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저수지 소양강 물 끌어와 120미터 높이로 퍼올려
지난 25일 오후 2시30분 춘천시 신북읍에 위치한 조연저수지에 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2.3km 떨어진 소양강댐에서 물을 끌어와 120미터 높이의 저수지로 퍼 올리는 ‘가뭄대비 농업용수 확보 작전’이 성공한 것이다. 211ha의 농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저수량 100만㎥ 규모의 조연저수지의 저수율이 60% 밑으로 떨어지자 비상대책의 일환으로 이 작전을 실시한 것이다.<관련기사 4면>
이 현장을 지켜보던 농업인 박종만 씨는 가슴을 쓰러 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가뭄으로 논바닥이 바르면 결국은 농민 주머니가 마른다. 최근 몇 년 동안 반복되는 봄가뭄이 농업인들을 지치게 하고 있다”며 박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24일 강원도 지역에 봄비가 조금 내렸지만 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26일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5월 22일까지 강원도 누적강수량은 134.4㎜다. 이는 1973년 이후 최저 수준이며, 평년 강수량인 252.3㎜와 비교하면 53.1%로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강릉시 오봉저수지와 고성군 학사평저수지는 현재 저수율이 각각 47.1%, 48.6%로 평년 저수율인 82.3%, 81.7%와 30% 포인트 이상 줄어들었다. 강원도 저수지의 상황은 거의 이와 비슷하다.
강원도는 ‘가뭄대비 영농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해갈될 때 까지 상황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축산반, 융통원예반, 농업용수반, 관계기관반 등 4개 반을 편성해 단계별로 운영하고, 시·군, 한국농어촌공사 강원지역본부, NH농협 강원지역본부도 함께 가뭄대책상황실을 편성 운영한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논보다 밭이 많은 강원도의 특성상 밭작물과 과수농가들의 가뭄은 더 심각하다. 현재 모내기는 96%이상 끝났지만 밭작물은 정식이 70% 수준에 머물러있어 가뭄 피해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춘천에서 복숭아 과수원을 경영하는 윤 모 씨는 “최근 들어 봄이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가뭄이 반복되고 있지만 기존의 농업용수공급은 논농사를 중심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밭농사가 가뭄에 더 취약하다”며 새로운 농업용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릉시 왕산면에서 배추농사를 짓는 최 모 씨도 “25일쯤 모종을 밭에 심으려고 했는데 가뭄으로 심지 못해서 웃자라고 있다”며 “정해진 시간에 정식하지 못하면 수확이 급감하는데 봄가뭄 피해는 가을 수확기까지 이어 진다”고 봄 가뭄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농업인들과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봄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서 소규모 저수지를 늘리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 저수량은 전체 강수량의 27% 수준으로 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낙교 농어촌공사 강원본부장은 “물은 펑펑 쓰고 허비하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곳에 필요 한 만큼 써야한다는 생각으로 물의 사용가치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안정적인 생활용수와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기반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원=백종운 기자 baekjw@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