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늘 수확을 목전에 두고 진행된 ‘마늘 수급 전망 및 시장 안정화 방안 논의 토론회’에선 현재 마늘 산업 위기감에 대한 목소리와 더불어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밭떼기(포전)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등 마늘 수확을 목전에 둔 마늘 산지에선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마늘 산지와 유통업계에선 수입산 비축 물량 유통 중단 등 단기책부터 수급조절매뉴얼 기준 조정 등 중장기 대책까지 마늘산업 관련 대책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6일 호텔인터불고 대구에서 한국마늘가공협회와 한국마늘생산자협의회 주최로 열린 ‘마늘 수급 전망 및 시장 안정화 방안 논의 토론회’에선 이 같은 현재의 우려스러운 상황과 더불어 대책 마련의 필요성 등이 제시됐다.

“정부 적정생산량 32만톤, 과하게 잡아” 지적도
TRQ물량 시장유통 차단·근본적 대책 마련 촉구


▲최근 마늘 동향=토론회에서 송성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양념채소관측팀장이 주제 발표한 ‘마늘 산업 현황과 수급 및 향후 전망’에 따르면 통계청 기준 올해 마늘 재배 면적은 2만4864ha로 지난해와 비교해선 19.8%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단수를 적용하면 생산량은 전년 대비 16% 증가, 수확기 가격은 지난해와 비교해 33%나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농경연 농업관측본부의 추정 재배 면적은 2만2200ha로 지난해보다 6.9%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마늘 저장 물량 동향을 보면 4월말 기준 난지형 마늘 재고량이 1만2000톤으로 평년보다는 10% 적고, 전년보다 18% 많은 수준이다. TRQ(저율관세할당) 물량은 올해 이월된 물량 1만5900톤 중 5월 상순 현재 9439톤이 방출됐고 6461톤이 남아있다.

여기에 2017년산 중국 마늘 현지 상황도 지난해 마늘 가격이 좋아 재배 면적이 10% 증가하고 작황도 양호해 생산량이 전년 대비 25% 가량 큰 폭의 증가가 전망되고 있다.

수확을 앞둔 현재 마늘 상황은 전반적으로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반면 밭떼기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TRQ 물량은 상당 부분 남아있는 가운데 중국 마늘 생산량도 불어날 것으로 보이는 등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대책 마련 목소리=국내산 마늘 산업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 가운데 이날 토론회에선 여러 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우선 현재 남아있는 TRQ 물량과 관련해 성이경 한국마늘생산자협의회장은 “마늘 가격이 떨어지고 있고, 산지에서는 밭떼기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남은 TRQ 물량은 건조마늘로 보관해 시장에 유통시켜서는 안 된다”며 “지난해 TRQ 물량이 과다 들어온 것에 대해선 철저한 반성과 검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성규 영흥농산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TRQ 물량 들어오는 시점이 너무 이르다. 다음 해 수급물량까지 들여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마늘 수급조절매뉴얼 상 기준 적정생산량인 32만톤이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32만톤보다 줄어든 27만5000톤이 생산돼 2만6000여톤의 TRQ물량이 들어왔지만 햇마늘 수확기를 앞두고도 이 물량이 많이 남아있다. 이는 소비지 시장에서의 체감도도 비슷했다. 아영진 현대그린푸드 차장은 “마늘이 32만톤 시장이라고 하는데 너무 과하게 잡혀 있는 것이 아닌가 판단하고 있다”며 “김치 담그는 비중이 감소하는 등 매년 마늘 소비도 줄어들고 있는데 너무 적정생산량을 과하게 잡아 수입 물량이 들어오는 길을 터주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특히 수확기를 앞두고 원산지 대책과 관련한 관심이 높았다. 청중토론에 나선 박순구 마늘가공협회 전임회장은 “매년 많은 양의 수입물량이 들어오는데 원산지 표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포대 바꿔치기 등 원산지 위반 행태도 빈번한데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과태료도 너무 낮게 책정돼 있다”며 “단속 인력을 늘리고 과태료 및 벌금 부과기준도 대폭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이날 토론회에선 3000원 초반대의 마늘 생산비 단가 상향 조정,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의 마늘 소비력 조사, 깐마늘 업계의 수급조절위원회 참석, 농경연과 통계청으로 분리된 마늘 통계 일원화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최진욱 한국마늘가공협회장은 “최근 마늘업계는 국내 경기 불안에 따른 마늘 소비 감소 등 여러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며 “이제는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른 미봉책이 아닌 마늘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 및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대책을 강구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생산농가부터 가공, 유통업체와 농협중앙회 등 관련 기관까지 마늘 산업 종사자들이 참석한 이번 자리에 정부 관계자는 보이지 않았던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많았다. 한 마늘 생산 농민은 “수확을 코앞에 두고도 마늘 밭떼기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TRQ 물량도 늘어나 있는 등 농가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럴 때 정부가 나서서 마늘 산업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자리를 마련하지는 못할망정 산업 종사자들이 총출동한 자리에 아무도 모습을 보이지 않아 답답한 마음이 컸다”고 지적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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