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흥 우드랜드 '비비에코토피아' 개장

▲ 비비에코토피아에 있는 토굴들. 얇은 종이옷을 입고 토굴에서 피톤치드를 머금은 바람을 맞아가며, 풍욕을 즐길 수 있다.

‘풍욕’. 바람으로 목욕을 하는 산림욕 방식이다. 숲을 걸으며 피톤치드로 치유하는 개념이 아닌, 숲에서 온 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명상에 잠기는 풍욕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다. 이 풍욕을 할 수 있는 곳이 우리나라에도 있으니, 우리나라 최초의 풍욕장인 ‘비비에코토피아(viviecotopia)’다. 비비에코토피아는 전남 장흥의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우드랜드)에 있다.

천연합성섬유 종이옷 입고
총 규모 2만여㎡ 숲속 만끽
움막에선 맨 몸차림도 가능


비비에코토피아가 조성돼 있는 우드랜드는 2009년 7월에 문을 열었다. 2006년부터 산림청 공모사업인 우드랜드 조성을 위해 56억원(국비) 등을 지원받아, 2009년에 관련 사업을 마친 결과 우드랜드는 억불산 자락(100ha)에 자리를 잡았고, 2년 후인 2011년에 비비에코토피아가 개장한 것이다. 우드랜드 매표소에서 비비에코토피아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가량. ‘사색의 숲’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오르고 오르다보면, 대나무와 상록수로 엮은 담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고, 조금만 더 걸어가면 오른쪽에는 안내소가, 왼쪽에 비비에코토피아 입구가 있다. 비비에코토피아 푯말 옆의 대나무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곳이 비비에코토피아다. 우드랜드의 새로운 요새다.

비비에코토피아에서 풍욕을 즐기기 전에 ‘풍욕’부터 자세히 알아보자. 풍욕은 프랑스의 로브리 의학박사가 창안한 산림욕으로, ‘바람으로 목욕을 한다’는 개념이다. 사람은 피부로도 호흡을 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두꺼운 옷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건강에도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피부가 공기를 통해 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게 풍욕의 이유다. 그래서 풍욕을 하려면, 옷을 입지 않는 채 신선한 공기에 신체를 노출시켜야 한다.

이런 풍욕은 신체의 안정화를 유도함은 물론, 피부호흡으로 일산화탄소 배출과 산소 공급을 유도해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이고, 인체의 산성과 알칼리성 균형을 촉진시켜 체질을 개선하는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는 총 규모 2만여㎡ 규모의 비비에코토피아에서 풍욕을 해 볼 차례다. 비비에코토피아에 발을 들이기 전 안내소에서 천연합성섬유로 만든 종이옷을 구입해야 한다. 최대한 신선한 공기를 신체에 노출시키기 위함이다. 안내소 뒤편의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면, 본격적으로 풍욕을 해보자. 풍욕은 간단하다. 바람에 몸을 맡기면 된다. 혹여 뛰어서도 안되고, 움직임이 많아서도 안된다. 풍욕을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덥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신체 피부가 서서히 추워지도록 한다’와 ‘음지에서 신체활동을 거의 하지 않으며, 땀이 나지 않도록 한다’다. 이 원칙만 지키면 끝.
 

▲ 비비에코토피아 입구. 대나무 문이 따로 있는데,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다.

비비에코토피아에는 나무침대, 해먹, 나무의자, 대나무움막과 함께, 토굴(3개소), 움막(8개소), 원두막(7개소)이 곳곳에 놓여 있다. 해먹에 누워 하늘을 바라봐도 되고, 나무침대에 등을 기대어 눈을 붙여도 된다. 아니면, 토굴에 앉아 놀이를 해도 되고, 원두막에 모여 수다를 떨어도 된다. 바위에 걸쳐 앉아 책을 읽으면서, 새소리와 물소리를 듣는 것도 추천.

특히 비비에코토피아에서는 매너가 중요하다. 이 매너란 게 곧 ‘사생활 보호’다. 그도 그럴 것이, 비비에코토피아 체험객들은 얇은 종이옷을 입고 있다. 자칫 노출이 우려될 수도 있는 상황. 외부에서 비비에코토피아를 들여다 볼 수 없도록 대나무와 상록수로 담을 만들고, 비비에코토피아에도 대나무로 만든 가림막을 여러 곳에 설치한 이유다. ‘누드 산림욕장’이란 별칭을 갖고 있는 비비에코토피아이기에 당연히 카메라 셔터도 눌러서도 안된다.

진짜 풍욕을 즐기고 싶다면, 옷을 굳이 벗고 싶다면, 방법이 없진 않다. 움막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움막에서 가족과 함께라면 옷을 벗어도 된다. 맨 몸으로 바람을 맡고 싶은 가족은 움막을 사수하는 것이 먼저다. 이때에도 매너는 필수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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