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입된 중국산 마늘 TRQ물량 올 4월까지 방출한 탓
국산 가격 폭락 조짐…마늘생산자협의회 대정부 대책 촉구

▲ <사진좌측>한국마늘생산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성이경 창녕농협 조합장이 마늘 논에서 농민들의 근심을 듣고 있다.

전국 최대 마늘 주산지인 경남 창녕군의 마늘 밭떼기거래가 뚝 끊겼다. 정부가 지난해 수입된 중국산 마늘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올해 4월까지 방출한 탓에 그 후유증으로 국내 마늘 수확기에 가격폭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질타가 거세다.

지난 8일 찾은 창녕군 대지면 들녘에는 마늘 논이 어느새 짙푸른 빛깔을 발하며 수확기를 예고하고 있었다. 그러나 드문드문 치솟아 오른 마늘종을 제거하는 농민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벌써 마무리됐어야 할 마늘 밭떼기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창녕지역은 4월 20일 전후로 마늘의 꽃줄기인 마늘종을 제거한다. 5월 상순 드문드문 보이는 마늘종을 2차로 제거하며 막바지 정성을 쏟고, 5월 말경부터 마늘 수확에 돌입한다.

마늘종 1차 제거시기 이전에 마늘작황은 거의 윤곽이 드러난다. 상인들은 마늘 줄기의 굵기, 결주상태 등을 점검해 마늘작황을 살핀 후 3~4월 밭떼기거래를 한다. 그러나 올해는 밭떼기거래가 뚝 끊겼고, 5월 초순이 지나도 상인들의 발길이 거의 없다고 한다.

창녕지역 마늘 밭떼기거래 비중은 10~15% 정도로 그다지 높지 않지만, 밭떼기거래 가격이 수확기 마늘출하시세를 예측하는 가늠자 역할을 하기에 농민들은 매우 민감하다. 마늘 산지공판장을 운영하는 창녕농협의 경우 수확기 마늘가격 폭락조짐이 감지되자 비상이 걸렸다.

이에 대해 성이경 창녕농협 조합장은 “경기침체 여파로 마늘소비가 위축되기도 했지만 정부가 지난해 수입한 중국산 마늘 TRQ 물량을 올해 4월말까지 무분별하게 방출해버려 가격이 이미 반토막 난 난지형마늘에 이어 한지형마늘까지 폭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작년 가을 잦은 비로 마늘 파종이 한 달 가량 늦어졌고, 종자가격과 인건비가 급증했고, 얼지 않도록 비닐까지 한 겹 더 씌우면서 영농비 부담이 컸다”면서 “우리 마늘농가가 겪은 어려움에 아랑곳 않고 중국산 마늘 팔아주는데 정부가 앞장선 격이다”고 질타했다.

전국 58개 마늘 주산지농협으로 구성된 한국마늘생산자협의회는 지난 4월 28일 창녕농협에서 긴급이사회를 열어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한 후 대정부건의 등 대응책 마련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협의회가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수입해 온 중국산 신선마늘 TRQ물량은 2만6000여톤에 달한다. 이 중에서 1만100톤이 지난해 방출됐다. 올해로 이월된 나머지 1만5900톤 중에서 약 8500톤이 올해 초부터 4월 말까지 방출됐다. 또한 국내 난지형 마늘이 수확기로 접어들고 가격마저 하락한 5월 2일과 4일에도 약 600톤의 추가 방출이 이뤄졌다는 소식이 협의회로 접수됐다고 한다.

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성이경 조합장은 “마늘 재고물량이 많고, 통계청 조사결과 올해 국내 마늘 재배면적이 약 2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왜 TRQ물량을 수급조절이 절박한 상황도 아니었던 4월 말과 5월 초까지 방출했는지 사유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아직 남아있는 중국산 신선마늘 TRQ물량 약 7000톤 전량을 건조마늘로 전환시켜야 농민들이 우려하는 마늘 가격폭락사태가 그나마 최소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농산물 수급조절위윈회에 핵심 생산자단체를 반드시 참여시키고, 수급조절 매뉴얼도 현실에 맞도록 손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창녕=구자룡 기자 kucr@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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