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과 편리성을 동시에 잡기 위한 블랙망고수박이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부안마케팅영농조합법인에서 블랙망고수박이 시장에 출하되기 전 선별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0년 3만ha를 넘어섰던 수박 재배 면적은 지난해 1만2171ha까지 줄어들었다. 수박 1인당 소비량도 2000년 19.6kg에서 2016년엔 9.6kg까지 급감했다. 그럼에도 수박 시세는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1~2인 가구 증가와 늘어나는 수입과일 등에 밀려 수박 산업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수박 산업의 새로운 돌파구로 이색 수박들이 최근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이후 올해 본격적인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는 블랙망고수박이 대표적인 이색 수박이다. 지난 24일 블랙망고수박의 첫 스타트를 끊은 전북 부안의 부안마케팅영농조합(이하 부안마케팅)과 전북 고창의 해당 산지를 찾아 이색 수박의 성장 가능성을 살펴봤다.

일반 수박 절반 크기
지난해 첫 출하 시작
평균 당도 높아
열대과일과도 경쟁 거뜬
후숙으로 저장·유통도 수월


블랙망고수박은 이름에서 풍기는 것과 같이 겉은 기존 수박보다 검고 속은 망고처럼 노랗다. 크기는 평균 2~4kg으로 일반 수박의 절반 정도 된다. 부안마케팅이 농가와의 계약재배를 통해 지난해 처음 출하를 진행했고, 이달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임장섭 부안마케팅 대표는 “불과 10여년 만에 수박 면적은 절반 이하로 줄었는데도 시세는 제자리걸음이다. 각종 밀려드는 수입과일과의 경쟁과 핵가족화에 대응하기 위해 블랙망고수박을 선보이게 됐다”고 전했다.

임 대표의 발언 속에 블랙망고수박의 장점이 모두 녹아있다. 일단 블랙망고수박은 크기가 작아 1인 가구 등 소형 가구 증가에 따른 소비 행태와 부합한다. 또한 평균 당도가 13~14브릭스에 이를 정도로 당도가 높아 수입 열대과일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작기도 5월부터 11월까지로 길어 홍수 출하 등의 우려도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소비기간도 길다.

임 대표는 “블랙망고수박은 후숙 과채 특성도 지녀 수확 후 3~5일 이후에 먹으면 더 맛이 좋다. 이는 저장 및 유통에도 블랙망고수박이 수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마트와의 계약을 통해 전국 이마트 지점에서 블랙망고수박을 볼 수 있고, 홈쇼핑과 온라인 시장 등으로 판로 폭을 넓히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60여 농가를 넘어 올해 전국적으로 200여 농가가 블랙망고수박 재배에 참여하고 있다. 일단 농가들의 반응도 뜨겁다. 무엇보다 수취가가 높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전북 고창의 수박 재배 농가인 김재주 성내스테비아 수박영농조합법인 회장은 “올해 87명의 회원 중 35명의 회원이 블랙망고수박을 재배하고 있다”며 “일반 수박이 한 줄기에 한통이 달린다면 블랙망고수박은 두통의 수박이 달려 생산량이 많고, kg당 단가도 높아 농가 수취가가 좋다. 일반 수박과 비교해 보통 하우스 1동(660㎡)에 50만원, 많게는 100만원 이상의 소득을 더 올린다”고 말했다.

재배에도 용이하다는 것이 농가들의 전언이다. 기존의 소형 수박은 표피가 얇아 여름철 고온에 취약했는데 블랙망고수박은 표피가 두꺼워 고온에도 비교적 잘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수박 작황이 양호해 양질의 블랙망고수박이 생산되고 있다고 생산현장에선 밝히고 있다.

김재주 회장은 “신작목이자 이색 작목임에도 블랙망고수박은 고온에 잘 견디는 등 농가들이 재배하기가 수월하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일조량이 좋아 모든 수박의 작황이 양호하고 품위도 높게 나오고 있다”며 “무더위가 일찍 찾아왔는데 고품위를 바탕으로 수박 소비도 잘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블랙망고수박이 이제 모습을 드러낸 지 2년밖에 되지 않았고, 본격 출하가 진행된 것은 올해부터이기에 지금 당장의 반응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하지만 블랙망고수박처럼 다양한 품목과 품종이 발굴돼야 홍수 출하도 막고 늘어나는 소형가구 속에 변화하는 소비 행태와도 부합할 수 있다는 것이 블랙망고수박 재배 및 유통 현장의 목소리였다.

임장섭 대표는 “A 품목이 올해 시세가 좋으면 다음에는 A 품목으로 물량이 쏠려 시세가 폭락하는 등 면적 증가와 시세 등락이 매번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수입과일은 점점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며 “이런 시기에 수박시장의 블랙망고수박처럼 새로운 작목이 나와 작목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소비도 늘릴 수 있는 게 작금의 농산물 생산·유통 현장에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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