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효중 강원대학교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

 

간절한 기대가 현실을 만들어 가는 힘으로 발휘된다는 의미의 피그말리온효과(Pygmalion Effect)는 그리스 신화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여성에게는 결점이 많다고 생각한 예술가 피그말리온은 현실의 여성을 사랑하는 대신에 자신이 생각하기에 완벽한 여성의 조각상을 상아로 만들어 조각상에게 사랑을 주었다. 그러나 아무리 사랑과 관심을 주어도 그 조각상은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고 차가운 상아 조각상은 인간의 채취를 느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피그말리온은 지극정성으로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에게 기도하여, 이에 감동한 아프로디테 여신은 차디찬 상아 조각상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인간이 되게 함으로써 피그말리온은 이 여성 갈라테이아와 부부의 연을 맺게 된다. 실로 위대한 사랑이 ‘무’를 ‘유’로 만든 것이다. 이를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한다.

선진국일수록 농업 지원정책 강력

지구상에 있는 모든 나라들이 농업을 가장 중요한 산업으로 인식하면서 다양한 지원정책을 시행하며 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이러한 정책은 더욱 중시되고 있다. 이를 위해 사용되는 정책도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명령과 통제 (command and control)와 유인조치(incentive measures)이다. 명령과 통제의 수단은 개발도상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경제, 정치, 사회, 문화, 교육 등 여러 면에서 열악하고 어려운 여건 하에서 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해 소수의 엘리트가 사명감을 갖고 무지한 국민들을 일정한 수준에 올려놓기 위해 동원되는 방법으로서, 통상적으로 정부가 막강한 힘을 갖고 정책을 이끌어간다. 그러나 경제의 발전과 함께 여러 면에서 국민의 수준이 향상되게 되면, 다음 단계로 정부 주도형이 아닌 국민 주도형의 내생적 발전을 위한 정책수단이 도입되게 된다. 유인조치의 도입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유인조치는 동시대에 살고 있는 구성원들의 공통적인 관심사(society’s ongoing concern)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제도화된 후, 이에 걸맞는 유인조치를 정책화하여 정부가 제시하면 국민들 스스로 판단하여 참여하게 하는 선진국형 제도이다. 그러기에 선진국에 가보면, 국민 모두가 행복하게 보이고 국가 자체도 범접하기 힘든 힘을 가진 느낌을 받게 된다. GDP면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못사는 나라에서조차 말이다. 

희망없던 농업·농촌 지난날 뒤로

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국가에 속해 있었다. 일제강점기로 인해 재물과 정신까지 많은 피해를 입었기에 국민과 국가가 참으로 힘든 시절이었다. 그러기에 사명감을 가진 많은 공무원들이 국민을 배고픔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하여, 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하여 강력한 노력을 발휘하였다. 그 결과, 국민들은 배고픔과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고, 국가는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2006년도에는 1인당 국민총생산 2만불 시대가 시작되어 머지않아 3만불을 달성하면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런데, 10년도 넘은 지금까지도 3만불을 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왜 그럴까? 세계적 금융위기와 경제불황, 정치·경제·사회분야 등에서의 다양한 국내 문제 등 내우외환 때문일까? 남 탓으로 돌리지 말아보자. 거시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서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3차 산업혁명과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국민소득 2만불 시대에 진입하면서 선진국 수준에 진입하기 위한 방편으로써, 우리는 정부와 관료가 힘을 갖고 있는 20세기형 명령과 통제의 정책수단에서 국민과 국가가 힘을 갖게 되는 21세기형 유인조치의 수단으로 이행하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해야 했다. 그러나 명령과 통제라는 달콤한, 그리고 아주 쉬운 힘의 논리에 도취되어 있었기에 새로운 변화와 트렌드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결과론에 도달하게 되는 참담한 느낌을 갖게 된다.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한 일이다. 그래서 명령과 통제의 정책수단은 개발도상국, 특히 독재국가에서는 예외 없이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정부가 힘이 있고 관료가 힘이 있기 때문이다. 

2주 전쯤인 5월 10일에 새정부가 들어섰다.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세우는 새정부에 대해 며칠 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87%의 국민이 잘 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사표시와 함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적폐청산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증거이다. 우리 농업분야에서의 적폐 1호는 다름 아닌 20세기형 ‘명령과 통제’라는 정책수단의 사고방식이다. 

농업·농촌 토대로 새정부 성공 기원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우리 농업분야에 유인조치 제도의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도입이 요구 된다. 새정부는 더 이상 농업인이 수준 낮은 국민이 아니라, 수준 있는, 수준 높은 국민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며, 농업과 농촌을 희망이 없는 것 같이 보이게 만든 지난날의 정책과 사고에 대한 반성과 함께, 사랑과 열정을 불어넣어 농업과 농촌을 깨워야 한다. 그러면 농업과 농촌은 다시 깨어나서 지난날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듯이 우리에게 희망과 믿음의 뿌리가 되어줄 것이다. 성공적인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면, 기초산업이자 모든 이들의 마음의 고향인 농업·농촌분야에서의 성공을 기본으로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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