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9일 배추 생산·유통업자와 관련 업체, 소비자들이 배추 산지를 돌며 서로의 간극을 좁혀 나갔다. 사진은 소비자들이 산지유통인들로부터 배추 생산과정을 듣고 있는 모습.

가격 오를 때마다 산지 유통인 가격폭리 주범 몰려 ‘억울’
강릉 안반데기 일원·김치공장 등 견학하며 오해 해소 주력


소비자들이 배추 재배 현장을 방문해 산지유통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동시에 농산물 가격을 이해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 자리는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이하 한유련)와 대아청과가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소속 회원들을 초청해 마련됐다.

한유련과 대아청과는 지난 8~9일 소비자공익네트워크(회장 김연화) 회원 34명을 초청해 강원 강릉의 안반데기 일원과 김치공장 등을 견학하는 행사를 주최했다. 이 자리에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종자업체 등도 참석해 국내 농산물 생산과정과 가격결정 방식 등을 이해시키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소속 회원들은 강릉 안반데기를 방문한 자리에서 해발 1100m인 곳에서도 배추가 생산되는 것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특히 국내 배추 가격이 인상될 때마다 마치 중간 유통마진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여기에 산지유통인들이 폭리를 취하는 주범으로 몰리는 억울한 상황을 이해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배추 거래가 대부분 포전으로 이뤄지는 현실을 파악하고, 산지유통인들이 직접 생산에 참여하는 것도 알게 된 자리였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앞으로 소비자들이 우리 농산물 가격에 어떠한 반응을 내놓을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소비자들이 이번 견학을 통해 국산 농산물 가격이 이상기후 등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상이 된다는 점을 이해하는가 하면 생산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견학할 수 있는 자리를 확대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다.

신영희 소비자공익네트워크 부산지부장은 “농촌체험 현장을 여러 번 방문해 봤지만 이렇게 생산현장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들의 이해의 간극을 좁히는 계기가 됐다”며 “견학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을 회원들 교육에도 활용할 계획이며, 여러 소비자들이 생산현장을 방문해 우리 생산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생산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앞으로 많은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기영 대아청과 이사는 “배추 가격이 오르면 단순히 비싸다거나 유통단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라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 그러나 직접 현장을 방문하면서 다소나마 오해를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백현길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장
“농산물 생산·가격형성 이해시킬 것”

 

“생산자들은 소비자들을 위해 안전한 먹거리와 질 좋고 저렴한 농산물을 공급하고, 소비자들은 가격이 폭등과 폭락했을 때 생산자들과 즐거움과 고통을 같이 느낄 수 있길 기대합니다. 이러한 협력 관계가 우리나라 농업과 소비자 발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백현길 한유련 회장은 이번 소비자 견학의 의미를 이같이 부여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가격이 폭등했을 때 소비자들이 그 원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며 “생산자와 소비자들은 서로 이해 관계가 상충되는 부분도 있겠고 생각의 차이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의 차이를 좁혀 나가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백 회장은 “3년 전부터 이러한 행사를 계획하고 준비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늦은 감이 있지만 자리가 마련돼 소비자들에게 감사드린다”면서 “오늘 견학에 그치지 않고 향후 국회에서 농산물 생산과 가격 형성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토론회나 세미나를 준비하기로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비자와 생산자가 소통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자리가 앞으로 확대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소비자들이 우리 농업을 지키는 파수꾼이 돼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
“소비자-생산자는 하나, 정보 나눠야”

 

“우리나라의 식량안보는 생산자들만의 역할이 아니라 소비자들도 함께 지켜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비자와 생산자가 정보를 공유하고 하나라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은 이번 생산지 견학을 통해 산지유통인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산지유통인이라고 하면 통상 중간 상인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생산에 참여한다는 얘기를 듣고, 현장을 보면서 그동안의 오해를 해소하게 됐다”며 “또한 우리나라 배추 재배 현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배추 가격이 인상될 때 그 원인도 이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국내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정부는 수입으로 이를 대체하려 하는 경향이 있는데, 오히려 다른 국산 농산물로 대체하는 소비정책을 펴야 한다”며 “수입 농산물로 국내 가격을 안정하려는 방식이 유지되면 국내 생산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상 등 여러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국내 농산물 가격이 적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수급대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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