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충남연구원과 함께 23일 충남 서천군 문헌서원에서 2017년도 제2차 현장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한산소곡주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사진은 종합토론 모습.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충남연구원과 함께 지난 23일 충남 서천군 문헌서원에서 지역의 대표적인 전통주인 한산소곡주를 주제로 2017년도 제2차 현장토론회를 열었다.

‘한산소곡주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현장토론회는 한산소곡주의 역사와 의미에서 출발해 한산소곡주의 산업화 전략, 나아가 전통주와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됐다.

참석자들은 한산소곡주의 산업화 방안에 대해 단순히 전통주가 아닌 지역 문화유산으로의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공통된 인식을 나타냈다. 한산소곡주가 가진 다양성과 지역성을 부각하는 동시에 객관적인 실태 파악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제언도 나왔다.

한편 농경연과 충남연구원은 토론회 시작에 앞서 농업·농촌 분야의 공동연구 및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상호 협력을 주요 내용으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발표1/한산소곡주의 역사와 의미
“1000억여원 부가가치 창출 기대”

 

▲나장연 한산소곡주홍보추진위원장=한산소곡주는 예로부터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며 마셨다는 명주로 통하는 술이다. 1300년 전 백제 왕실에서 즐겨 마셔왔던 술로 전해지고 있다.

한산소곡주는 국내산 농산물만 사용한다. 물도 한산 지역의 물을 사용한다. 100일 동안 정성이 더해져 장기 발효돼 만들어진다. 엄선한 재료에다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 감미나 조미하지 않고도 약주로는 단맛을 함유한 고도주(18%)가 한산소곡주의 진정한 맛이다. 쌀의 경우 지역 농가에서 전량 계약재배하고 있는데, 한산면 일대에서 재배되는 쌀 전량을 갖고 술을 빚는다면 한산소곡주는 1000억원 정도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산소곡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해결 과제는 원가경쟁력 강화, 원료의 품종과 농법 개발 시급, 홍보 및 사회적 트렌드 구축, 우리술 생리 기능성에 대한 연구 시급, 우리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캠페인 전개, 전통주 원료곡의 품질 향상 및 소재 개발, 영세 제조 농가에 영세율 적용 필요, 약주 세율을 탁주와 동일 세율 적용, 문화 산업으로서의 전통주 육성 등이다.

한산소곡주의 발전 방향으로는 지역 인프라를 통한 관광 연계 홍보, 한산소곡주의 동반 상승, 증류주의 장기 숙성으로 세계화 추진, 한산소곡주의 고품질화 및 백제소곡주의 대중화 실현, 한산소곡주의 스토리텔링 발굴과 역사성 발굴, 한산소곡주 축제에서 대한민국 우리술축제 개최로 전국민의 관심 유도, 백제문화제와 동반 성장 등을 추진해야 한다.


#발표2/전통주와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
“전통주 지역공동사업화 지원을”

 

▲김용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전통주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통주 지역공동사업화를 지원해야 한다. 소규모 전통주업체의 경우 지역공동면허를 통한 규모화로 비용 절감 및 판로 확대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탁주와 약주 제조자에 한해 공동면허 발급이 가능하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지역공동사업 자금을 조성해 추진하는 경우 실적에 따라 정부 매칭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지리적 표시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영동 와인, 고창 복분자 등의 이름으로 제조돼 판매되는 술은 많지만, 개별 제조업체 및 상호명이 상이하고, 제품의 품질 차이도 심한 경우가 대부분인 실정이기 때문에 프랑스의 AOC 제도나 일본의 지리적 표시제를 벤치마킹해 지역 단위의 품질 관리 및 홍보·판매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세 번째로는 전통주 6차 산업화에 대한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농촌 지역의 우수 전통주 제조업체를 선정해 생산·관광·체험 복합공간으로 개발해 지역의 관광 명소화를 추진해야 한다. 또한 각 지역의 특산물로 개발된 대표 전통주가 해당 지역 축제와 연계해 지역 특산품이 될 수 있도록 컨설팅 및 홍보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

네 번째는 전통주 연구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전통주 업체의 영세성으로 인해 자발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어렵기 때문에 연구개발 예산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다섯 번째로 무엇보다 젊은이와 소통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진다.


