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마늘생산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성이경 창녕농협 조합장이 마늘농가의 고충을 전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잦은 비로 인해 마늘 파종에 노력과 비용이 몇 곱절 더 들었습니다. 올해 수확기 작황이 그다지 좋지 않는데, 가격 폭락 조짐까지 보여 마음이 무겁습니다. 과도한 수입마늘 방출로 인해 멍든 마늘농가의 아픈 가슴을 새 정부가 제대로 헤아려주었으면 합니다.”

지난해 가을 잦은 비로
마늘 파종 지연 등 애먹어
올 수확기 작황 부진에
가격폭락 조짐까지 ‘답답’


전국 최대의 마늘주산지인 창녕군에서 지난 24일 만난 성이경 창녕농협 조합장은 논에서 뽑아든 마늘을 한 무더기 들어 보이며 이와 같이 호소했다.

성 조합장은 마늘·양파 농사를 10ha(3만평)까지 짓기도 했던 농업경영인 조합장이다. 한농연창녕군엽합회장과 경남도연합회 수석부회장, 창녕군의회 의장(3선 의원)에 이어 창녕농협 조합장을 맡으면서 마늘농사를 3960㎡(약1200평)으로 줄였지만 여전히 들판을 누비며 각종 현안을 꿰뚫고 있다.

특히 전국 58개 마늘 주산지농협으로 구성된 한국마늘생산자협의회 회장을 맡아 마늘농가의 어려움을 풀어나가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는 10여명의 마늘주산지 조합장들과 함께 중국 청도, 창산, 금향 등지로 마늘작황조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성 조합장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은 유난히 비가 잦아 마늘 파종시기가 예년보다 한 달 보름가량 지연되면서 대다수의 마늘농가들은 파종준비를 위해 미리 쪼개어 놓았던 마늘종자가 부패해 고가에 재구매를 해야 했다. 또한 경운작업을 몇 배나 더 해야 했고, 그래도 땅에 수분이 많아 파종작업 효율이 떨어지면서 인건비는 곱절로 들었다. 더구나 냉해 방지를 위해 비닐피복을 이중으로 해야 했기에 만만찮은 농자재비가 추가로 들었다.

성 조합장은 “예년에 비해 노력도 비용도 훨씬 많이 투입해 재배한 마늘이 어느 정도 제값을 받아야 수지가 맞는데, 마늘시세가 좋지 않아 농민들이 수확시기를 최대한 늦추다가 이제는 거의 한계점에 다다라 허탈한 마음에 연신 한숨을 내쉬며 마늘수확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올 봄 가뭄 등의 영향까지 받아 작황이 좋지 않은데도 마늘가격이 이토록 하락한 것은 지난해 수입된 중국산 신선마늘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이 올해 1월부터 5월초까지 과도하게 방출됐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급조절 심각단계가 아닌 5월초에까지 정부가 마늘 TRQ 물량을 무분별하게 방출한 사유를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에 “정부가 마늘 TRQ 물량 방출로 마늘 가공·유통업자들에게 미소를 안겨주었을지는 몰라도 마늘재배 농민들에게는 피눈물을 쏟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마늘 가격이 폭락할 때는 외면하고 어느 정도 가격이 형성될 때는 막대한 물량을 수입해와 이듬해까지 악영향을 주는 행태가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느냐?”고 성토했다.

또한 “중국산 수입마늘의 교묘한 국산둔갑이 여전히 빈번하지만, 단속인력이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단속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근절되지 않고 있다”면서 개선을 촉구했다.

아울러 “아직도 마늘농가는 파종 때나 수확시기 모두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실정이다”면서 “마늘 파종 및 수확작업의 기계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서두르고, 시군 단위로 일원화된 실용적이고 체계적인 농업인력 지원 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창녕=구자룡 기자 kucr@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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