해서 가능했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최고 품질의 양파가 아니면 취급하지 않는다. 여기에 거래처와의 신뢰로 믿음을 쌓았다. 이젠 한울림 명품을 받기 위해 공급해 줄 때 까지 기다리는 것은 예사가 됐다.

김 대표는 상고를 졸업했다. 고등학교 2학때부터 아버지로부터 도움을 받았지만 사업에 푹 빠졌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특히 사업에 대한 DNA를 타고 난 듯 하다고 수줍게 말한다. 처음으로 시작한 사업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민물고기 유통사업. 이 사업을 하면서도 사업 수완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자연산의 경우 공급 물량이 일정치 않아 관리를 잘 못하면 신선도 저하나 폐기는 다반사다. 바로 이 때 급속 냉동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과 질 저하를 막았다. 단순한 것 같지만 그 때 당시 사업의 성공 비결. 민물고기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이 초당농산의 설립 자금줄이 됐다. 초당농산의 지난해 영업 매출은 310억원. 연평균 일일 1억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아니 이미 가능성을 넘었다. 생산 시설 부족으로 인해 돌파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고2때부터 민물고기 사업 시작
많은 물량 수매해도 모두 소화


김대진 대표는 남들은 놀기(?) 바쁜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누구보다 빠르게 사업에 눈을 뜰 수 있었던 것은 민물고기 사업을 하던 부친의 사업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1993년부터 부친과 함께 민물고기 유통을 시작한 김 대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선단이나 양식장의 대표들과 만나 영업활동을 하고, 자연산민물고기를 수매·유통하면서 본인만의 사업영역을 구축해나갔다. 특히 김 대표는 아무리 많은 민물고기를 수매해도 확보한 물량을 모두 소화해냈다. 초과물량의 민물고기는 죽기 전 급속냉동 시켜 이를 가공, 죽은 고기를 파는 일이 없었다. 이렇게 신선한 고품질 고기만을 취급하자 그의 물건을 받기 위해 한 달 이상을 기다리는 업체들도 많았다. 김 대표는 돋보이는 사업 수완으로 시장, 식당, 건강원 등에 하루 5톤 활어차 1대 물량을 납품, 약 13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던 어느 날 김 대표는 납품처였던 무안 지역의 한 선단이 상품가치가 없는 비품 양파를 가공해 깐 양파를 납품, 소득을 창출하는 모습을 보고 새로운 결심을 했다. 그렇게 잘나가던 민물고기 사업을 접고 김 대표는 2004년 본격적으로 농산물유통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의 추진력과 판단력, 사업 DNA가 다시 한 번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는 힘

농산물 유통 초기 실패 쓴 맛
최고 품질로 3년 적자 벗어나


민물고기 사업으로 승승장구하던 김 대표도 농산물 유통사업 초기에는 많은 손실 내며 실패의 쓴맛을 봤다. 농산물에 대한 지식 없이 무작정 사업에 뛰어들었던 터라 대형업체 위주 납품으로 관리·수금에 어려움을 겪고 부실채권이 늘어갔다. 3년간 지속된 적자운영의 어려움 속에서 김 대표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했다. 김 대표가 새롭게 강구한 방법은 바로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최고 품질의 농산물을 유통하는 것이었다. 이에 김 대표는 2007년 APC(산지유통센터)지정과 함께 공장을 이전·확장 하고 농산물 이력화의 일환으로 영농일지를 기록하며 친환경농산물생산에 주력했다. 또 가공식품의 원료가 될 양파인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 고품질의 원료를 구입해 철저한 자체 품질검사를 실시했다. 공장 건설 당시엔 고작 깐 양파 사업에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하느냐는 주변의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최고 품질의 양파를 시장에 내놓자 물건과 시설에 매료된 대형유통가공업체의 바이어들이 큰 관심을 갖고 찾아오기 시작했다. 양파가 들어가는 제품에 품질이 우수한 초당농산의 양파를 사용하고 싶다는 제의가 들어왔고, 대기업들이 김 대표에게 농산물 저장, 선별, 유통, 관리까지 모두 맡기면서 사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이후 김 대표는 유통구조 및 산지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수직계열화와 마케팅 창구 일원화에 힘쓰며 2009년 산지 평가 최우수법인으로 인정받으며 자리를 잡아갔다.


