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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농정, 공약 아닌 실천으로 ③농어업회의소 법제화/농어민 농정참여 제도적 보장 길 열어줘야
   
▲ 거창군농업회의소가 지난해 4월 13일 거창군수 보궐선거를 앞두고, ‘거창군 농업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거창군농업회의소는 거창 농업계를 대표해 거창군수 후보자들의 농정공약을 점검하고, 이들에게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농정공약 ‘농어업·농어촌 7대 정책’에서 “농어업회의소를 법제화해 농어민의 농정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제19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에서 “농어업회의소를 전국에 설치해 농어민의 농정참여를 실현하겠다”고 제시했다. 새 정부가 ‘농어업회의소’에 관심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방증이다. 1998년 농어업회의소 법제화가 무산된 지 20여년만에 처음으로 ‘농어업회의소 법제화’가 추진될 수 있을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농업계 대표성 갖는 대의기구 
정부·지자체 농정체계 탈피
현장·지역 중심의 농정으로


농업회의소(농어업회의소 포함,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는 해양수산부가 분리되면서 ‘농업회의소’를 공식명칭으로 사용하고 있고, 지역에 따라 수산분야를 포함해 농어업회의소로 명명하기도 한다)는 전국에 18개소가 설립(설립 준비 포함)돼 있다. 강원 평창, 전북 진안, 전북 고창, 전남 나주, 경북 봉화, 경남 거창, 경남 진해 등 기존 7개소에, 2015년에는 충남 예산이 창립한 가운데 같은 해 전북 완주, 경북 의성, 경남 고성이, 지난해에는 경기 화성, 충남 아산·당진·논산, 전남 담양이 각각 문을 열 채비를 갖췄고, 여기에 충남도(2015년)와 제주도(2016년) 등 광역농업회의소까지 더하면, 현재 운영 또는 운영 준비 중인 농업회의소는 총 18개소다.

농업회의소의 목적은 ‘민관 농정 거너버스 실현’이다. 그러려면 농업회의소가 농업계의 대표성을 가져야 하는데, ‘농업인 권익보호 5대축’ 가운데 유일하게 부재한 대목이 ‘대표’다. 농업인 권익보호 5대축을 보면 ‘방어’는 농민단체가, ‘경제’는 농업협동조합이, ‘금융’은 농협은행이, ‘보장’은 농업공제가 각각 담당하지만, 현재 ‘대표’는 없는 상황. 이 대표란 축을 ‘농업회의소’가 맡고, 농어업회의소가 ‘농업계를 대표하는 대의기구’로써, 범농업계의 공식적인 농정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가운데 농업인과 농민단체 의견을 종합·조정해 농업정책에 반영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

보다 구체적으로, 농업회의소는 왜 필요한가. 무엇보다 정부·지자체 주도의 농정체계를 ‘현장과 지역중심의 농정’으로 바꾸기 위함이다. 또, 농정추진체계의 효율성을 높이고, 농업과 비농업계의 사회적 갈등을 줄이며, 농업계의 정치적 위상을 확보하고, 농업인과 농촌주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일련의 효과를 농업회의소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농어업회의소 법제화, 어디까지
농어업 기관·단체와 중복 차단
내달 국회 법사위서 논의될 듯


농업회의소가 대표성을 확보함은 물론, ‘공적’ 대의기구로써 위상을 얻기 위해서는 ‘법제화’가 필수다. 현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는 ‘농어업회의소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농어업회의소법)’이 상정돼 있고, 빠르면 6월 임시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새 정부가 강조한 ‘농어업회의소 법제화’의 출발이 6월 임시국회가 되는 셈이다.

그럼 농어업회의소법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농어업회의소법은 지난해 8월 김현권 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이 처음 대표발의했고, 농해수위 법률안심사소위원회를 거치면서 일부 법안이 수정됐다. 농어업회의소전국회의와 국민농업포럼이 만든 ‘왜 농어업회의소인가?’란 제목의 설명자료에서는 이 수정안을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재정부, 전문위원실 의견을 대부분 반영한 수정법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기수 국민농업포럼 상임이사는 “8년간의 시범사업을 경험으로 농어업회의소법을 제정한다는 게 의미가 있다”며 “미진한 사항은 개정안을 통해 바꿔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어업회의소법 수정내용에서 가장 많이 바뀐 조항은 ‘사업’이다. 기존 농어업 관련 기관·단체와의 기능중복이 우려된다며, 농어업회의소의 사업범위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농어업 관련 정책의 자문·건의’, ‘농어업에 관한 조사·연구’, ‘농어업에 관한 교육·훈련’,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탁받은 사업’ 등 4개로 조정했다. 원안에는 ‘농지의 농업상 이용확보 및 효율적 이용촉진’, ‘농어업에 관한 조사·연구 및 통계의 작성·관리’ 등 총 12개 사업이 명시됐다.

또, 기초농어업회의소의 대표성 확보를 위한다는 차원에서 관할구역 내 대통령으로 정하는 농어업인 5% 또는 500인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기초농어업회의소를 설립할 수 있도록 수정했다. 당초 설립인가 기준은 ‘관할 구역 농어업인의 2% 이상’이었다.

원안에서 국고 지원조항을 삭제하고, 지자체가 예산의 범위에서 기초·광역농어업회의소를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수정안에 제시했는데, 농어업회의소전국회의와 국민농업포럼은 “농어업회의소가 국가 지원에 의존하고, 관변단체로 변질되지 않도록 ‘국가의 경비지원 조항’을 삭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장서 바라는 농어업회의소
‘행정 의존적’ 차단 최우선 과제 
재정자립 위한 사업 보장 여론


현장에서는 ‘재정자립이 가능한 농업회의소’를 강조했다. 범농업계의 대의기구로써 정부·지자체와 농정을 협의하며, 신뢰농정을 펼치려면, 농업회의소가 예산을 이유로 ‘행정의존적’이 돼선 안된다는 확고한 신념 때문이다.

김훈규 거창군농업회의소 사무국장은 “행정으로부터 지원비 등을 받고, 농업회의소 본연의 의미가 퇴색된다면, 이로 인해서 농민들로부터 지탄을 받을 수 있는데, 그것이 우려돼 생계에 대한 지원대책 없이 농업회의소의 공적인 역할을 활동가들에게만 담보하는 것도 걱정스럽다”며 “정책적 지원이 있을 때 그것에 대한 정확한 평가 등을 통해서 패널티를 주는 방식으로 가는 것은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그는 “수정안에는 지자체가 지원근거를 어느 정도 열어놨기 때문에 실제 사례를 만들어가면서 농업회의소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법을 개정해 재정자립을 위한 사업영역 확보 방안도 법안에 넣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연홍 봉화군농어업회의소 사무국장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는데, 그는 ‘법제화’ 단계에서부터 재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박 사무국장은 “농어업회의소는 상향식 농정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만든 것인데, 농어업정책을 체계적으로 제안할 수 있는 시스템을 꾸리기가 어렵다”면서 “시범사업을 하는 곳을 보면 정책실장을 제대로 쓸 수 없는 곳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박 사무국장이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농해수위에 계류중인 농어업회의소법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박 사무국장은 “한 예로, 정부나 지자체의 사업을 위탁받고, 이 사업을 통해서 농어업회의소가 재정적으로 바로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법상에 ‘국가와 지자체로부터 위탁받은 사업’이라는 식으로 뭉뚱그리기 보다는 ‘농지의 효율적인 이용촉진’, ‘농어업의 통계의 작성·관리’처럼 농어업회의소가 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들을 법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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