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색한우 소속 농가들이 지난 10일 팜스토리한냉 도축장 앞에서 팜스토리한냉 도축장 계류 도중 폐사한 소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녹색한우 "생체검사 마치고 도축 전 폐사" 손배 청구
법원 "손실액 40% 가공·도축업체가 보상" 판결 불구
팜스토리한냉 항소…1년 넘도록 분쟁 지속 이견 팽팽


도축장 계류 중 폐사한 폐사우의 손해배상을 두고 한우 출하 농가와 축산물 가공·도축업체인 팜스토리한냉 사이에 법적 다툼이 발생했다. 농가에서는 검사관의 생체검사까지 마친 소가 도축 전 폐사한 만큼 도축을 위탁받은 팜스토리한냉 측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팜스토리한냉에선 폐사우에 대한 검사 결과 출하 전부터 질병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보상이 불가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라남도 서남부지역 8개 축협이 연합해 설립한 녹색한우(2000여 한우 농가 소속)가 이지바이오 계열업체인 팜스토리한냉에 2016년 1월 31일 출하한 8마리의 한우 가운데 1마리가 다음날 아침 도축 전 폐사하는 일이 벌어진 것. 녹색한우에 따르면 도축 당일 아침 검사관(수의사)이 진행하는 생체검사도 정상적으로 통과한 소가 이후 다시 계류 하던 중 폐사했다. 손실금액은 821만5490원.

이에 녹색한우는 팜스토리한냉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한냉으로부터 보상불가 입장을 전달 받았다. 폐사우에 대한 검사 결과 폐사 원인이 ‘직장외벽주위와 대망막 지방괴사증병변, 스트레스로 인한 심장마비 발생’으로, 소 자체에 이미 질병이 있었고 이런 소를 무리하게 출하한 것이 문제가 됐기 때문에 피해보상을 해 줄 수 없다는 게 한냉에서 밝힌 이유다.

녹색한우는 이 같은 팜스토리한냉의 회신에 이의를 제기하며 ‘정상 도축된 한우 20.4%에서 지방괴사증이 관찰됐다는 연구 결과와 같이 지방괴사증은 폐사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수의사 의견을 토대로 재차 전액배상을 요청했다. 또 소가 도축장에 계류를 시작한 이후에는 도축장 측에서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계류 중 이상 발견 시 긴급도축을 실시해 농가손실을 최소화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소홀히 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이의제기에도 한냉 측은 ‘한냉은 국내 최고 수준의 계류 관리를 하고 있다’면서 소 자체 문제로 폐사했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으며, 결국 손해배상 건은 소송으로 넘어가게 됐다.

결과적으로 법원에서도 농가의 손을 들어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법원은 팜스토리한냉도 40%의 책임을 져야한다며 손실액의 40%인 328만6196원을 녹색한우에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때가 폐사우 발생 약 1년 만인 2016년 12월 15일로, 녹색한우가 긴 논란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법원 판결을 수용키로 하면서 분쟁이 마무리되는 듯 했다. 그러나 한냉 측이 도축장의 계류장에서 가축이 폐사하는 경우 손해배상을 해주는 선례를 남길 수 없다며 법원 결정에 불복해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자 “축산농가과 함께 성장·발전해야 할 축산관련 기업이 자신들의 이익만 취하려 한다”며 이번에는 녹색한우 소속 농가들이 들고 일어섰다. 녹색한우 농가협의가 지난 10일, 충북 청주시 오창읍 소재 팜스토리한냉 도축장 앞에서 100여 농가가 참여한 ‘팜스토리한냉 규탄대회’를 개최한 것. 이 자리에서 김병권 녹색한우 농가협의회장은 “자신들의 도축장에서 소가 죽었는데도 손해배상에 대한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는 이유로 축산농가와 상생하지 않으려는 기업과는 미래를 함께 할 수 없다”면서 폐사우 손해배상 및 녹색한우 소속 농가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농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팜스토리한냉에 대한 일체 출하 중단 △이지바이오 그룹 소속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 전개 △이지바이오 그룹 소속 회사에 대한 위탁사육 거부 △이지바이오 그룹 퇴출 운동 전개 등에 나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한우농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방문한 민경천 한우자조금관리위원장은 “출하한 소가 도축장에 계류되는 순간부터 그 소에 대해서는 도축장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라며 “농가 의견이 관철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집회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김병권 농가협의회장과 민경천 위원장, 황엽 전국한우협회 전무가 팜스토리한냉 관계자들과 만나 이번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의견 조율에 나섰으며, 한 차례 회의가 결렬된 끝에 이날 오후 팜스토리한냉 측이 “이번 일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회사 경영진에 농가들의 요구사항을 잘 전달한 후 2~3일 내로 회사 입장을 답변 드리겠다”고 절충안을 제시하면서 집회가 마무리 됐다. 한우협회와 한우자조금은 만족할 만한 답변이 나오지 않을 경우 그 순간부터 전체 한우 농가의 문제로 확대시키고, 협회와 자조금이 전면에 나서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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