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 저장 품질에 가장 많은 피해를 끼치는 원인 중 하나가 곰팡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농작물의 25%가 곰팡이에 오염되고,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해마다 수백만 달러에 이른다. 현재 농산물의 곰팡이 피해 저감을 위해 세척, 약제처리 등의 방법이 사용되며, 포장제품의 경우 탈산소제가 많이 사용된다. 이런 방식들은 효과적이지만 물을 사용하는 습식방식이라 건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저장 중 부패의 원인이 된다. 이런 습식방식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플라즈마를 이용한 건식살균기술개발 연구가 활발하다.

저장농산물 부패·저장손실 감축
식품안전성 제고 연구 발판으로


플라즈마란 기체 상태에 강력한 에너지를 줘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돼 이온화한 상태를 뜻한다. 기체, 액체 혹은 고체도 아닌 제4의 물질상태로 불린다.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의 99%가 플라즈마라고 하며, 장마철 하늘에서 번쩍이는 번갯불, 네온광고판과 극지방에서 볼 수 있는 오로라, 큰 화면의 텔레비전 평판 표시장치 등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플라즈마의 대표적인 예다.

가장 저렴하게 플라즈마를 발생시킬 수 있는 방법은 전자파의 방전이다. 두 전극사이에 전압을 걸어 전기장을 형성시킴으로써 플라즈마를 발생시키는 방식인데 이 때 발생된 플라즈마를 저온플라즈마라고 한다. 고온플라즈마는 1000∼2만℃의 고온인 반면 저온플라즈마는 분리된 전자만 높은 온도를 지니고 나머지 이온과 중성입자는 낮은 온도를 유지해 비평형플라즈마라고도 한다. 특히 대기압플라즈마의 한 종류인 유전체장벽방전방식은 기존의 진공플라즈마에 비해 100∼1000배 이상 높은 반응 활성종(오존, 과산화수소, 일산화질소, 이산화질소 등)의 농도를 구현한다. 반면 온도는 상온에서 150℃로 낮은 특징이 있어 최근 농식품 살균 연구에 적용된 사례가 늘고 있다. 농식품에 적용한 사례는 현미와 쌀 가공제품의 품질 위생 안전성 연구, 발효식품인 김치와 원예특용작물의 살균과 저장성 향상을 위한 연구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전자파를 이용한 저온 플라즈마의 경우, 대기 중 산소와 질소의 이온화에 의해 오존과 질소산화물, 그리고 유기휘발성물질들이 발생한다. 이는 플라즈마 활용의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고농도의 가스는 호흡기질환의 원인, 농식품 품질저하와 금속산화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살균성능이 우수하더라도 안전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다행히 촉매를 이용해 플라즈마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의 농도를 줄이기 위한 연구와 살균에는 적합하면서 안전한 최적 플라즈마 발생조건을 찾는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조만간 살균과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플라즈마 기술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 저온 플라즈마를 이용한 살균기술을 농산물에 적용한다면 저장농산물의 부패율과 저장 손실을 줄여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식품안전성 제고를 위한 식품살균 기초 및 실용화연구의 발판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농촌진흥청 수확후관리공학과 농업연구사 서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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