#발표3/한산소곡주의 산업화 전략
“지역성 활용 문화·관광 사업으로”

 

▲이관률 충남연구원 연구위원=한산소곡주는 충남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돼 있다. 2012년부터 한산소곡주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인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지만, 한산소곡주 활성화를 위한 산업화 전략이 수립돼 있지 못한 실정이다.

한산소곡주의 실태와 문제를 살펴보면 영세하다는 점, 무허가가 많다는 점, 생산시설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 업체별·재료의 혼합방식별·(자가)누룩 종류에 따라 맛과 향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 등이 있다. 한산소곡주를 만드는 제도권 내 주류면허등록업체 숫자는 2017년 51개로, 2012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한산소곡주를 개인이 집에서 빚는 곳은 250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 중의 90%가 한산면에 집중돼 있어 상당히 높은 지역성을 갖고 있다. 2016년 업체당 평균 매출액은 4400만원이고, 종사자수는 평균 1.3명 정도다.

한산소곡주의 산업화 전략은 지역성을 활용한 문화·관광 사업으로 다양화를 추진해야 한다. 또한 주류제조면허등록의 지원 및 인센티브 부여, 소곡주 인력양성 및 제조기술의 영상기록화, 소규모 영세업체를 협동조합으로 결성해 규모의 경제 확보, 신고제도로 제도 전환 및 주세법의 예외 적용 추진, 다양한 맛과 향의 소곡주 생산 및 소믈리에 양성, 한산면 전체 소곡주의 전시판매장 설치 및 운영, 소곡주 관련 재료의 자체조달 및 공동구매 방식 도입 등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한산소곡주의 다양성을 부각해야 하고, 관련 규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또 한산소곡주 관계자의 조직화와 객관적인 실태 파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종합토론

지나친 규제, 맛·품질 등 규격화로 하향표준화 우려
접근성 높이고 소곡주에 어울리는 안주류 개발해야 
제조면허 받지않은 가양주 농가와 갈등해소 모색을


▲노희랑 한산모시소곡주사업단 단장=2012년 한산면을 중심으로 3개면이 소곡주 특구로 지정됐다. 2015년부터 6차산업화 조성사업 지원을 받으면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한산소곡주 갤러리를 리모델링해 시음, 판매, 전시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다만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고민인데, 지역 청년들에게 맡기기 위해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공동 숙성실을 만들자는 의견에 따라 동굴카페를 만들었고, 소곡주에 맞는 안주 개발도 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식약 당국의 위생 검사 등으로 인해 소곡주의 맛이 획일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제조면허를 받지 않는 가양주 농가들과의 갈등도 일부 있다. 홍보나 마케팅 부분도 기초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역에 젊은 인력들이 부족하다보니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다.

▲강현수 충남연구원장=소곡주는 다른 전통주와 달리 양조장 중심이 아닌 마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측면이 가장 큰 차이이고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생태계이자 작은 클러스터가 있는 셈이다.

성공요인은 경쟁과 협력이 얼마나 되느냐에 있다고 본다. 경쟁은 내부 경쟁 측면이며, 협력은 공동의 이해관계를 추구하기 위한 측면이다. 한산소곡주가 이렇게 까지 유지해 올 수 있는 것도 대단한 부분이다. 규모가 커지면 맛이나 레시피, 포장 등이 획일화되는 문제가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하향 표준화되는 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세금 문제인데, 내부 고발 및 경쟁 등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풀 것인가의 문제다. 영세율 제도도 굉장히 좋은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고령화 문제다. 이런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는 방안을 앞으로 충남연구원도 함께 고민해 나가겠다.

▲정송 충남도청 농정국장=지자체가 해야 할 역할은 생산된 제품들을 어떻게 상품화해서 팔아줄 것이냐에 있는 것 같다. 소곡주에 대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고, 좋은 의견을 제시해 주셔서 이를 바탕으로 충남도에서 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도록 노력하겠다.

