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설립된 신생종자회사가 동종회사의 인력을 무분별하게 빼가고 있다는 지탄이 거세지고 있다. 우수인재에 대한 스카우트경쟁이라 보기에는 정도가 지나치고, 국내 종자산업 발전에도 역행한다는 것이다.

㈜농우바이오(대표이사 최유현)에 따르면 최근에 R&D(연구개발) 및 생명공학 분야의 인력 4~5명이 퇴사했거나 퇴사의지를 밝혔다. 당혹스러운 것은 이들 대부분이 신생종자회사와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이들 중에는 농우바이오의 대표제품인 ‘오복꿀참외’를 육종하는데 핵심역할을 해온 연구원도 있고, 대한민국 우수품종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미니찰토마토’를 육성한 연구원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베테랑 연구원들뿐만 아니라 육종 및 생명공학분야에서 종사해온 젊은 연구원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것이 농우바이오의 설명이다. 신생종자회사의 인력 빼가기는 교배육종인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아시아종묘(주)의 경우 생산기술자, 영업총괄, 오이육성가 등 최근 2년 사이에 5명이 유출됐다.

이들이 옮겨 간 곳은 노루표페인트로 유명한 ‘노루그룹’ 계열사인 ‘더기반(THE KIBAN)’으로 2015년 7월 23일 설립된 종자회사다. 도료 및 잉크시장에서 성장해왔는데, 농업생명분야의 기술혁신을 통해 농촌 및 농민과 더불어 발전하고자 ‘더기반’을 설립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타종자회사가 인력 빼가기를 지탄하는 것에 대해 ‘더기반’ 관계자는 채용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의 국내시장점유율을 갖고 있어야 제품테스트 등이 가능하다”며 “경기 안성에 연구소를 짓고 있기 때문에 필요인력을 공채 또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채용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종자산업을 기술집약적인 고부가가치산업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채소종자의 경우 다국적 기업이 국내시장에 진출한 후 산업자체가 위축되고, 생명공학위주의 연구와 교육이 확산되면서 현장에서 활동하는 교배육종인력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력을 갖춘 신생회사가 노하우가 축적된 인력을 빼내가는 방식으로 회사를 키우려 한다는 게 동종업계의 비판이다. 또한 다국적 종자기업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인력스카우트는 국내종자산업의 발전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유현 대표이사는 “농우바이오의 경우 연간 170억원에서 200억원을 R&D에 투자하면서 제품개발과 함께 우수인력을 육성해왔다”면서 “다국적 기업이나 외국에서 인력을 스카우트해오는 것도 아니고, 동종업계의 인력을 대놓고 빼간다면 어느 회사가 R&D에 투자를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농민단체도 곱지 않은 시각이다.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은 “최소한의 상도의란 것이 있는데 한쪽이 이득이 되면 한쪽이 손해가 나는 제로섬게임을 부추긴다면 국내 종자산업은 공멸하고 농업의 지속가능성도 크게 훼손될 것”이라며 “농업의 기본이 종자인 만큼 종자를 소비자하는 농민들을 대표해서 실태파악과 함께 법적, 제도적 문제점은 없는지 잘 살펴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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