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이 수입 당근 상장예외 도입,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담합 여부 조사 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매법인들의 안일한 모습과 도매법인의 역할에 의구심을 품을 만한 행동으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수입당근 상장예외 도입 관련 늦은 법적 대응 도마위
공정위 담합조사에 자진신고 과징금 감면 소문 들썩
“출하주 목소리 대변 역할 외면하나” 비판 목소리도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에 따르면 최근 현안으로 서울시의 수입 당근 상장예외 도입과 공정위의 표준하역비 담합 여부 등의 조사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도매법인들은 수입 당근 상장예외에 대해서는 법률적 대응에 나서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나 6월 1일부터 수입 당근을 상장예외로 거래되는 것에 반해 이르면 5월 29일에나 돼야 소송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5월 10일 서울시가 조례를 공표하고 나서 소송 결정을 내리기까지 20일이나 소요된 셈이다. 결국 소송을 대리할 대표 소송 대리인 선정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합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생산자와 지역 농협에서 조차 수입 당근의 상장예외 지정을 반대하면서 도매법인들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늦은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공정위의 조사 대응은 도매법인들이 사분오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도매법인들은 공정위 조사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표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대응에 나서 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가락시장 도매법인들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특정 도매법인이 자진신고를 할 경우 과징금을 면해주는 자진신고 감면제도에 따라 자진신고를 했다는 얘기가 떠돌기 시작했다. 이 얘기가 사실인지 여부를 차치하고서라도 이번 건으로 도매법인들이 입은 타격은 만만치 않다.

당장 도매법인들이 앞으로 가락시장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현안들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동시에 그동안 줄기차게 내세웠던 생산자, 다시 말해 출하주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대의명분까지 잃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이는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도매법인들이 단기적으로 회사의 수익 여부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보면 도매법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의구심을 품게 만드는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한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도매법인들이 사분오열되고 있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며 “일부 법인은 별도의 지회를 만들고, 일부 법인은 담합이 아니라는 공통된 목소리를 내고 법리 다툼도 진행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담합을 시인하는 모양이 과연 출하주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농산물 유통 전문가는 “이러한 상황은 도매법인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장기적인 고민이 없는 상황에서 비롯됐다고 생각된다”며 “단기적으로 손해가 없어야 한다는 근시안적 안목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학계의 한 교수도 “법인 스스로 도매시장 활성화와 농산물의 합리적 유통을 위해 적극 노력하지 못했던 점을 반성해야 한다”며 “도매법인을 단순히 농산물 유통을 하는 하나의 회사로 생각하면 안 된다. 법인들이 자신들은 공적인 기능을 갖고 있다고 말하려면 스스로가 합리적인 시스템을 무너트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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