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락낙농연합회는 지난 16일 부산 비락 본사 앞에서 감축한 원유 쿼터 13%의 원상복귀를 요구하는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비락낙농연합회, 감축쿼터 13% 원상복귀 촉구
“비락, 어렵다는 말로 농가에 책임 전가” 반발
양측 협상 진행했지만 끝내 합의점 못찾고 결렬


“경영능력 부재로 생긴 적자를 낙농가에 전가하는 비락은 각성하라!”

비락낙농연합회는 지난 16일 부산에 위치한 비락 본사 앞에서 낙농가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감축한 쿼터 13%의 원상복귀를 요구하는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비락낙농연합회에 따르면 비락은 지난 2014년 원유 공급 과잉 사태가 불거지자 해당년도 12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소속 낙농가의 쿼터 8%를 감축했다. 비락은 이에 더해 경영 악화를 이유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쿼터 5%를 추가적으로 감축한 바 있다.

하지만 비락은 국내 원유 공급 상황이 안정을 되찾고, 약속한 쿼터감축 기간이 종료됐지만 낙농가들의 쿼터를 원상복귀하지 않고 있다. 이에 낙농가들은 12차례에 걸쳐 공장과 본사를 방문해 원상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비락은 회사가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쿼터 원상복귀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문제가 불거지자 일부 낙농가들에게 집유를 거부하겠다는 협박도 있었다는 것이 비락낙농연합회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비락낙농연합회 관계자는 “원유 공급이 과잉되고 감축이 이어지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낙농가들은 힘없이 회사에 끌려오기만 했다”면서 “원상복귀를 요구하면 비락은 회사가 망한다는 말만 했는데 이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비락은 감축한 쿼터를 원상복귀하고, 무책임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낙농가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는 낙농 후계자들도 대거 참여했다. 낙농 후계자로 뛰어든 지 4개월차인 한 낙농가는 비락의 무책임한 행동에 낙농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걱정했다. 그는 “낙농업에 미래가 있다고 판단해 아버지를 도와 낙농업에 종사하기 시작했는데 비락이 낙농가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니 걱정이 앞서고 화가 난다”면서 “비락은 농가들과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고, 농가를 경영의 동반자로 대해야 한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한국낙농육우협회도 비락 낙농가의 궐기대회에 참여해 힘을 보탰다.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은 “비락 문제가 커지자 협회 차원에서 비락에 합리적인 방안으로 낙농가와 협의할 것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면서 “쿼터는 낙농가의 재산권인데 이를 함부로 다루는 것은 기업의 갑질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쿼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비락의 모회사인 한국야쿠르트를 상대로 문제 해결을 요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락 측은 낙농가들의 요구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놨다. 쿼터를 감축할 때 일정한 기간을 정해 놓은 것이 아닌,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지속적으로 협상을 이어나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 쿼터 감축 기간이 길어지자 2016년 11월에 초과원유 1ℓ당 100원을 주던 것에서 500원으로 인상을 하는 등 보상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박병호 비락 생산부문장은 “낙농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일방적인 협상은 아니었고, 쿼터 감축의 기간도 정해놓지 않았다”면서 “비락도 농가들에게 초과원유에 대한 유대 가격을 인상하는 노력도 병행해왔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소비 부진으로 인해 아직도 20%가량 원유가 과잉되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농가와 감축에 대한 협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비락 측과 비락낙농연합회 임원들이 쿼터 감축 원상복귀를 두고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됐다. 이에 비락낙농연합회 측은 오는 24일까지 감축 쿼터 13%의 원상복귀를 다시금 촉구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비락의 모기업인 한국야쿠르트를 상대로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집회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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