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선 과정에서 농업계가 내놓은 공약 중 또 다른 하나는 ‘직불제 확대’다. 단순히 논·밭과 조건불리, 그리고 친환경 등을 대상으로 지급되고 있는 현재방식의 직불제 지원규모를 늘리자는 것을 뛰어 넘어 전면 개편을 통해 농업의 다원적·공익적 가치를 중심으로 전환하자는 것. 특히 그간의 ‘경쟁력 중심의 농정에서 벗어나 농정의 틀부터 바꾸겠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는 점에서 확대될 직불제가 농업판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력 중심 농정은 ‘실패’
환경·생태보전 공익적 가치 반영
직불제 비중 높여 농업예산 편성


문재인 대통령의 농정공약 첫 머리에는 ‘현재의 농어업·농어촌의 위기는 경쟁과 효율만을 강조하고 추구해 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달렸다. 그러면서 직불제와 관련, ‘현재 농가 소득보전에만 맞춘 직불제를 환경과 생태보전 같은 공익적 가치가 반영된 직불제로 개편하고, 농업예산을 편성할 때 직불제 비중을 높여나가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19대 대선에 앞서 주요 농정공약 관련 토론회는 물론 농업경제 전문가 및 학계의 의견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그간의 농정의 뿌리를 뒤 흔들 메가톤급 논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특히 농업부문 전문가들이 ‘경쟁력 제고를 통해 농업소득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농가소득을 지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든 것이 다름 아닌 구조적인 농업소득 정체원인 때문이라는 점에서 농가소득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직불제의 확대는 부인할 수 없는 사안이기도 하다.

20년째 1000만원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농업소득은 농산물의 판매가격과 이를 재배하는데 들어가는 생산비용에 따라 정해진다. 하지만 실질 농산물 가격은 지난 20년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반면, 생산재 비용은 이를 초과해 높아지고 있다는 것. 전문가들이 보는 농업소득이 오를 수 없는 결정적인 원인이다.

여기에다 시장개방에 따라 저가 농산물이 수입돼 우리 식탁에 오르고 있고, 이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는 상황. 또 수입되는 농축산물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가격·품질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수입품과의 경쟁에는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수입량이 늘어나는 마당에 국산 농축산물의 소비를 늘리는 것도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물가·재정당국이 농산물에 대한 저물가 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적으로도 농산물 가격이 올라서 농업소득 증대로 이어지기는 구조적으로 어려운 실정.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곧바로 농식품부가 ‘주요 농식품 수급동향 점검결과를 바탕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면서 농식품 물가안정책을 내놓은 대목에서도 정부의 농산물 저물가 정책 단면을 읽을 수 있다.


#직불제 확대로 농가소득지지
전면적 농정패러다임 전환 우선
농업예산 절반 농가직접 지원을


농가소득 중 농업소득은 정부의 경쟁력 제고대책과, 농업외소득은 6차산업 활성화와, 그리고 이전소득은 직불제와 연계돼 있다. 농업소득의 증대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이, 농업외소득 증대정책으로 진행된 6차산업 정책은 수혜의 한계가 있다는 점 등에서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농정공약에서 직불제 확대가 강력한 농정공약 화두로 등장한 것.

‘직불제를 확대하겠다’고 공약한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현재까지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간 농민·시민사회단체와 전문연구기관 등에서 내놓은 요구와 방안 등에 따르면 전면적인 농정패러다임전환 뿐만 아니라 예산편성의 대전환도 함께 요구된다.

일례로 농민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 66개 단체가 모여 만든 국민행복농정연대의 요구공약에 따르면 향후 5년동안 농업예산의 절반을 농가직접 지원으로 전환하고, 현행 직불제를 식량안보 기본형 직불제와 함께 이행조건을 전제로 한 가산형 직불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새정부 농정공약을 주제로 수 차례 분석보고서를 낸 바 있는 GS&J인스티튜트도 이와 유사한 직불제의 도입을 제안했다. GS&J는 현재의 직불제를 가격변동대응직불과 공익형 기본직불·가산형직불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가격변동직불은 주요 생산품목에 대해 기준가격을 정하고, 시장가격이 그 이하로 떨어질 경우 차액의 상당부분을 보전해 주는 것으로 쌀변동직불금을 함께 통합하는 것을 전제로, 공익형 기본직불은 논·밭 고정직불금을 기본직불로 통합하고, 또 환경·생태·문화 등에 대한 수요에 따라 조건불리·저투입·경관직불제 등의 특정목표 직불제를 설정하자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현재보다 직불제 예산이 대폭 늘어나야 가능한 것으로 직불제 확대 공약은 필연적으로 정부의 예산편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업예산 절반 편성을
9개 직불제 예산 전체 14.7% 불과
국가전체 예산 5% 농업예산 확보


지난해 농식품 전체 예산 14조3681억원 중 9개 직불제 예산은 총 2조1124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14.7%였다. GS&J는 이중 친환경농업직불제·조건불리직불제·경관보전직불제 등을 공익형 직불제로 분류했는데, 이들 공익형으로 분류된 직불제 총액은 968억원으로 전체 농식품 예산의 0.67%, 직불제 총 예산대비 4.6%에 불과했다.

요구된 공약의 핵심은 전체 농림축산식품 예산 중 절반을 앞으로 직불제에 편성해 농가를 직접지원하자는 것. 지난해 예산을 기준점으로 볼 때 요구된 공약이 이행되기 위해서는 추가로 5조원가량을 직불예산으로 전용해야 하는 셈이다.

또 7조원을 직불예산으로 고정한다고 가정하고, 국가전체 예산 중 5%(부족분 5조원 가량)를 농업예산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를 동시에 감안할 경우 추가확보한 예산 전체를 직불예산에 사용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직불제의 확대개편에 따라 농업부문 공무조직의 직능전환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직불규모를 확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급조건을 정확히 준수하고 있는지, 부정한 직불금 수령은 없는지 등에 대한 관리감독이 철저하게 이뤄져야만 국민들로부터 필요성을 인정받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예산에서 절반을 직불제 예산으로 사용할 경우 다른 농업정책사업들의 축소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직불제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예산확보와 함께 직불규모를 어느 정도로 정할 것인지, 그리고 정해진 예산 속에서 품목별 형평성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사전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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