전통주 산업 구조가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이렇기 때문에 ‘투트랙(TWO-TRACK)’ 전략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산소곡주의 경우엔 등록업체들과 그렇지 않은 경영체들의 갈등을 빚지 않는 대책이 중요하다. 맛이나 품질 등도 규격화하거나 통일시킬 필요는 없다고 보인다. 기본적인 맛은 유지하면서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도록 소곡주를 육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산 쌀을 원료로 하면 면세를 해준다거나 하는 정부의 정책도 필요하고, 식약 당국의 불필요한 단속도 줄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우식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진흥과 과장=가장 최근에 수립된 전통주 관련 진흥 종합정책이 2013년도에 나왔다. 올해가 5년째를 맞게 돼 기본계획 내용을 내부적으로 만들고 있다. 농식품부 입장에선 전통주 진흥 및 지원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나 국세청 등과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고 이런 부분에서 진흥 대책을 어디까지 담을 수 있을 것인가 고민이 많다.

전통주 분야에만 순수하게 드는 예산이 1년에 40억원 정도밖에 안 되는데, 홍보나 인지도 향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제한적인 측면이 있다. 구조적으로 영세 업체들이 규모화, 조직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역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해 줄 수 있는 사업을 올해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번 전통주 대책에 소비자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방향에서 소비 활성화 방안도 담을 생각이다.

▲류충렬 공주대 교수=한산소곡주는 서울에서 구입하기가 어렵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젊은 층들이 먹는 일본 사케를 파는 식당이 인기를 끌고 있다. 소곡주에 맞는 음식이 있어야 젊은 소비자들이 찾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무래도 술이나 음식의 경우 자주 먹을 수 있어야 찾게 되는 것은 당연한 부분이다. 구입할 수 있는 경로나 접근성을 높이는 게 가장 우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우리의 경우 쌀과 사과로 만든 술은 경쟁력이 있다고 여겨지는데, 술에 대한 규제 문제가 많다. 점차 완화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전통주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선 주세법령과 6차 산업과 연관해 규제 완화 조항들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6차 산업형 주류업체의 경우엔 주세법 적용에 예외 조항을 둘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창길 농경연 원장=오늘 현장토론회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전반적으로 피부에 와닿았고, ‘한산소곡주’라는 굉장히 세부적이고 특수한 소재지만, 농업 발전 및 산업화의 대안을 모색하는 방향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전통주 산업은 부가가치가 큰 산업이고 미래가 밝은 산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나온 얘기를 보면, 전통주 산업과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선 무엇이 문제이냐 하는 진단이 중요하다. 한산소곡주의 산업화 전략은 실질적인 좋은 대안을 많이 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 현장에서도 단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잘 짚어주셨다. 규제 완화 측면은 정부가 적극 검토해야 하는 부분이며, 비제도권에 있는 경영체들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부분도 관건이다. 유통 판매를 확충하고 판로를 확대, 소비층 다변화를 확대하는 부분이 중요한 과제다. 주세법 문제와 소비 문제 등 현장 밀착형 연구를 통해 앞으로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지속적으로 연구원이 다루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이동필 전 농식품부 장관(좌장)=전통주를 처음 연구할 때 진도홍주의 경우 무형문화재 지정을 하지 못했다. 지역에서 담그는 이들이 모두 원조라고 해서 지정을 받는 데 어려움이 컸다는 기억이 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한 갈등을 잘 풀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주세 문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영세 소규모 업체들을 대상으로 차등적으로 주세를 부과하는 근거를 만들어야 하는데, 해외 사례들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경우 품질이 좋은 와인에는 AOC 인증을 하는데, 소곡주도 다양한 맛이 존재하지만 원료나 맛에 대해 기본적인 기준이나 정보가 있을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런 측면에서 다양하게 소곡주가 변모할 수 있다고 본다. 재료 규격을 만드는 한편 다른 부분들은 다양화하고 차별화해 나가야 한다.

충남 서천=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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