#성공비결은 믿음과 신뢰

이익 줄어들어도 안정적 공급
거래 기업과 무한한 신뢰 구축


김 대표는 믿음과 신뢰가 없으면 어떤 사업도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의 주장처럼 믿음과 신뢰를 쌓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김 대표 또한 초창기 거래 기업과의 신뢰 구축에 어려움을 겪었다. 거래를 하던 대기업 중 한 곳이 다른 업체에 물량을 밀어주며 정책상 외도를 한 것. 그런데 업체가 2년 만에 관리부실로 수십억 원의 적자를 내고 무너졌다. 그런 상황에서 양파값이 최고가 5만 원 이상으로 폭등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2013년의 일이다. 그 당시 초당농산은 자의반 타의반 전국에서 가장 많은 재고 물량을 보유하게 됐는데 시세 차익이 약 47억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여기에 가격 폭락을 예상한 대기업들이 1년 계약을 하지 않아 초당농산은 양파시장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게 됐다. 그러나 수십억 원의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김 대표는 기업이익을 낮추면서 거래기업에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했다. 외도 한 기업에 오히려 정을 베풀고 믿음을 주자 이에 감동한 기업은 무한한 신뢰로 화답했다. 이렇게 초당농산으로 완전히 돌아선 기업은 이제 매년 말 가격 변동에 관계없이 일정금액으로 다음해 물량을 계약하며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영원한 조력자, 내조의 여왕

서류정리부터 직원관리까지
사업장 내부 일 모두 도맡아


이런 김 대표의 뒤에는 영원한 동반자이자 조력자인 윤은주 씨(45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김 대표가 농산물 유통에 뛰어들던 2004년부터 2년간 그의 부인이 민물고기 사업을 이어 받아 김 대표의 농산물유통 사업을 적극 지원했다. 현재는 서류정리부터 직원관리까지 사업장 내부의 모든 일을 도맡아 하며 김 대표가 밖에서 마음 놓고 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있다. 이에 김 대표는 사업을 확장해감에 있어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세심함과 배려로 가장 큰 힘이 돼 준 것은 단연 안사람이라며 모든 공을 윤 씨에게 돌렸다.


#자체브랜드 '한울림' 인기몰이

양파계 한 번 울려보겠다 의미
전국에 자체 대리점 7개 보유


초당농산은 양파계를 한 번 울려보자는 의미에서 김 대표가 이름 지은 ‘한울림’이란 자체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사업초기 우수한 품질로 시장에 입소문난 ‘한울림’ 농산물은 항상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한울림’ 물건을 받으려는 사람들도 빠르게 증가했다. 그 중 ‘한울림’ 양파만으로 장사를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자체대리점을 제안하면서 자체브랜드 양파를 판매하는 대리점을 운영하게 됐다. 초당농산은 현재 전국에 7개 자체 대리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물량의 50%를 대기업에, 나머지 50%를 자체대리점에 납품한다. 이렇게 시장출하를 전혀 하지 않고 것이 초당농산의 또 다른 특징이다. 지금은 7곳 외에 자체 대리점을 신청한 지역이 24곳이나 되지만 초당농산의 현재 시설규모로는 물량을 모두 공급하기엔 역부족이다. 이에 김 대표는 시설확장을 통해 자체 브랜드 납품 점유율을 80%로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가족 같은 분위기 속 품질 제고

소수정예 42농가 진성조합원들  
매년 45만망만 생산 품질 높여


지난 2004년 20여 농가가 참여해 설립된 초당농산은 현재 42농가가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조합원 80여 명이 함께한 적도 있지만 소수정예의 진성조합원만을 선정해 농산물 품질 및 생산성을 높였다. 이들 조합원은 매년 45만평의 면적에서 20kg 기준 45만망을 양파를 생산하고 있다. 또한 상시근무 직원 60여 명이 함께 사업장을 꾸려가고 있는데 모두 한 가족처럼 가깝게 지낸다. 생일 맞은 직원을 위해 모두 모여 축하해고, 주기적으로 함께 여행도 다니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일하고 있다. 이렇게 친절함과 웃음을 잃지 않는 직원들을 모습을 통해 초당농산의 이미지는 자연히 높아졌고 업무효율성 제고 효과도 함께 얻었다.


#생산농업인 수취가격 높여야

부산물 폐기에 막대한 비용
환경부 자원화 반대 안타까워


김 대표는 현재 사업장 운영에 가장 큰 걸림돌로 농산물 가공 시 나오는 부산물 처리비용을 손꼽았다. 초당농산에선 매년 농산물을 가공·선별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폐기처리 하는데 1억8000만원의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 사업장에서 나온 양파 부산물은 일반농산물처럼 유기질비료화 하는 등 자원화가 가능함에도 환경부의 반대로 여전히 폐기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부산물 폐기처리 비용을 줄이면 생산 농업인들의 수취가격 더욱 높일 수 있는데 제도적 문제로 길이 막혀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현장에 가보면 아직도 언제 밭에 물을 줘야하는지 아는 농업인이 거의 없는 것이 농촌의 현실”이라며 “농업·농촌이 발전하고 농민이 잘살기 위해선 우리 농업인들도 지식을 쌓는 일에 게을러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이어서 “매년 급변하는 농업환경에 맞춰 농진청 등에서도 농사 매뉴얼을 새롭게 개발해 농가 보급에 힘써야한다”고 말했다.

무안=최상기·김종은 기자 chois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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